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기 2년전인 지난 1995년 경제전문지 포천은 “홍콩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실었다. 당시 반환 날짜가 점차 다가오면서 외신들은 영국령 홍콩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홍콩의 주권이 공산국가인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기사들을 쏟아냈었다. 포천의 기사 제목은 자본주의가 활개를 치면서 자유를 누려온 홍콩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을 잘 보여줬다. 반환 초기의 홍콩은 비교적 평온했다. 식민지 시절의 공공기관 휘장과 게양 국기가 교체된 것 외에는 반환 4개월 뒤에 직접 방문했을때 이전의 홍콩과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빅토리아 여왕과 조지 6세의 동상도 공원에 그대로 남았고 중국군이 주인이 된 옛 영국군 사령부의 간판도 교체되지 않은 상태였다. 중국으로의 반환 23년이 지난 지금 2047년까지 보장됐던 홍콩인들에 의한 자치는 갈수록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캐리 람 홍콩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도입하려하자 시민 100만여명이 거리로 나오면서 민주화 운동이 촉발됐다. 홍콩 경찰은 최루탄과 공기총, 물대포를 동원해 강경 진압을 하면서 이미지를 구겼고 한 전철역에서 폭력배들이 시민들을 무차별 구타하는데도 늑장 출동해 결탁 의혹이 제기됐다. 산발적으로 발생하던 시위는 최근 들어 경찰의 대대적인 시민 검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많이 수그러든 상태다. 중국 정부의 꼭두각시나 마찬가지인 홍콩 정부는 지난 4월 코로나19를 틈타 지난해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을 창당한 마틴 리와 반중국 성향의 매체 넥스트 미디어 창업자 지미 라이 등 민주 인사 14명을 기습 구속했다. 송환법 반대 행진이 시작된 지난해 6월9일부터 올해 5월29일까지 8981명이 구속됐다. 송환법은 철회됐지만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외세개입과 테러방지, 사회안정을 빙자한 국가안보법을 홍콩 입법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도입하기로 하면서 홍콩의 자치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기업과 학계, 문화예술계를 포함해 각계에서는 중국 눈치를 보느라 잇따라 국가보안법 지지 성명를 내고 있다. 홍콩을 대표하는 기업인인 리카싱 청쿵실업 창업자와 홍콩 전력의 75%를 제공하는 CLP홀딩스의 마이클 카두리 회장이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홍콩의 8개 공립대 총장들과 문화연예계 인사 수백명도 지지 성명을 공개했는데 명단에는 사망한 배우 장국영과 매염방 이름까지 포함돼 조롱거리가 됐다. 영국인들이 세운 홍콩기업인 스와이어와 자딘매티슨 뿐만 아니라 영국계 은행인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SC)까지도 중국의 눈치를 보며 결국 지지 성명을 냈다. 렁춘잉 전 홍콩 행정장관은 HSBC가 국가보안법에 계속 침묵을 지키자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빨리 결정하라고 경고하면서 대체할 중국계나 외국은행들은 얼마든지 많다고 압박했다. 결국 피터 웡 HSBC 아시아·태평양 최고경영자(CEO)는 홍콩 시내에서 친중 인사들이 보는 앞에서 지지한다고 서명한 것으로 보도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홍콩의 혼란은 캐리 람 행정장관의 미흡한 대처 책임이 크다. 람 장관은 홍콩에서 출생해 명문학교들을 거쳐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영국 캠브리지대학교를 재학한 ‘국비유학생’이었다. 영국 식민지 정부에서 공무원으로 재직해 자유를 누리며 출세했던 그가 행정장관으로써 홍콩인들의 자유를 위해 중국 정부에 바른 말을 하기는 커녕 중국 공산당과 소수의 친중 홍콩 인사들을 위한 꼭두각시가 됐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가 한창일대 민주 진영과 진지한 대화 시도는 하지도 않았고 3개월뒤에야 결국 철회했지만 홍콩 경찰의 잦은 폭력 진압에 민심은 등을 돌렸다. 이러는 사이 홍콩의 관광과 유통업이 큰 타격을 입었으며 설상가상으로 올해들어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쳤다. 외신들에 따르면 국가안보법 도입에 따른 불안과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에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홍콩을 떠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헤지펀드들은 ‘홍콩은 죽었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홍콩 철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월봉으로 41만홍콩달러(약 6400만원)나 받는 람 행정장관의 무능한 대처에 홍콩은 25년전 포천지의 제목처럼 이미 죽었는지도 모른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0-06-12 07:31:50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이 아시아 4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종합 미디어 그룹 아크미디어가 제작하고 '그리드'의 박철환이 연출했다.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의 신작이다. '지배종'은 전 세계 OTT 플랫폼 내 콘텐츠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서 6일 기준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4개국에서 5월 3~5일 디즈니+ TV쇼 부문 3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5월의 황금 연휴 기간 내내 1위 자리를 지켰다. 