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인체 혈관 모방한 신속 진단 기술 개발
다양한 바이러스에 적용 가능하고 저렴하게 현장 진단
울산과학기술원 연구진이 개발한 '미세 유체 칩'에 혈액을 떨어뜨려 병원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인체의 면역반응을 모방한 '인공 혈관 칩'에 혈액 한 방울을 떨어뜨려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여부를 즉석에서 진단하는 기술이 나왔다. 이 칩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감염 여부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검사기가 필요 없어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다. 연구진은 궁극적으로 5~10분 내에 감염여부를 진단하는 저렴한 휴대용 진단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강주헌 교수팀이 병원균 감염을 조기에 알아낼 수 있는 '미세 유체 칩'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진은 백혈구가 감염이 발생 부위로 이동하기 위해 혈관 내벽을 통과(혈관외유출)하는 과정에서 혈관 내벽에 붙는 현상을 모방했다. 개발한 칩의 관 벽면에는 감염때 혈관 내피세포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이 코팅돼 있다.
이 단백질은 혈액 속을 떠다니는 백혈구를 붙잡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환자의 혈액을 이 관에 흘리면 벽면에 달라붙는 백혈구 숫자가 건강한 사람에 비해 훨씬 많다. 이 백혈구는 저배율의 광학현미경만으로도 알아낼 수 있다.
검사 시간은 10분 내외로 짧다. 또 감염된지 1시간 이내인 감염 극초기에도 알아 낼 수 있어 증상 없는 잠복기 환자를 빨리 선별할 수 있다.
울산과학기술원 연구진이 개발한 '미세 유체 칩'속 관에 혈액이 지나가면서 백혈구가 달라붙는지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건강한 사람의 경우 부착된 백혈구 숫자가 적다.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강주헌 교수는 "기존의 혈액 배양이나 PCR검사 방법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진단 결과를 알 수 있고, 진단에 필요한 광학현미경도 이미지 확대에 필요한 배율이 낮아 스마트폰에 장착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공동 1저자인 아만졸 커마쉐브 연구원은 "면역반응은 원인균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세균, 바이러스 감염여부 진단에 쓸 수 있고, 감염병 뿐만 아니라 암 조기 진단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항생제 저항성 세균에 감염된 쥐로 개발된 미세 유체 칩의 성능을 실험했다. 실험결과 감염된 쥐의 혈액 한 방울(50㎕)을 미세유체 칩에 넣자 정상 쥐의 혈액보다 더 많은 양의 백혈구가 유체 관 벽면에 붙었다. 또 감염 된지 1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초기에도 정상 쥐와 비교해 더 많은 양의 백혈구가 붙었다.
이는 감염 환자 조기 선별이 가능한 대목이다.
강 교수는 "인체에도 동일한 면역 시스템이 있고, 인간의 백혈구는 실험에 사용된 쥐보다 수천배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며 "병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환자를 선별하는 임상 연구를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엘스비어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세계적 학술지인 '바이오센서&바이오일렉트로닉스'에 8월 29일자로 온라인 공개돼 출판을 앞두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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