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기성용(FC서울)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가 기씨로부터 고소를 당한 후배 A씨가 경찰에 출석해 첫 조사를 받았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전날 오후 2시부터 A씨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앞서 A씨 등 2명은 지난 2월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1∼6월 선배인 기씨와 B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법무법인 현 박지훈 변호사를 통해 폭로했다.
이에 기씨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결백을 주장하면서 지난 3월 이들을 경찰에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고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이날 경찰에 출석하면서 "폭로 이후 기씨 측에서 사과하겠다며 폭로한 내용이 '오보'라는 기사가 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부탁이 왔다"고 주장했다. 기씨 측이 다른 후배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20여년 전 일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 "배구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교 폭력을 폭로한 분들이 용기를 낸 것처럼 저희도 용기를 냈다"며 "(기씨가) '진실의 힘을 믿는다'고 한 만큼 누구 이야기가 진실인지 경찰이 공정히 수사해주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A씨는 "용기를 내서 폭로한 이후 과정이 이렇게 힘들어질 줄 몰랐다"며 "그분은 정말로 기억이 안 나서 그러는 건지 궁금하고, 20년 동안 제 친구와 제가 이상한 사람이 돼서 계속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싶기도 해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바라는 것이 그저 '사과 한 마디'라고 강조했다. A씨는 "기씨와 B씨가 사과만 했으면 이 자리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금전적 보상은 전혀 원치 않는다. 저나 다른 피해자 모두 돈을 벌 만큼 벌고 있고, 돈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기씨는 지난 3월 31일 경찰에 출석해 고소인 자격으로 5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증명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수사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 주실 거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를 마친 뒤에는 “사실대로 다 진술했다”며 “충분히 이야기했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충분히 적극적으로 수사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