오는 8일 마지막 에피소드 공개를 앞둔 '지배종'은 인체 실험을 앞둔 ‘윤자유’(한효주)의 운명과 ‘BF’를 지키려는 자들, 그리고 ‘BF’를 빼앗으려는 ‘선우재’(이희준) 일가의 최후 결투를 앞뒀다. '지배종'은 2025년 새로운 인공 배양육의 시대를 연 생명공학기업 BF의 대표 ‘윤자유’와 그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퇴역 장교 출신 경호원 ‘우채운’(주지훈)이 의문의 죽음과 사건들에 휘말리며 배후의 실체를 쫓는 서스펜스 스릴러 드라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5-06 11:59:29[파이낸셜뉴스] 현재 배양육을 개발 중인 업체가 전 세계적으로 100곳이 넘는 가운데, 배양육을 소재로 한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연출: 박철환, 각본: 이수연)이 공개와 함께 화제를 모으고 있다. 17일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배종’은 지난 10일 1, 2화 에피소드가 공개된 이후 4일 연속 디즈니+ 한국 TV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또한 홍콩, 대만, 일본, 싱가포르에서도 톱 10에 올랐다. K-콘텐츠 경쟁력 조사 전문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공식 플랫폼 펀덱스(FUNdex)에서 발표된 4월 2주차 자료에서도 ‘지배종’은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결과에서 5위를 차지해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2025년 배경, VR로 경호원 면접 등 실감콘텐츠 눈길 ‘지배종’은 2025년 새로운 인공 배양육의 시대를 연 생명공학기업 BF의 대표 ‘윤자유’(한효주)와 그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퇴역 장교 출신의 경호원 ‘우채운’(주지훈)이 의문의 죽음과 사건들에 휘말리며 배후의 실체를 쫓는 서스펜스 스릴러 드라마이다. 드라마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의 신작으로, 공개 전부터 참신한 소재로 기대를 받았다. 공개 후 2025년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선 AI, VR 등 실감콘텐츠가 그럴싸하게 구현돼 눈길을 끌었다. 신제품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소떼가 사람들을 향해 달려오고, BF 그룹의 경호원을 뽑는 과정에선 VR로 면접을 본다. 또 윤자유는 일상적으로 인공지능 AI 장영실을 비서로 활용한다. BF 내 공간 역시 색다르다. 앞서 이수연 작가는 디즈니+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일하는 공간이 평등하단 느낌을 주길 바랐다. 보스 ‘윤자유’와 그 밑에 연구원들이란 상하관계가 아니라 그들은 비슷한 공간에서 일하고 연구한다는 느낌을 바랐다"고 밝혔다. 또 “회사 외형상으론 어마어마한 캠퍼스라는 게 구현되길 바랐다”며 “좀 욕심내서 표현하자면, IT회사 대표들이 옷차림은 장롱 밑바닥에 구겨져 있을 것 같은 티셔츠나 입고 다니지만 그들 회사는 엄청난 것처럼”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시간적 배경에 대해 “대본을 쓴건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라며 “드라마의 시간적 배경이 2025년이니까 집필 기준 3년 정도 후의 일이었다”며 “매우 가까운 미래이기 때문에 SF 장르까지는 아니고, 환경적 이상향 하나가 실현된 이후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지구, 배양육 소재 집필 의도 "개인적 바람" ‘지배종’은 지구가 기후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상용화가 코앞에 다가온 배양육을 소재로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작품을 집필하게 된 계기와 기획 의도를 묻는 질문에 이수연 작가는 “개인적인 바람에서 비롯됐다”고 답했다. “동물 안 잡아먹어도 되고 식량 생산을 위해서 숲을 밀어버리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며 “그렇게 되면 수많은 농축산업 종사자들분, 도살장부터 사료업체까지 미칠 영향도 매우 크겠구나, 그렇지만 피할 수 없는 매우 근미래의 일인데, 어떻게 될까 하는 여러 생각도 들었다”고 답했다. 앞서 이수연 작가는 ‘비밀의 숲’을 통해 검사의 세계를, ‘라이프’에서는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문제를 다뤘다. 전작들과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표면적으로 가장 큰 차이점은 이전 작품들은 현실에 기반을 둔 것이었고 ‘지배종’은 아직 오지 않은 2025년이 배경이란 점”이라고 답했다. “‘윤자유’ 캐릭터의 키워드는 ‘전진’입니다. ‘윤자유’는 전 세계 배양육 시장의 지배자이기 때문에 전 세계 1차 산업 종사자들한텐 원수 같은 인물이지요. 그래서 ‘자유’를 증오하고 해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성공을 질투하는 사람들도요. ‘자유’는 본인을 향한 거센 도전이 있다는 걸 잘 알고 그럴만한 이유도 충분하다는 것도 알지만 그럼에도 오로지 전진하는 인물입니다.” ‘우채운’과 ‘윤자유’는 서로에 대한 의심으로 관계가 시작되지만 다양한 사건을 겪으면서 연민과 신뢰를 갖게 된다. 그는 “‘윤자유’와 ‘우채운’은 서로 필요에 의해서 얽히게 된 인물”이라며 “의도를 가진 인물들이고 또한 고용인과 고용주의 관계이기 때문에 최대한 이 균형을 유지하며 쉽게 가까워지지 않기를 바랐다. 감정 교류를 일정 기간 차단하고 서로 끊임없이 의심하고, 합을 이루기 전에 먼저 힘을 겨루는 단계가 먼저인 관계”라고 설명했다. ‘’지배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전진”이라는 단어로 짧게 답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실 한 가지입니다. 많이 보셨으면 합니다. 화제작이 되고 인기작이 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만드는 과정을 본 저로선 이렇게 많은 분이,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서 마음을 모았으니 그 결과가 다른 분들께도 많이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4-17 23:08:05[편집자주] 일본 만화 '드래곤볼'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가 지난 1일 사망한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습니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전 세계 팬들은 SNS 등을 통해 그를 추모했습니다. 