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공익적 성격 학폭 미투...헌재 판단 영향줄 것"
헌재의 ‘사실적시 명예훼손’ 합헌 결정 바뀔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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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학폭 미투(학교 폭력에 나도 당했다는 폭로)'가 쏟아지고 학폭미투가 사회 운동 양상을 띠면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는 실제 학폭 관련 상담 문의가 늘고, 폭로를 해도 처벌을 받는지 여부나 폭로 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지 등에 대한 법적 문의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학폭 미투를 둘러싼 명예훼손 소송이 현재는 '합헌'이 우세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향후 헌재의 판단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명예훼손 소송에서 최우선으로 보는 것은 명예가 훼손된 대상이 어떤 존재인지다. 그에 따라 불법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달라지는 탓이다. 대법원은 공공적·사회적 의미를 가진 사안의 경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같은 대법원의 판단을 인용한 판결이 최근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단독(김순환 부장판사)은 지난달 24일 차범근 축구교실이 전직 코치 A씨를 상대로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쟁점은 A씨의 글로 축구교실의 명예가 훼손된 건지 여부였다.
A씨는 지난 2015년부터 약 1년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폭로글을 올렸다. '역겨운 짓거리' 등의 표현을 썼고, 방송에도 나와 본인에 대한 처우나 퇴직금 미지급 등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했다. 이는 축구교실과 A씨가 맺은 '비방 금지' 목적의 약정서와 명백히 어긋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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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판부는 공익 목적 아래 모두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처우나 퇴직금 지급 여부 등은 공공적·사회적 의미가 있는 사안에 관한 표현행위"라며 "거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정도의 비방·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익적 성격을 띤 학폭이 촉발한 명예훼손 사건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현행법에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이 있는 만큼 피해자 측은 법정에서 '공익적 목적'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위법성 없다고 주장할 경우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이 피해자 측에 있기 때문이다.
이정도 법무법인 참본 변호사는 "성범죄 문제와 같은 양상인데, 피해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결국 누구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모순됨이 없느냐가 핵심"이라며 "폭로글의 구체적 사실 여부와 그 취지, 어휘·표현의 의미 등이 고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학폭 미투 상황에서 피해자를 옥죈다는 비판이 계속돼 온 데다 최근 학폭 미투에선 공익적 성격이 강조되어서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6년 온라인상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인 정보통신망법 70조 1항에 재판관 7(합헌)대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지난 25일에는 형법 307조 1항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사건에서 유남석 재판관 등 4명이 위헌 의견을 냈다.
폐지 의견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유 재판관 등은 "진실한 사실 적시에 대한 형사처벌을 통해 보호하려는 사람의 명예는 진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외적 명예'에 불과하다"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표현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형사처벌을 강제하는 것 외에 다른 수단이 있다고 본 것이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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