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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김씨 '월북'에 입이 10개라도 할 말 없는 경찰

성범죄 피의자 조사 해놓고도 월북때까지 전화 한통화 안해 월북이후 뒤늦게 허겁지겁 출국금지, 영장 신청, 위치 추적 개성아낙 "김씨 월북 할 것 같다" 신고…경찰 "아니다" 논란 경찰 탈북자 5년 관리 시스템, 총체적 부실…징계 불가피

탈북민 김씨 '월북'에 입이 10개라도 할 말 없는 경찰
[인천=뉴시스]김병문 기자 =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 씨를 특정할 수 있는 유기된 가방을 발견, 확인하고 현재 정밀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28일 오전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2020.07.28. dadazon@newsis.com
[김포=뉴시스] 정일형 기자 = 최근 월북한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 김모(24)씨는 경찰의 탈북자 관리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채 사실상 방치 상태에서 사라져 경찰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 탈북민은 성범죄 혐의를 받는 상황이었지만 담당 경찰관은 그가 사라지기 전까지 한 달 동안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 19일 월북한 김씨를 찾기 시작했으며 20일 출국금지, 21일 성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 24일 위치추적을 통해 김씨를 찾았지만 이미 그는 북측으로 떠난 뒤였다.

김씨는 지난 18일 오전 2시20분께 접경지역인 인천 강화군 월곶리 정자 '연미정'까지 택시로 이동한 뒤 철책 밑의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헤엄쳐 북측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현재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경찰내 합동조사단을 편성하고 성폭력 사건 수사 과정이나 월북 관련 제보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탈북자 관리시스템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탈북자 관리스시템 부실...경찰 사실상 인정

월북한 김씨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탈북자 관리 시스템 부실이 드러났다.

지난 2017년 탈북한 김씨는 개성에서 중학교까지 나왔으며 탈북 이후 김포에 거주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탈북민은 정착지원 교육기관인 하나원에 입소해 3개월간 사회적응 교육을 받은 뒤 5년 동안 경찰의 거주지 신변 보호를 받는다.

탈북민 김씨 '월북'에 입이 10개라도 할 말 없는 경찰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 20대 탈북민이 최근 경기 김포지역에서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김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김포시 양촌읍에 거주하는 탈북민 김모(23)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한 상태에서 지난달 탈북여성을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이었다. 사진은 27일 오전 경기 김포경찰서에서 112타격대가 나오고 있다. 2020.07.23. amin2@newsis.com
하지만 탈북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김씨에게 경찰의 탈북민 관리 시스템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탈북민을 북한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정도를 주된 기준으로 삼아 가~다의 3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대부분은 탈북민이 위협 가능성이 낮은 다 등급에 속한다.

다 등급의 경우에는 해당 탈북민을 관리하는 경찰서 보안과 소속 경찰관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전화나 대면 만남을 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담당 경찰관은 관련 매뉴얼에 따라 김씨에게 한 달에 한 번 대면 또는 전화 면담을 해 이상여부를 확인했어야 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또 경찰 정보부서는 김씨의 월북 첩보를 입수하고도 이를 정부 당국에 알리지도 않았다.

김씨를 담당한 경찰관은 김씨의 성폭행 사건 연루 상황 이후에도 면담 등을 진행하지 않다가 지난 19일 탈북 의심 제보를 받은 이후 연락을 취했으나, 김씨의 전화기는 이미 꺼져 있던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정보부서는 김씨의 월북 의심 제보를 받고도 이를 국방부나 국가정보원 등 정부 관련 기관에 알리는 일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행적 추적에 나섰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개선토록 하겠다"라며 관리부실을 인정했다.

탈북자 관련 동향에 대해서는 "따로 군에 통보하는 시스템은 없다"고 해명했다.

◇개성아낙 "김씨가 월북할것 같다" 신고했는데...경찰 묵살 논란

최근 월북한 김씨의 지인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경찰에 월북 가능성을 알렸으나 무시당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경찰은 김진아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탈북민 유튜버 '개성아낙'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진아 씨는 지난 26일 탈북민의 월북 소식이 뉴스로 전해진 데 대해 "18일 저녁에 김포경찰서를 찾아가 (월북 가능성 등) 이 같은 내용을 신고했지만, 경찰은 자기네 부서의 일이 아니라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포서측은 김진아씨가 지난 18일 오후 경찰서를 찾은 것은 맞지만 월북 가능성은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서 폐쇄회로(CC)TV확인 결과에 따라 김진아씨는 지난 18일 오후 8시39분께 한 남성과 아이 한명을 데리고 경찰서를 방문했으며 3분만인 오후 8시42분께 경찰서 밖으로 나갔다.

이후 김진아씨는 4분뒤인 오후 8시46분께 112를 통해 차량 절도에 대해 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진아씨가 차량 절도에 대한 이야기만 했을 뿐 재입북한 것으로 추정된 김씨에 대한 얘기나 제보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개성아낙은 유튜브 방송에서 김씨와 같은 개성 출신으로 평소 친하게 지냈다고 방송에서 설명했다. 본인의 승용차 명의까지 김씨에게 넘길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전했다.

탈북민 김씨 '월북'에 입이 10개라도 할 말 없는 경찰
[서울=뉴시스]군이 탈북민 김모씨가 강화도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월북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보해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김씨, 성폭행 혐의 구속영장 발부…경찰 늑장 대응 도마위

최근 월북한 김씨가 성폭행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경찰의 늑장 대응이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12일 주거지에서 평소 알고 지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같은달 21일 경찰조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피해여성의 남자친구로부터 신고를 받고 병원에서 증거물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고, 지난 4일 국과수로부터 피해여성의 몸에서 피의자 유전자 정보(DNA)가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담당 경찰관은 김씨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지난 19일 오전 1시1분께 김씨의 지인 유튜버 김진아씨로부터 "김씨가 달러를 바꿨다고 하네요. 어제 달러를 가지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강화군 교동도를 갔었다네요"라는 내용의 제보를 받고서야 같은날 오전 9시 김씨에게 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김씨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포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사건 현장에서 성폭행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체포 등 강제수사를 하지 않았다"면서 "사건 발생 당일 피해자측이 신고해 불구속 상태에서 피의자를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가 A씨를 협박하고 월북하려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출금금지도 요청했다"면서 "이후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늑장 조사 지적에 대해 사실상 인정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행적을 추적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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