원피스, 나루토 등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가들은 쉽게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작가로서 그는 어떤 발자취를 남겼을까요, 그의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드래곤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일본 만화 '드래곤볼' '닥터슬럼프' 등을 그려낸 만화계의 큰 별, 토리야마 아키라(鳥山明明)가 사망했다. 향년 68세.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토리야마 작가의 작품을 언급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또 각계각층에서 그의 공적을 기리고 있다. 아울러 일본 출판업계에 따르면 토리야마 작가(이하 편의상 존칭 생략)의 작품을 구매하고 추모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또 유튜브에서는 실시간 생방송으로 그를 추모하는 방송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 일본 네티즌은 유튜브 댓글로 "큰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토리야마"라고 애도했다. 日 정부, 만화계, 시민, 동료 작가 등 토리야마 추모 물결 9일 NHK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토리야마는 지난 1일 급성 경막하혈종으로 세상을 등졌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전날(8일) 그의 사망 소식과 관련해 "(토리야마 작가는) `닥터슬럼프`, `드래곤볼` 등 국내외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게임 `드래곤 퀘스트`의 캐릭터 디자인 등 만화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에서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또 "개인적으로 닥터슬럼프를 깊게 추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리야마 업적에 대해서는 "일본 콘텐츠가 세계에서 폭 넓게 인정받고, 일본 관광객의 증가로도 이어졌다"라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도 고인의 별세 소식에 애도의 뜻을 밝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토리야마 선생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족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은 저명한 만화가로, 그의 작품은 중국에서도 깊은 환영을 받았다”며 “나는 적지 않은 중국 네티즌 역시 그의 별세에 애도를 표했다는 데 주목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일본의 더 많은 식견 있는 사람이 중일 문화 교류와 양국의 우호적인 사업에 적극 뛰어들 것이라 기대하고, 그렇게 믿는다”고 덧붙였다. 또 토리야마 아키라 스튜디오 측은 고인의 부고 소식을 알리며 "그는 열심히 하던 일도 있었고 아직 이루고 싶은 일도 많았을 것이다. 정말 안타깝다"고 전했다. 아울러 "토리야마 아키라는 전 세계 팬들이 지지해준 덕분에 45년 넘게 창작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그의 작품 세계가 오랫동안 여러분에게 사랑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고인이 오랜 시간 연재했던 슈에이샤(집영사)의 주간 만화잡지 '소년 점프'는 이날(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본지에 많은 작품을 발표했던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며 "선생이 그린 만화는 국경을 넘어 세계에서 읽혔고 사랑받았다. 그가 만들어낸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과 압도적인 디자인 센스는 많은 만화가와 창작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며 추모했다. 게임 제작사 '스퀘어 에닉스'는 자사의 게임 '드래곤 퀘스트' 캐릭터 디자인을 토리야마가 긴 시간 담당했다면서 자사 사이트에 추모의 글을 게재했다. '드래곤 퀘스트' 팀은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님은 오랜 세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다"면서 "광대한 모험의 세계를 그려 냈습니다. 슬라임을 비롯한 마물(몬스터)이면서도 어딘가 사랑스러운 몬스터들은 '드래곤 퀘스트'의 세계에 따뜻함을 주셨습니다. 그가 만든 캐릭터와 세계관은 앞으로도 '드래곤 퀘스트'에서 숨쉴 것 입니다"라며 추모했다. 외신도 그의 죽음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는 "그의 만화는 많은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게임에 영감을 줬다"면서 "폭넓은 세대의 만화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전했다. 영국 BBC는 "전 세계 팬들은 그들의 어린 시절의 일부가 된 캐릭터들을 만들어낸 토리야마 씨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화를 예술의 경지로 이끌어…너무 동경했다" 일본 현지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한편, 토리야마는 어린 시절 자신의 추억을 빛내준 작가라며 애도하고 있다. 특히 원피스, 나루토 등 인기 작가들은 그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는 한편, 일부는 부고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8일 아시히신문 홈페이지에는 해당 신문사 소속 한 기자가 토리야마 아키라 부고 소식을 전한 기사에 직접 댓글을 달아 그를 추모했다. 그는 "저는 올해 50세가 되었습니다. 드래곤볼, 닥터슬럼프를 읽은 세대입니다. 슬라임(극 중 몬스터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라고 했다. 