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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000여명 모인 영결식 간 이재명

최근 부친상을 당한 지인 조문을 다녀왔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정부의 강화된 방역대책 탓인지 조문객이 몇 명 있지 않았던 빈소는 제법 한산했다. 조문을 하고, 상주와 짧게 인사만 나눈 후 서둘러 자리를 뜨기까지 불과 5분이 걸리지 않았다.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위로의 말을 나누던 풍경은 거의 사라졌고, 장례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거나 요즘은 아예 조문객을 받지 않는 경우도 늘었다고 한다. 방역 피로감이 쌓였음에도 대다수 국민은 여전히 일상생활 곳곳에서 방역수칙을 지키며 이처럼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19일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열린 시청 앞 서울광장에 1000여명의 군중이 운집했다. 이들은 노제, 운구행렬, 추모곡 제창 등을 마친 후 수시간이 지나서야 해산했다. 민주화운동 거목인 고 백 소장의 생전 업적은 충분히 기릴 만하다. 하지만 이는 서울 등 수도권에 내려진 '100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영결식에는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참석했다. 이 지사는 평소 국민에게 적극적인 방역 협조를 당부해왔다. 그런 그가 군중 운집이 예상됐던, 그것도 방역수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영결식에 온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웠다. 서울시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광장 사용을 오는 3월 31일까지 금지한 상태다. 더욱이 이 지사는 심 의원과 인사를 주고받으면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서울시는 영결식 주최 측을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지인과의 와인모임 사진을 공개적으로 SNS에 올린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 소속 채우진 마포구의원의 '심야 술파티', 범여권 의원들의 '공부모임 뒤풀이' 등 방역수칙 위반 논란을 자초한 여권 내부에서 이를 공개 질타하거나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적은 거의 없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살얼음판을 걷는 방역상황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해이해진 방역 의식"이라고 말했다. 국민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정부·정치권부터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는지 되물을 때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