[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 죽음에 직접 연관이 없는 것으로 미국 정보 당국이 결론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북극 인근 동토의 수형시설에서 의문을 죽음을 맞이한 반체제 인사 나발니 사망 배경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나발니 사망 뒤 러시아에 추가 제재에 나섰던 서방이 머쓱해지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 정보기관들은 푸틴이 나발니 살해를 지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보도했다. 비록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 사망 책임의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푸틴이 나발니 살해를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 미 정보기관들을 통솔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 국무부 산하 정보부서 등 미 정보기관 여러 곳이 푸틴이 나발니 살해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동의하고 있다. 일부 유럽 정보기관들도 미국 정보당국의 이 같은 견해를 전달받았다. 그러나 유럽 일부 국가들은 푸틴이 나발니 죽음에 직접 관련이 없다는 미 정보당국의 평가에 회의적이다. 푸틴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에서 대통령의 사전 인지 없이 나발니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들 유럽 당국자들의 판단이다. 특히 푸틴 지시로 나발니 암살 시도가 있었던 터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정상들은 나발니 사망 뒤 일제히 푸틴을 비난한 바 있다. 나발니 측근들도 푸틴의 크렘린이 그의 죽음을 사주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나발니의 오랜 측근인 레오니드 볼코프는 미 정보 당국의 이 같은 평가는 그릇된 것이라면서 푸틴이 몰랐다는 지적은 "지금의 러시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무도 모르고 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나발니는 2020년 부패 등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6년 형을 선고받았다. 2021년부터 러시아에서 수형생활을 하다 지난 2월 4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4-28 04:34:12[파이낸셜뉴스]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사회복무요원이 교사를 불법촬영하다 적발됐다. 25일 YTN 보도에 따르면 교사 박모씨는 경기 부천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병설유치원 교사로 일해왔다. 그러던 지난달 28일, 박씨는 학교 사회복무요원 A씨가 들고 온 서류를 결재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잠시 돌아선 사이 A씨가 치마를 입고 있던 자신에게 접근한 걸 알아챈 것이다. 박씨는 다음 날 A씨를 불러 추궁했고, A씨는 불법촬영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박씨는 곧바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런데 경찰 수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A씨 괴롭힘이 이어졌다. 박씨에게 수시로 전화를 거는가 하면 "죽음으로 죄를 갚겠다"는 글을 사진으로 찍어보낸 것이다. 불안증세를 보인 박씨는 결국 병가를 냈고, 여전히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사건 직후 분리조치 된 A씨는 근무지 변경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실형이 확정되기 전까진 복무가 중단되지는 않는다. 우선적으로 피해자 경호조치를 시행한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 포렌식을 통해 추가 피해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4-25 08:58:47국립오페라단이 내달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코른골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를 국내 초연한다. 1920년에 처음 상연된 이 작품은 후기 낭만주의 성격이 짙다. 유려한 멜로디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연상시키는 3관 편성의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내는 음향이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스릴러의 긴장감과 로맨틱한 음악으로 '대비의 미학'을 보여주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은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로덕션 미팅에서 "이 작품의 전체 미학 중 하나가 바로 대비 효과에 있다"면서 "죽음과 삶, 정신적 사랑과 관능적인 사랑, 엄격한 세계와 삶의 욕망들이 부딪히면서 작품이 이어진다"고 소개했다. 