그는 "지금 우리 자녀들은 드래곤볼 애니메이션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함께 보고 있으면 세대에 관계없이 역시 재미있는 작품은 언제의 시대도 재미있는 것 같아, 토리야마 씨, 멋진 작품, 멋진 게임 캐릭터에 감사드립니다"라고 추모했다. 또 같은 매체에 따르면 '원피스' 작가 오다 에이치로는 토리야마 아키라가 만화를 예술의 경지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슬픔이 밀려옵니다"라며 "어린 시절부터 너무 동경하고 있어 처음으로 이름 불린 날도 기억하고 있습니다"라며 그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이어 "'만화를 읽으면 바보가 된다'는 시대부터 '어른도 아이도 만화를 읽고 즐기는 시대'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라고 토리야마를 평가했다. '나루토'의 작가 기시모토 마사시 씨는 그의 부고 소식에 "갑작스런 일로 무엇을 어떻게 (부고 글을) 쓰면 좋을지 솔직히 모릅니다"라며 "다만 지금은 토리야마 선생님에게 언젠가 듣고 싶었던 일, 생각을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닥터슬럼프, 드래곤볼 등 선생님의 만화와 함께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것도 없었던 시골의 소년에게 매주 드래곤볼을 만날 수 있던 것은 구원이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선생님은 항상 내 지침이었습니다. 동경했습니다."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거듭 "선생님께 전하고 싶은 이 문장도 제대로 쓸 수 있을지는 것 같지 않습니다"라며 토리야마 아키라의 죽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어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님, 45년 동안 많은 즐거운 작품에 감사드립니다. 고마워요.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님의 편안한 잠을 기원합니다"라고 애도했다. 만화 좋아했던 고등학생…`점프` 편집자 `토리시마`와 운명적 만남 1955년 아이치현 나고야에서 태어난 토리야마 작가는 천재 만화가로 꼽힌다. 하지만 처음부터 만화가나 만화 문하생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타고난 재능은 있었지만, 아예 다른 직업을 선택해, 먼 길을 돌아왔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졸업 후, 디자인 관련 회사에 취직했다고 한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3년 만에 퇴직하고 만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여러 잡지에 투고작을 보냈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스타워즈 같은 SF 장르를 좋아해 이를 토대로 작품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의 만화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점프' 편집자였던 토리시마 카즈히코 눈에 띄어 새로운 원고를 가져와 보라고 권유받아 본격적으로 만화계에 입문한다. 토리시마는 그의 그림 실력이나 스토리가 아닌 만화 효과음 등을 영어로 표현한 토리야마의 센스가 마음에 들어 그를 발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토리시마는 스토리가 엉성하거나 그림이 이상하면 바로 수정을 요구하는 소위 '호랑이 편집자'였다고 한다. 그렇게 토리야마는 수많은 원고를 폐기당한 뒤 1978년 단편 '원더 아일랜드'로 데뷔할 수 있었다. 이 작품과 관련 토리시마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독자 반응을 언급하며 "최악이었다"라고 말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실제로 해당 작품의 인기순위는 최하위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렇게 무명 작가의 시간을 보내던 그는 1980년 사람과 로봇, 외계인이 공존하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장편 만화 '닥터슬럼프'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비로소 토리야마는 만화계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고인은 이 작품으로 1981년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 만화상을 받았다. 성룡 좋아했던 만화가…드래곤볼 세계관에 큰 영향 1984년 토리야마는 `드래곤볼` 연재를 시작한다. 이와 관련 드래곤볼 탄생 배경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숨어있다. 1989년 소년점프 10·18호에 게제된 인터뷰에 따르면 닥터슬럼프를 연재하고 있던 1980년 중반, 토리야마는 성룡(재키 찬)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이때 성룡의 영화들에 깊이 매료되어서 `기룡 소년 드래곤 보이` 라는 캐릭터 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밝혔다. 해당 작품은 드래곤볼의 원형이 되었던 단편집이다. 기룡 소년의 캐릭터 정체성은 고스란히 손오공 캐릭터로 옮겨갔고, 서유기 분위기에 7개의 구슬을 찾아다니는 설정을 넣어 드래곤볼을 탄생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해당 인터뷰에서 "이 '기륭 소년'이 예상 외의 호평을 받아, 이를 계기로 소재가 고갈됐던 닥터 슬럼프를 끝내고 쿵푸 느낌의 만화를 새로 연재하기로 했다"고 당시 상황을 밝히기도 했다. 훗날 성룡과 토리야마는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과시한다. 1984년 성공적으로 연재하던 닥터슬럼프는 홍콩에서도 큰 히트를 기록했고 이를 계기로 홍콩에서 성룡도 이 만화의 팬이 된다. 성룡이 출연한 영화 'My lucky star'에서는 닥터 슬럼프의 주인공 아라레 캐릭터도 등장한다. 이후 1986년 성룡이 영화 촬영으로 일본을 방문하는데, 이때 토리야마를 만난다. 당시 두 사람의 만남은 한 잡지에 실리면서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일으켰다. 