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경보기 울렸지만, 아무도 신경 안 써”
“‘알아서 할 테니 퇴근하라’는 대답만”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 / 사진=뉴시스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소방관과 함께 소방활동을 위한 건물 구조 안전진단을 위해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처음으로 목격한 노동자의 두 차례 신고가 모두 묵살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앞서 화재경보기도 울렸지만, 이 역시 무시됐다는 진술이다.
지난 21일 KBS 보도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에서 불이 일었을 당시 1층에서 포장 업무를 하고 있던 쿠팡 직원 A씨는 화재경보기음을 들었지만 대피방송은 나오지 않았다. 경보는 계속됐지만, 관리자들은 “오작동이다”라는 말로 일관하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퇴근 시간이 다가와 출구 쪽으로 발을 옮겼다 자욱한 연기에 크게 놀랐다. 이때가 새벽 5시26분경이었다. A씨는 방송에 “1층 입구까지 가기 전 이미 중간 정도부터 연기가 가득 차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반납해야 했던 탓에 직접 119에 신고할 방도가 없었다.
결국 그가 택할 수 있었던 방법은 소리를 지르는 것뿐이었다. 그는 일단 화재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짐을 트럭에 싣던 노동자들에게 이 사실을 소리치며 전했다. 이후 A씨는 통로 너머 비작업구역에 있는 보안요원에게 급하게 뛰어가 화재가 났다고 알렸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황당했다. 해당 요원이 ‘알아서 할 테니 퇴근해라’고 답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A씨는 “신고라도 해달라고 얘기했지만 그 또한 무시했다. 이러다가 사람 죽으면 어떻게 하냐고 했지만 무전 한 번을 쳐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A씨는 지하 2층으로 내려가 휴대폰을 소지하고 코로나 감시 업무를 하는 직원에게도 화재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이 역시 묵살당했다. A씨는 “(해당 직원이)엄청 크게 그냥 웃었다. 처음에는 화통하게. 와하하하 이런 식으로”라며 “대피방송까지도 얘기했지만 그 어떤 조치도 취해주질 않고 ‘퇴근해라. 헛소리 말고’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방송은 물론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결국 119 화재 신고는 새벽 5시36분에서야 접수됐다.
쿠팡 측 화재 대처가 어느 정도로 허술한지 파악되는 대목이다. 화재경보기 울림에 무감각하고, 보안요원도 현장 노동자의 신고를 웃어넘기는 이 같은 체계가 물류창고를 태우고 한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쿠팡 측은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지난 17일 오전 5시20분부터 30분 사이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는 등 힘겨운 진화작업 끝에 19일 낮 12시25분 초진에 성공했다.
20일 오후 3시36분에는 대응단계를 모두 해제했다. 하지만 이 화재로 진화에 사활을 걸었던 김동식 구조대장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경기 광주소방서 119 구조대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 빈소가 마련된 지난 19일 오후 경기 하남시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고인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 사진=뉴시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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