코른골트가 조르주 로덴바흐의 소설 '죽음의 브뤼주'를 원작으로 23세때 작곡한 '죽음의 도시'는 남자 주인공 '파울'이 죽은 아내 '마리'를 그리워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파울은 아내의 머리카락을 비롯해 그녀의 물건들을 그대로 보관하며 과거의 기억 속에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죽은 아내와 닮은 '마리에타'와 만나게 되지만 사랑과 신의를 요구하는 아내의 환영에 시달리다 결국 마리에타의 목을 조른다. 이후 정신을 차린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정돈된 방을 보고는 도시를 떠나기로 한다는 내용이다. '죽음의 도시'는 말러와 유사한 낭만주의적 선율과 함께 상실감에 따른 주인공의 절규를 드라마틱하게 전개한다. 최상호 단장은 "이 작품이 초연부터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것은 아마도 (1920년대 당시) 자신들의 상황과 겹쳐 보였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거대한 오케스트라 위에 하나의 서사가 활짝 펼쳐지는 경험과 동시에 상실감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덕션은 독일 지휘자 로타 쾨닉스와 스위스 연출가 줄리앙 샤바스가 이끈다. 로타 쾨닉스는 오스나브뤼크 극장의 음악감독을 역임하고 빈 주립오페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에서 모차르트부터 베르크까지 폭넒은 레퍼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또 줄리앙 샤바스는 마그데부르크 오페라극장의 극장장을 역임하며 현대 오페라 제작으로 오페라계에 이름을 알렸다. '죽음의 도시'의 하이라이트는 파올이 마리에타를 머리카락으로 죽이는 장면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샤바스 연출은 "마리에타는 죽은 후에도 무대 위에 등장할 예정이다. 일종의 상징적인 죽음을 만들어내려고 한다"면서 "공연을 보다 보면 현실과 꿈, 환각 사이에 끝없는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섬뜩한 스토리와 반대되는 따뜻한 위로의 아리아는 오페라 애호가들 사이에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1막에서 죽은 아내와 닮은 마리에타와 파울이 함께 부르는 '내게 머물러 있는 행복', 2막에서 선보이는 바리톤의 아리아 '나의 갈망이여, 나의 망상이여'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음악임에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유에 대해 국립오페라단 측은 "성악가들에게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라며 "파울 역은 B플랫, A음이 가득한 노래를 소화해야 하는 데다 강한 체력이 필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파울 역은 테너 로베르토 사카와 이정환이, 마리·마리에타 역은 소프라노 레이첼 니콜스와 오미선이 맡는다. 프랑크·프리츠 역엔 바리톤 양준모·최인식, 브리기타 역엔 메조소프라노 임은경, 줄리에트 역엔 소프라노 이경진, 루시엔느 역엔 메조소프라노 김순희, 빅토랭 역엔 테너 강도호, 알베르 백작 역엔 테너 위정민이 출연하며, 가스통 역은 임재헌이 맡아 팬터마임을 선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은 현장 공연의 생생한 감동을 온라인에서도 선보인다. '죽음의 도시'는 5월 25일 오후 3시 국내 최초 오페라 전용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에서 동시에 관람할 수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04-22 20:17:19황선홍호가 큰 고비를 넘었다. '죽음의 조'에서 생존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다음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예선 통과가 유력하다.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황선홍호가 2024 파리 올림픽 최종예선 첫판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이영준(김천)의 골로 승리했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17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후반 49분에 나온 이영준의 결승골로 아랍에미리트(UAE)에 1-0 승리를 거뒀다. 2024 파리 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하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죽음의 B조에 속해 있다. B조에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UAE가 속해있다. 한중일이 한 조에 속한 것은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다. 어느 대회든 조별리그 첫 경기 승리는 중요하다. 거기에 한중전, 한일전의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황선홍호로서는 UAE전에서 반드시 승리할 필요가 있었다. 경기는 시종일관 우리가 주도했다. 공 점유율은 전후반 내내 70%를 넘었다. 