성룡은 "저는 닥터슬럼프의 영향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하고, 토리야마는 "저는 성룡 영화를 참고하여 드래곤볼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드래곤볼에서 쿵푸 등 각종 권법이 등장하는 배경에는 성룡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년간 500쪽 이상 폐기 경험…전매특허 '먹칠 펜화' 탄생 그렇게 시작한 드래곤볼은 처음에는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토리시마와 토리야마가 연구한 끝에, 각종 캐릭터의 성격을 부여하고 '천하제일무술대회' 이벤트, 피콜로 대마왕 등 다양한 캐릭터까지 탄생시키며, 이 만화는 그야말로 메가 히트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지점이 있는데 닥터슬럼프, 드래곤볼 등 토리야마 작품은 먹칠과 펜화만으로 그림을 그리는데도 불구하고 입체감을 잘 살렸다고 호평을 받는다. 이런 배경에는 깐깐한 편집자 토리시마가 자리하고 있다. 그는 토리야마에게 재수정을 계속 요구하며 고인은 1년간 500쪽 이상의 수많은 원고를 폐기당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나온 독특한 화풍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화풍은 원피스, 나루토 작가 등 일본 만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드래곤볼 단행본은 20개 넘는 언어로 번역됐으며, 약 2억 6000만부가 간행됐다. 드래곤볼이 콘텐츠 산업 등 경제 가치는 세계 시장에서 2020년 기준 약 2500억엔(약 2조 767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때문에 정부 관료까지 나서서 드래곤볼의 연재 종료를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에네르기파' 라는 극 중 대사도 유행했다. 이는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거북선류 권법의 필살기이자, 드래곤볼을 상징하는 기술이다. 어떤 메시지도 없는 드래곤볼…철저하게 '오락'으로만 소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지만, 드래곤볼에는 교훈적 메시지나, 토리야마 개인의 철학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관련해 고인은 2013년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만화에 메시지가 없다'는 질문에 "제 만화의 역할은 오락에 철저한 것"이라며 "(독자가)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무엇도 남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식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후 토리야마는 자신의 작품으로 일본 콘텐츠 업계에 큰 획을 긋는다. 2004년 제4회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인터랙티브 부문 대상(드래곤 퀘스트 VII: 에덴의 전사들), 2006년 일본 미디어 예술 100선 만화 부문 3위 선출(드래곤볼), 2013년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40주년 특별상, 2019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 등을 수상했다. 한편 일본 언론에 따르면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의 대표작인 닥터슬럼프, 드래곤볼을 구매하겠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도쿄의 한 서점은 아예 토리야마의 작품 특별관을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고인은 생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기도 했다. 어쩌면 이미 완결이 있는 드래곤볼의 또 다른 시작을 염두한 말은 아니였을까. "한 번 더 나 자신으로 태어나고 싶다. 더 재능 있고 싶다." - 토리야마 아키라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3-09 08:15:38【베이징=정지우 특파원】이미 영결식과 화장이 진행된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의 유족이 철저한 사인 조사를 요구했었다는 소문이 있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보도했다. VOA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따르면 리커창의 유족은 고인이 심장마비로 급사했다는 공식 사인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고 한다”면서 “앞서 전직 신화통신 기자이자 공산당원인 구완밍은 인터넷에 올린 공개서한을 통해 리커창의 시신을 서둘러 화장하지 말고 비정상적인 사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니 부검 등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최고 지도부도 리커창의 예상하지 못한 죽음에 충격을 받았고 부고도 준비되지 않아 사망 발표 10시간여 후에야 공식 부고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국이 리커창의 죽음과 관련해 제기될 모든 음모를 차단하고자 일단 가능한 한 빨리 사망 사실을 발표하기로 결정했다는 상하이 정법대 천다오인 교수의 발언을 소개했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리커창이 머물던 상하이 한 호텔에서 수영한 후 심장마비가 와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3-11-03 08:55:17[파이낸셜뉴스]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도 반드시 있는 법이고. 그래서 사실 주름 생기는 거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매일 실수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살아가는 게 정상이다" 전설의 홍콩배우 주윤발의 5년 만 스크린 컴백작 '원 모어 찬스'가 11월 개봉을 앞둔 가운데, 주윤발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으며 5일 정오 공식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5일 이 영화의 수입 및 배급사 콘텐츠리·팝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주윤발이 참석하는 공식 기자회견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참석했다. 