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기부행위 금지로 얻는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
"유권자 판단 기회 주기 위해 허위사실공표 금지 조항도 필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지난해 4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비닐장갑을 착용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공직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의 기부행위가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또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허위사실공표금지 조항이 선거운동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를 통해 얻는 공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헌재는 4일 구청장 A씨가 공직선거법 113조 1항과 250조 1항, 257조 1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공직선거법 113조·257조는 공직에 출마하려는 사람이 선거구 등에서의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조항이다. 250조는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자 등이 당선을 목적으로 방송, 신문, 선전문서 등 방법으로 허위사실을 알릴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궐선거에서 구청장 후보자였던 A씨는 지난 2016년 자신이 출마할 선거구 내에 있는 단체에 기부를 했고, 앞서 기부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것이 알려지면서 같은 해 3월 기소됐다.
A씨는 2017년 9월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고 구청장직을 박탈당했다. 이에 항소했지만 기각됐고, 재차 상고했지만 대법원 2018년 4월 기각하면서 A씨의 형은 최종 확정됐다. 이에 “해당 조항들이 선거운동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같은 해 5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우선 기부행위를 금지해 얻는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기부행위의 제한은 부정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 유권자의 의사를 왜곡하는 선거운동을 처벌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또 입법 목적의 달성을 위해 형사처벌 규정을 둔 것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있다”며 “금지되는 기부행위 또한 일정 범위로 제한되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이 침해된다는 A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조항이 있다는 것만으로 자유가 억압되는 것이 아니"라며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법률이 적용된 결과로 조항만으로는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허위사실 공표가 허용되면 유권자의 선택을 방해해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규정을 둬 제한할 필요가 있고, 이로써 달성되는 공익이 크다”고 덧붙였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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