전반 18분 황재원(대구)의 왼발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때렸고, 이어진 상황에서 나온 안재준(부천)의 백힐 득점은 비디오판독(VAR) 결과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0-0으로 전반을 마친 황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카드를 쓰며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전반전 다소 부진한 홍시후(인천) 대신 돌파에 능한 강성진(서울)을 오른쪽 공격수로 투입했다. 또 안재준(부천) 대신 190㎝의 장신 스트라이커 이영준을 최전방에 세워 제공권을 강화했다. 후반 32분에는 조현택(김천)을 빼고 크로스가 좋은 이태석(서울)을 그라운드로 내보냈다. 황 감독의 교체 카드는 대성공이었다. 막혀있던 혈을 뚫었다. 장신 이영준은 공중볼 경합 6차례에서 모두 공을 따내 100%의 성공률을 보였다. 말 그대로 제공권을 완전하게 장악했다. 그리고 후반 49분 이태석이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이영준이 타점 높은 헤더로 마무리해 '극장 결승골'을 넣었다. 이영준은 군인답게 거수경례로 골 세리머니를 하며 분위기 띄웠다. 강성진 또한 과감한 돌파로 한국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비록 앞선 상황에서의 오프사이드로 골이 취소됐으나 후반 42분 헤더로 상대 골망을 흔들기도 했다. 1-0으로 경기를 앞선 상황에서는 현란한 드리블 돌파로 2번째 골을 노리기도 했다. 이날 한국의 경기 내용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공 점유율에서 73%대 27%로, 슈팅 수에서 16대 3으로 크게 앞섰는데도 1점밖에 올리지 못했다. 특히 크로스를 무려 43개(UAE 6개)나 올렸는데도 무위에 그쳤다. 하지만 첫 경기의 부담을 이겨내고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낸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성과다. 해당 대회는 전체 골득실보다 상대 전적을 더 우선시하기 때문에 일단 경기를 이기고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은 앞서 열린 경기에서 퇴장 악재를 딛고 중국에 1-0 승리를 거둔 일본(승점 3)과 공동 1위에 자리했다. 또한, 조별리그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첫 판을 승리로 장식한 한국은 남은 한중전, 한일전의 부담감을 어느 정도 줄였다. 중국과의 2차전을 승리하면 일단 예선은 통과다. 한국은 19일 오후 10시 중국과 2차전을, 22일 오후 10시 일본과 3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이 대회 첫 경기 무패 행진을 6회째(5승 1무) 이어갔다. 또 UAE와 U-23 대표팀 간 전적에서는 8승1무2패를 기록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4-17 10:43:36[파이낸셜뉴스] 황선홍 감독이 첫 경기에 올인을 선언했다. 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7일 오전 0시 30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UAE와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아랍에미리트(UAE)와 조별리그 B조 1차전을 치른다.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어야 파리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받는다. 황선홍호가 이 목표를 달성하면 한국 축구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 10회 연속 진출의 대업을 이룬다. AFC에 따르면 황 감독은 15일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우리 조는 모든 팀이 강하다. 죽음의 조라는 걸 인정한다"며 "첫 경기가 중요하다. 모든 걸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선홍호는 UAE, 일본, 중국과 B조로 묶였다. 대회 직전까지 황 감독은 해외파 차출 난항으로 골머리를 앓았다.황 감독은 애초 해외파 선수로 김민우(뒤셀도르프), 양현준(셀틱), 정상빈(미네소타), 김지수(브렌트퍼드), 배준호(스토크시티)를 호출했는데, 공격수 양현준·수비수 김지수·미드필더 배준호는 소속팀의 차출 반대로 합류가 불발됐다. 하지만 황 감독은 크게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대회 전 유럽으로 가서 차출 문제로 협상했으나 계획이 무산되었다” 면서 “감독으로서 답답하고 아쉽지만 여러 가지 계획이 있다. 문제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별리그를 통해 선수들이 하나의 팀, 조직적인 팀이 되길 바란다. K리그에서 뛰는 우리 선수들이 대회 전 기간에 장점과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중국, 일본, UAE와 한 조에 묶여있다. 만일, 첫 경기에서 지면 예선탈락도 가능할 정도로 강한 조에 속해있다.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걸고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4-16 08:54:51[파이낸셜뉴스] 제주에서 직박구리 등 새 수백마리가 떼죽음 한 가운데 귤에 고의로 농약을 주입한 과수원 주인이 붙잡혔다. 그는 과수원 내 귤을 쪼아먹는 텃새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서귀포시 남원읍 한 과수원 감귤에 일부러 주사기로 농약을 주입해 이를 쪼아 먹은 직박구리와 동박새 등 새 200여 마리를 폐사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수원은 A씨 소유로 알려졌다. 27일 "새들이 무더기로 죽고 있다"는 행인 신고를 접수한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와 자치경찰은 현장 조사를 벌여 농약 중독을 폐사원인으로 추정했다. 