먼저 공식 기자회견의 모더레이터를 맡은 남동철 집행위원장 대행은 “여러분이 너무나 잘 아는 배우고 위대한 배우로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주윤발 배우에게 이 상을 드리게 돼 너무나 영광스럽게 생각을 한다”라고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주윤발에게 존경을 표했다. 이어 주윤발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50년 만에 이런 상을 받을 수 있게 되어 매우 감사하고, 한국의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 매우 기쁘다”라고 아시아영화인상 수상 소감을 전했다. 부산에 와서 아시아영화인상 수상 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와 신작 '원 모어 찬스' 개봉 소감을 묻는 질문에 주윤발은 “부산은 굉장히 아름답고, 아침에 이틀 연속 러닝 하러 나갔었다. 사람들이 반가워하고 음식도 잘 맞는다. '원 모어 찬스'에 대해서는 사실 이런 장르에 대한 연기를 안 한 지 꽤 오래되어 기대를 많이 하고 있고, 한국 팬들이 좋아해 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자신의 대표작 세 작품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에는 “사실 작품마다 굉장히 좋아하고, 애정도 다르다. '영웅본색' 같은 경우 그때 당시 방송국을 떠나서 만난 첫 작품이라 임팩트가 크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대표작을 뽑자고 하면 우선 '영웅본색'을 꼽고, '와호장룡'과 '첩혈쌍웅'을 좋아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홍콩 영화 황금기에 이어 한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주윤발은 “한국 영화계 인사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게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 영화계가 지금까지 크게 부상할 수 있어서 저도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한국 영화를 응원했다. 한국 영화의 경쟁력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는데, 주윤발은 “한국 작품의 특성상 소재가 넓고, 창작에 대한 자유도 굉장히 높기 때문에 그 점을 높이 산다. 가끔씩 한국 영화를 볼때마다 이런 이야기까지 다룰 수 있다니 놀랍고, 굉장히 좋아한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오는 11월 개봉을 앞둔 '원 모어 찬스'에 관한서는 “이런 따뜻한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안 한 지 오래되어 굉장히 마음에 든다. 부자지간의 정을 다루는 주제의 영화를 좋아하며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에 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역할이든 도전할 마음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원 모어 찬스'를 통해 관객들이 새롭게 봐줬으면 하는 특별한 모습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저는 사실 이 나이에 배우에서 운동선수(마라톤)로 전환하는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는데, 여러분의 반응이 어떨지 굉장히 궁금하다. 관객들의 반응이 없다면 운동선수로 전환할 수도 있고, 운동선수로 좋은 성적을 못 낸다면 다시 배우도 할 수 있다”라고 전하며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고 주윤발은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도 반드시 있는 법이고. 그래서 사실 주름 생기는 거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에 어떤 감독님이 나에게 찾아와 노인 역할을 하라고 한다면 저도 기꺼이 참여할 것 같고, 늙어가는 것이 무서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무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50년 연기 인생 동안 아쉬웠거나 되돌리고 싶은 부분은 없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사실 없다. 어차피 후회해도 소용없다. 딱히 후회한 순간이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매일 실수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살아가는 게 정상이다”라고 밝히며 공식 기자회견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10-05 18:31:56"수화(樹話) 김환기 화백(1913∼1974)은 달과 달항아리에 미칠 정도로 아름다운 관련 작품들을 그려냈고, 점화로 이어지는 서사를 보여줬습니다." (태현선 리움미술관 소장품 연구실장)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경기 용인의 호암미술관이 재단장(리노베이션)을 마치고 김환기 화백 전시로 18일 재개관했다. 달과 달항아리, 점화로 대변되는 '한 점 하늘 김환기'전은 20세기 한국 미술사의 대표적인 추상 화가인 김 화백의 40년 예술 세계 전반을 살피는 회고전이다. 교과서와 언론 등에 소개된 시대별 대표작은 물론, 도판으로만 확인되던 초기작들, 미공개작 등 유화 88점(점화 15점), 1950년대 스케치북, 드로잉 등 약 120점을 소개한다. 김 화백의 유품과 편지, 청년시절 사진, 낡은 스크랩북 등도 처음으로 전시에서 공개됐다. 전시는 '달과 달항아리'를 주제로 한 1부와 점화 중심의 2부로 구성됐다. 특히 1부에서는 달과 달항아리, 산, 구름 등이 그림의 주요 주제로 등장하며 김 화백의 전형적인 추상 스타일이 정착돼 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호암미술관 2층에 들어서면 달 그림의 대가답게 '달과 나무'라는 김 화백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달과 나무'는 김 화백의 추상적 세계를 잘 보여준 작품이다. 