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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카센터,대기업 차량 정비업 진출에 생존 위협

대기업 계열 자동차경정비업체인 스피드메이트의 직영점 영업방식에 대해 1심 법원이 문제가 없다고 판결한 후 서울 영등포구가 즉각 항소하면서 공은 서울고법으로 넘어갔다. 중소 자동차경정비업계는 이번 사건이 대기업 직영점 직원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 외에도 중소정비업계 상권보호와 직결된 문제였던 만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경정비업 진출

그동안 자동차경정비업에 진출한 대기업 대다수가 직영점을 운영하면서 용역계약을 통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편법영업에 대해 '자동차관리법'이 대기업 상권 확장에 있어 최소한의 견제장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중소업계는 법원이 자동차관리법에 대해 예상과 다른 유권해석을 내리자 근본적인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스피드메이트(SK네트웍스)와 블루핸즈(현대차), 오토오아시스(GS넥스테이션) 등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춘 대기업들이 주유소나 대형할인마트 등 주요 상권에 본격적으로 자동차 경정비매장을 열면서 그동안 소규모 영업자들이 운영해오던 '동네 카센터'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정비업협동조합연합회 정영수 상무는 "한 지역에 대기업 정비업체 1곳이 들어오면 중소업체 20곳이 손가락을 빠는 게 현실"이라며 "자동차관리법 등으로 규제가 어렵다면 유럽처럼 대기업의 정비업종 진입 때 인근 동일업종 종사자에게 동의를 얻게 하는 등 사회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강삼중 중소상공인지원실장은 "대기업이 출자총액제도 폐지 및 법인세 감면 등 각종 규제완화를 통해 벌어들인 잉여금을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에 투자하지 않고 동네 카센터 같은 소상공인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대기업들은 자동차가 전자화되면서 첨단기술이 요구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가 오래전부터 기능공을 육성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카센터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기적합업종 지정 가능성은?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을 기준으로 10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연합하거나 협회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자동차경정비업이 포함된 유통서비스업종은 현재 신청기준이 없지만 동반성장위는 올해 상반기에 대기업 진출 상황에 대한 외부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연내 세부 신청기준 및 구체적인 선정절차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중기 적합업종에 선정된 제조업 외에 유통서비스업종에 대해서는 적합업종 지정이 이뤄지지 않아 카센터업종이 포함될지 여부는 미지수"라면서도 "현재 자동차정비업계 소상공인들의 애로 및 건의사항을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더불어 최근 총선을 거치면서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중소기업 보호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분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을 통해 그나마 남은 상권을 지켰던 중소정비업계로서는 법원 판결로 의지할 곳이 더욱 없어지게 된 만큼 상생법 위반에 따른 처벌강화나 중기 적합업종 확대 같은 새 법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치권이 중소기업의 숨통을 터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경제구조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