수사에 착수한 자치경찰은 목격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같은날 오후 주거지 인근에서 검거했다. A씨는 자치경찰 조사에서 "새들이 과수원 귤을 쪼아먹어 화가났다"며 "실제 죽을 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차량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살충제 성분의 농약도 발견됐다. 자치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폐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죽은 조류 샘플과 해당 과수원 감귤을 수거해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 등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3-28 21:41:00[파이낸셜뉴스] MBC 제3노조가 18일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했던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해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제3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박 대령과 MBC의 보도만 보면 마치 해병대 전체가 나서서 채 상병을 죽음으로 내몬 것처럼 되어있다"며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한 박 대령의 의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제3노조는 "해병대 임성근 사단장은 부대 홍보에 눈이 어두워 부하 장병의 목숨을 가벼이 여긴 사람으로 매도되고 있는 것 같다"며 임 사단장이 수색부대에게 '출동 당일' 실종자 수색업무를 전달한 것과 구명조끼나 로프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아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박 대령의 논리는 억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박정훈 대령 등이 임 전 사단장 등을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했음에도 국방부 검찰단이 이를 회수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제3노조는 "단순히 구명조끼나 로프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거나 출동 당일 수색업무임을 알려 보호장구를 충분히 갖출 시간을 주지 않았다 사망사고에 바로 이를 수 있나"라면서 "보호장구에 대해 지시를 하지 않은 부작위만으로 사망의 인과관계에 이르는 것은 법리상으로 입증이 매우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여단장이 지침으로 장화 깊이까지만 입수하도록 지시했는데 대대장이 임의대로 허리 깊이로 입수할 것을 지시한 것까지 사단장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제3노조는 의문을 제기했다. 무엇보다 제3노조는 박 대령이 사단장부터 말단 장교까지 8명을 모두 기소 의견을 낸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3노조는 "이 사건이 이렇게까지 커진 것은 박 대령이 마치 정의의 대변자인 것처럼 군 수뇌부와 충돌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밖에 여겨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3노조는 박 대령이 작성한 내사보고서에 대해서도 "국방부 장관 이하의 지휘체계에 따라 군의 의사에 따라 작성돼야 하는데 장관이 내용을 수정한다는 것이 외압일 수는 없다"며 외압 논란을 일축했다. 이어 "제발 군을 정치판으로 만들지 말고 죽은 채 상병의 영혼을 달래고 유족에 대해 사과하는데 집중하도록 하자"면서 "지휘관 전체를 사법처리하는 식의 응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고 촉구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24-03-18 17:59:37'톺아보다'는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내책 톺아보기'는 신간 도서의 역·저자가 자신의 책을 직접 소개하는 코너다. 50대 중반을 넘어서니 주변에서 탄생보단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 접한다. 결혼도 안 한 자식들에게서 당분간 손자, 손녀 볼 일이 없다 보니, 다들 70대, 80대에 이른 부모의 부고장만 주고받는다. 소원했던 일가친척과 한동안 못 보던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가 고작 장례식장이다. 2024년 2월 24일, 시어머니가 여든여덟 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다. 정신은 누구보다 총명했지만 일 년 가까이 거동을 못 하셨다. 집에서 아들과 딸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다가 마지막 며칠은 병원 중환자실에서 모르핀 주사로 통증 없이 편안히 가셨다. 2023년 9월 30일, 친정엄마가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갑자기 어지럽다면서 쓰러지셨다. CT 검사 결과, 교뇌출혈이라 수술도 못 한다고 했다. 