양식화된 형태와 평면적인 화면, 흰색과 파란색으로 제한된 색채를 통해 그가 여전히 적극적인 추상을 시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달과 나무' 작품이 파란색이란 제한적 색채로 표현했다면 '론도'는 색감을 고루 표현하고, 사람의 배 부분을 달항아리와 같이 유려한 곡선의 미를 보여줬다. 특히 유기적이고 리드미컬한 선묘에는 초현실주의의 영향이 확인된다. 눈여겨 볼 부분은 면 분할에 의한 화면 구성으로, 이는 후기 작업까지 꾸준히 나타나는 김 화백의 가장 두드러진 추상 스타일의 하나다. 김 화백의 대표적 달항아리 작품 가운데 '여인들과 항아리'도 빼놓을 수 없다. 수십년간 제작 연도가 모호했던 이 작품은 김 화백의 유품 속에서 발견한 수첩을 통해 1960년 작품이란 걸 알게 됐다. 그의 수첩에 '나 대로의 그림대로 밀고 가자'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것처럼 김 화백의 작품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항아리와 여인, 사슴, 구름과 새, 나무와 인물 등을 캔버스 전면에 고루 배치하고 배경의 불규칙한 색면들로 이 개별적인 요소들 사이를 이어 화면에 통일감과 변화를 동시에 주고 있다. 이밖에 김 화백의 구상화 '항아리와 시'도 주목을 받았다. 한국 문학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미당 서정주 시인의 시 '기도 1'을 작품에 삽입해 달항아리의 풍성함을 더 느끼게 했다. 이 시에서는 '텅 빈 들녘'과 '항아리'가 서로 견줘지는데, 가을걷이가 끝나 물만 남고 텅 빈 들녘과 창작 후의 지치고 텅 빈 작가와 텅 빈 항아리의 접점이 생긴 것이다. 친분이 있던 두 사람은 문학적 교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이 작품이 2900만 홍콩달러(약 39억3000만원)에 낙찰됐는데, 김 화백의 구상 작품 중 최고 금액이다. 1층 전시실로 내려오면 김 화백의 미국 뉴욕 진출 시기 작품부터 점화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김 화백의 점화 작품 중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있다. 점과 선, 면으로 5년여의 다양한 추상 형식을 시도한 끝에 1969년과 1970년 사이 점화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한 김 화백에게 지우인 김광섭의 시 '저녁에'는 작품에 시정을 더하는 최고의 화제였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 별을 노래한 시정이 점화에 녹아들어 김 화백의 새로운 추상 세계를 이 작품을 통해 열어준 것이다. 김 화백은 '17-Vl-74 #337' 작품을 통해 본인의 병세가 악화됨을 암시했다. 전성기 때 작품상 '점'이 컸다면 말년에는 '점'이 비교될 만큼 작아졌다. 이 작품을 통해 마치 죽음의 검은 세계로 점이 피어 올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일련의 푸른 점화에서 보여준 다채로운 곡선 구획과 움직임 등의 유려한 화면 변주가 사라진 고요하고 정적인 점의 세계다. 죽음을 예감하며 이 작품을 그린 김 화백은 1974년 7월 6일 생의 마지막 점화에 점을 찍고 7월 25일 세상을 떠난다. 전시를 기획한 태한선 실장은 "그동안 김 화백 전시는 점화로 쏠리거나 구상이나 추상으로 나눠 소개되는 등 전체적인 그의 예술세계를 조망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이번 전시는 점화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살피며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로, 김 화백 연구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전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05-18 18:36:39[파이낸셜뉴스] "수화(樹話) 김환기 화백(1913∼1974)은 달과 달항아리에 미칠 정도로 아름다운 관련 작품들을 그려냈고, 점화로 이어지는 서사를 보여줬습니다" (태현선 리움미술관 소장품 연구실장)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경기 용인의 호암미술관이 재단장(리노베이션)을 마치고 김환기 화백 전시로 18일 재개관했다. 달과 달항아리, 점화로 대변되는 '한 점 하늘 김환기' 전은 20세기 한국 미술사의 대표적인 추상 화가인 김 화백의 40년 예술 세계 전반을 살피는 회고전이다. 교과서와 언론 등에 소개된 시대별 대표작은 물론, 도판으로만 확인되던 초기작들, 미공개작 등 유화 88점(점화 15점), 1950년대 스케치북, 드로잉 등 약 120점을 소개한다. 김 화백의 유품과 편지, 청년 시절 사진, 낡은 스크랩북 등도 처음으로 전시에서 공개됐다. 전시는 '달/달항아리'를 주제로 한 1부와 점화 중심의 2부로 구성됐다. 특히 1부에서는 달과 달항아리, 산, 구름 등이 그림의 주요 주제로 등장하며 김 화백의 전형적인 추상 스타일이 정착돼 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호암미술관 2층에 들어서면 달 그림의 대가 답게 '달과 나무'라는 김 화백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 한다. '달과 나무'는 김 화백의 추상적 세계를 잘 보여준 작품이다. 양식화된 형태와 평면적인 화면, 흰색과 파란색으로 제한된 색채를 통해 그가 여전히 적극적인 추상을 시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달과 나무' 작품이 파란색이란 제한적 색채로 표현했다면 '론도'는 색감을 고루 표현하고, 사람의 배 부분을 달항아리와 같이 유려한 곡선의 미를 보여줬다. 특히 유기적이고 리드미컬한 선묘에는 초현실주의의 영향이 확인된다. 눈 여겨 볼 부분은 면 분할에 의한 화면 구성으로, 이는 후기 작업까지 꾸준히 나타나는 김 화백의 가장 두드러진 추상 스타일의 하나이다. 김 화백의 대표적 달항아리 작품 가운데 '여인들과 항아리'도 빼놓을 수 없다. 수십년간 제작 연도가 모호했던 이 작품은 김 화백의 유품 속에서 발견한 수첩을 통해 1960년 작품이란 걸 알게 됐다. 그의 수첩에 '나 대로의 그림대로 밀고 가자'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것처럼 김 화백의 작품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항아리와 여인, 사슴, 구름과 새, 나무와 인물 등을 캔버스 전면에 고루 배치하고 배경의 불규칙한 색면들로 이 개별적인 요소들 사이를 이어 화면에 통일감과 변화를 동시에 주고 있다. 이밖에 김 화백의 구상화 '항아리와 시'도 주목을 받았다. 