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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텍사스 정전 사태

[fn스트리트] 텍사스 정전 사태
1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는 트리니티 강이 이례적인 한파로 얼어붙은 모습. /사진=뉴시스
기후 변화의 나비효과가 이토록 큰 건가. 외신은 16일(현지시간) 냉혈동물인 거북이 2500여마리가 미국 텍사스주의 한 섬 해안가에서 기절한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며칠간 미 중남부에 몰아친 한파로 텍사스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정전 사태로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멈춰 섰다.

텍사스주의 정전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제조업체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HP와 3M 등 글로벌 기업들도 가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폭설에 이은 혹한으로 천연가스 및 풍력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면서 4만5000MW 용량의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다. 그나마 3기의 원전이 100% 출력을 유지해 주 전체 블랙아웃(대정전)이란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주 당국의 근시안적 에너지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텍사스는 셰일가스가 풍부한 지역 특성으로 천연가스 발전 비중이 52%로 가장 높다. 최근 10년 새 원전 2기 증설을 포기하고 풍력발전을 3배나 늘렸다. 바람이 약하거나, 지나치게 거셀 때는 가스발전으로 백업한다는 복안과 함께. 하지만 둘 다 기록적 한파로 인한 정전의 화근이 됐다. 가스발전기의 가스관과 풍력발전기의 터빈이 죄다 얼어붙으면서다.

사실 태양광과 풍력 등은 밤낮과 날씨 등이 본원적 제약조건이다. 이번에 풍력을 맹신하다 큰코다친 텍사스 사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풍력발전이 요긴할 때 무용지물이 되자 월스트리트저널이 "좌파 기후 어젠다의 역설"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2030년까지 8.2GW 전기를 생산할 세계 최대규모 신안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려는 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근거다. 다수 전문가들은 48조5000억원을 쏟아부은 뒤 자칫 헛물만 켜게 될까 우려한다.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한 풍력의 한계, 특히 사용 수명이 턱없이 짧은 해상 풍력의 특성으로 인해 설비 용량과 실제 발전량은 다를 수밖에 없어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