연명치료를 할지 가족과 의논해 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뇌출혈은 발생 부위에 따라 다섯 가지 유형이 있는데, 증상으로 혼수 상태와 사망이 언급되는 유형은 교뇌출혈밖에 없다. 다행히, 엄마는 출혈이 멈추고 의식이 돌아와 이젠 회복기 재활병원에서 열심히 치료받고 있다. 그래도 우측 뇌에 출혈이 더 많았던 탓에 왼쪽 편마비라 아직 갈 길이 멀다. 문득 몇 년 전 번역했던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가 떠올랐다. 영국의 공중보건의사이자 완화의료 전문가인 레이첼 클라크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살았던 환자들과 아버지에게서 배운 삶과 사랑의 의미를 전하는 책이다. 제1부는 인간다운 죽음을 맞기 위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은 이야기, 죽음을 피하려 애쓰다 잃어버리는 것들, 사랑하는 사람과의 절절한 이별,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심폐소생술의 비극, 전쟁터 같은 병원에서 접하는 피비린내와 고통을 생생하게 전한다. 제2부는 완화의료 전문가로 일하면서 만난 여러 환자와 아버지의 대장암 투병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전한다. 최악의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살고자 했던 사람들, 마지막까지 인간적 가치를 잃지 않았던 사람들이 전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애초에 문학도를 꿈꾸고 또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던 만큼 문학적 아름다움도 넘친다. 레이첼은 남들이 피하는 응급실 근무를 자처하며 사람을 살리는 의학의 역할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환자를 사람이 아닌, 고쳐야 할 장기나 부속품으로 대하는 냉혹한 의료 현실에 직면했다. 결국, 환자 중심의 의술을 펼칠 수 있는 분야를 고심하다 말기 환자들의 인간다운 죽음을 다루는 완화의료(호스피스) 전문가가 되었다. '호스피스(hospice)'와 '병원(hospital)'은 환대(hospitality)와 마찬가지로 호스페스(hospes)라는 라틴어에서 비롯됐는데, 호스페스는 '집주인'과 '손님'과 '낯선 사람'을 모두 뜻하는 말이다. 레이첼은 호스피스가 원래 의미대로 주인과 손님과 낯선 이들을 제대로 대접하는 곳이길 바란다. 가정과 병원의 장점을 모아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의료 혜택을 누리는 곳이길 바란다. 그렇게만 된다면 환자는 손목에 감긴 밴드만큼 움츠러드는 정체성과 대형 상점에 진열된 통조림처럼 바코드로 인식되는 것에 대한 충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의사(doctor)'는 라틴어 도세르(docere)에서 온 말로 '가르치다'라는 뜻이다. 반면 '환자(patient)'는 파티엔스(patiens)에서 온 말로 '참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요즘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의사들이 거리로 나가서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마구 가르치려 들고 있다. 그들의 가르침에 일부 수긍할 점이 없지 않지만, 안 그래도 참을 게 많은 환자와 보호자는 인내심이 극에 달한다. 레이첼은 모든 의학도에게 일시적으로 질병을 한 가지씩 경험하도록 처방하고 싶다고 말한다. 심각한 질병으로 파국적 결과를 예측할 수도 있는 진단을 받아본 경험이 없다면, 의사들이 어떻게 환자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레이첼의 아버지처럼 우리 시어머니도 확실히 복 받은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자식들과 여덟 명이나 되는 듬직한 손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큰 고통 없이 이승의 충만한 삶을 마감하셨으니까. 시어머니는 이제 그간에 살아온 삶으로 기억될 것이다. 친정어머니는 혼자선 아무것도 못 하는 현실을 부정하며 노상 '죽고 잡다'를 외치셨지만, 이젠 다시 생명의 불꽃을 태우며 부활을, 아니 재활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신다. 레이첼의 절절한 이야기를 우리말로 옮겼던 경험 덕분에, 그간의 일들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조금은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애초에 죽을 운명을 타고난 생명체라는 잔인한 현실 앞에서도 내게 닥친 현실을 충실히 감당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박미경 번역가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3-07 18:33:02[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는 19일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최근 급사한 것을 두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정부는 근래 러시아에 선명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러시아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나발니의 사망을 애도한다”며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발니는 러시아 야권의 대표적인 인사다. 