한국 문학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미당' 서정주 시인의 시 '기도 1'을 작품에 삽입해 달항아리의 풍성함을 더 느끼게 했다. 이 시에서는 '텡 빈 들녘'과 '항아리'가 서로 견줘지는데, 가을걷이가 끝나 물만 남고 텅 빈 들녘과 창작 후의 지치고 텅 빈 작가와 텅 빈 항아리의 접점이 생긴 것이다. 친분이 있던 두 사람은 예술적 교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이 작품이 2900만 홍콩 달러(약 39억3000만원)에 낙찰됐는데, 김 화백의 구상 작품 중 최고 금액이다. 1층 전시실로 내려오면 김 화백의 미국 뉴욕 진출 시기 작품부터 점화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김 화백의 점화 작품 중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있다. 점과 선, 면으로 5년여의 다양한 추상 형식을 시도한 끝에 1969년과 1970년 사이 점화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한 김 화백에게 지우인 김광섭의 시 '저녁에'는 작품에 시정을 더하는 최고의 화제였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 별을 노래한 시정이 점화에 녹아들어 김 화백의 새로운 추상 세계를 이 작품을 통해 열어준 것이다. 김 화백은 '17-Vl-74 #337' 작품을 통해 본인의 병세가 악화됨을 암시했다. 전성기 때 작품상 '점'이 컸다면 말년에는 '점'이 비교될 만큼 작아졌다. 이 작품을 통해 마치 죽음의 검은 세계로 점이 피어 올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일련의 푸른 점화에서 보여준 다채로운 곡선 구획과 움직임 등의 유려한 화면 변주가 사라진 고요하고 정적인 점의 세계이다. 죽음을 예감하며 이 작품을 그린 김 화백은 1974년 7월 6일생의 마지막 점화에 점을 찍고 7월 25일 세상을 떠난다. 전시를 기획한 태 실장은 "그동안 김 화백 전시는 점화로 쏠리거나 구상이나 추상으로 나눠 소개되는 등 전체적인 그의 예술세계를 조망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이번 전시는 점화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살피며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로, 김 화백 연구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전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05-18 13:15:37[파이낸셜뉴스] 결혼 한달 만에 남편을 협박해 죽음에 이르게 하고, 1000만 위안(약 19억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부인에게 중국 법원이 이를 전액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4월 베이징에 있는 IT회사 창업자 A씨(40)는 온라인 중매 서비스를 통해 6살 연하의 B씨를 만났다. 이들은 두 달의 짧은 연애 후 결혼했으나 한달 만에 파경을 맞았다. B씨가 돈 때문에 자신과 결혼한 사실을 깨닫은 A씨가 이혼을 결심했기 때문이다. 결혼 후 한 달간 A씨는 아파트, 각종 귀금속 등 19억원에 달하는 돈을 썼다. A씨의 이혼 통보에 B씨가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맞서자 결국 A씨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에 A씨의 가족이 재산 반환 소송을 냈다. 중국 법원은 A씨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B씨가 너무 탐욕스럽고 사악하다"며 그가 이제까지 받은 19억원 전액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4-12 10:37:18【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오는 4월 13일과 14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지중배 지휘로 ‘경기필 마스터피스 시리즈 V-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연주한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2012년 독일 오페레타상 지휘자상을 동양인 최초로 수상한 지휘자 지중배가 베를리오즈 탄생 220주년을 기념해 선택한 작품은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이다. '환상 교향곡'은 베를리오즈가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을 때 완성한 곡이다. 베를리오즈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한 연극 배우 해리엇 스미드슨에게 반해 열렬히 구애했지만 냉정히 거절당한 후 실연의 아픔을 안고 환상 교향곡을 작곡했다. 각 악장마다 제목을 가지고 있는 표제 교향곡으로 1악장 '꿈, 열정', 2악장 '무도회', 3악장 '들판의 풍경', 4악장 '단두대로의 행진', 5악장 '마녀의 밤, 축제의 꿈'까지 총 다섯 개 악장으로 구성됐다. 협연자로는 에스메 콰르텟이 함께 하며, 세계 최고 권위의 실내악 콩쿠르인 위그모어 홀 국제 현악 사중주 콩쿠르에서 2018년 우승했던 에스메 콰르텟이 미국 작곡가 존 애덤스의 2012년 작품인 ‘완벽한 농담’을 국내 초연한다. 1979년 이래로 이 대회에서 전원 여성인 우승팀은 에스메 콰르텟이 처음이다. 특히 그 동안 국내 무대에서 실내악 작품만 주로 연주했던 에스메 콰르텟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더욱 기대를 모은다. 에스메 콰르텟은 지난 3월 홍콩 아트 페스티벌에서 윌슨 응의 지휘로 이 곡을 협연하기도 했다. 이들이 연주할 ‘완벽한 농담’은 현악 4중주와 오케스트라라는 참신한 편성으로 다양한 베토벤 음악을 재배열, 재해석한 작품이다. 베토벤의 교향곡과 현악 4중주 모티브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지중배 지휘자는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낭만주의 시대의 포문을 연 작품입니다. 사랑의 감정과 실패, 환각 속에서 마주하는 죽음의 세계, 즉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을 온통 예술에 쏟아 부은 작품"이라고 밝혔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3-03-17 10:5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