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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상봉]“이제 안녕” 건배와 눈물 오간 마지막 단체상봉

준비한 선물 건네며 아쉬움 속 마지막 상봉
가족들, 남북 술로 건배하며 이별의 인사를 나눠
주소를 교환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작별 준비

[이산가족상봉]“이제 안녕” 건배와 눈물 오간 마지막 단체상봉
제21차 남북이산가족상봉 단체상봉장에서 눈물 짓는 남북 가족들 /사진=연합뉴스


【금강산·서울=공동취재단 강중모 기자】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이산가족들은 울고 웃으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남북 가족들은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았고, 단체상봉장 테이블에서 조용히 눈물을 훔쳐내거나 일부 가족은 건강을 기원하면서 건배를 하기도 했다.

22일 제21차 남북이산가족상봉 1차 상봉 3일차 마지막 날 금강산 호텔 2층에 마련된 단체상봉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북측 두 여동생을 만난 문현숙 할머니(91세) 가족들은 서로 간밤에 잠은 잘 잤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를 물어봤다. 문 할머니는 가방 속에서 준비해 온 반지를 꺼내 “누이 반지야”라면서 동생에게 끼워주고 시계도 꺼내 손목에 채워주며 눈물을 훔쳤다.

독고란 할아버지(91세)는 북녘 두 조카와 이별을 앞두고 사진을 다시 꺼내보며 이별의 한을 달랬다. 독고 할아버지의 남측 아들인 독고석씨는 A4 용지 위에 가계도를 그리며 북측 가족들의 이름과 나이를 확인했다. 다른 테이블에서도 가계도를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들을 만난 이기순 할아버지(91세)는 아들과 함께 소주와 북한의 명주인 들쭉술을 따라 마시며 이별을 준비했다. 곧 헤어진다는 슬픔에 어두웠던 이 할아버지는 아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얼굴이 밝아졌고 크게 웃으면서 즐거워했다.

함성찬 할아버지(93세)는 북측 동생에게 대동강 맥주를 따라 주고 같이 건배했다. 두 형제는 사과와 빵 등 음식들을 포크로 찍어 포즈를 잡으며 사진을 찍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이별을 준비했다.

안종호 할아버지(100세)의 북녘 딸은 치아가 좋지 않은 아버지에게 과자를 잘게 쪼개 입에 넣어줬다. 휠체어에 탄 채 거친 숨을 몰아쉬던 안 할아버지는 호흡도 쉽지 않은 와중에도 딸이 준 과자만큼은 조금씩 먹었다.

주소를 적어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눈 가족들도 있었다. 김혜자 할머니(75세)는 북측 남동생과 조카에게 집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종이를 주면서 북측 가족들에게도 주소를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독고석 할아버지 가족도 사진을 찍고 서로 주소를 나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