지난 16일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교도소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망 전날 법원 온라인 출석 때 농담을 할 만큼 건강한 모습이었다는 점과 당국의 지나치게 신속한 사망 발표로 돌연사가 아닐 수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인사다. 상대국 정상이 정치적으로 날을 세우는 특정 인사를 두고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조사를 촉구한 것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근래 러시아에 직접적으로 요구를 밝혀오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지난 1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편향적”이라고 비난하자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는 3일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를 초치한 같은 날 장호진 국가안보실장도 나서 방한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을 비공개로 만나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튿날인 4일에는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루덴코 차관과의 한러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북한-러시아 군사협력 즉각 중단을 요구키도 했다. 이처럼 러시아에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하게 된 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조 장관은 지난달 12일 취임식 후 브리핑에서도 러시아에 관해 “근본적인 요소인 우크라이나 전쟁이 해소되지 않는 한 획기적인 관계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2-19 16:20:34[파이낸셜뉴스] 소방관 출신의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36)이 오는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다시 소방관으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 의원은 지난 5일 YTN '뉴스라이브'에서 "소방관들의 순직에 대한 마음의 죄책감이 유일한 불출마 선택의 이유"라며 "수험생으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을 근무했어도 경력이나 경험들로 인정받아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달리 없다. 다른 수험생들과 똑같이 수험 생활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라며 "남은 임기 동안 마지막 숙제 하나라도 더 하고 임기가 끝난 뒤에 수험생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대를 걸어준 의정부 시민들이나 소방 부분에서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건 너무나 죄송하다"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오 의원은 "10~20년 동안 소방관의 소망이자 염원이었던 '안전' 관련 입법들을 바꿔나가고 제도도 개선하는 등 많은 성과를 냈음에도 벌써 3년째 12명의 동료 선배, 후배들을 현충원에 묻었다"라고 착잡해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한 노력의 한계와 그분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마음의 짐, 죄스러움을 느꼈다"라며 "그분들은 위험한 현장에 여전히 달려가고 있는데 '나는 더 큰 정의나 역할을 위해 여기 있을 테니 당신들 거기에 가라'는 마음의 짐을 더 이상 짊어질 자신이 없다"라고 털어놨다. 일각에서 오 의원이 당내 비주류인 '친낙계(친이낙연계)' 의원이라 공천을 못 받을 가능성이 있어 불출마를 선언한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서는 "굉장히 모욕적"이라며 발끈했다. 오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 시점은 총선 1년 전인 지난해 4월 10일인데 그때부터 공천에 대한 불안감을 생각할 이유도 없고 그럴 만한 시점도 아니었다"라고 했다. 앞서 2022년 3월부터 원내대변인을 맡아 '당의 얼굴'로 활동해온 오 의원은 지난해 4월 10일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입법 활동으로 현장의 수많은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다. 소방관으로 돌아가겠다"라고 밝혔다. 정치 현실에 좌절한 것도 불출마의 이유라고 했다. 오 의원은 "오늘날 정치는 상대 진영이 누가 더 효과적으로 오염시키는지를 승패의 잣대로 삼으려고 한다"라며 "국민이 외면하는 정치 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오 의원은 2010년 광진소방서 119구조대원으로 경력을 시작해 2019년 12월 중앙 119구조본부 항공대원으로 퇴직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4-02-06 06:4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