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점령군 맞긴 하지만, 대선 후보로서 경솔했다”
이준석 “매우 부적절..국민 분열 통한 정치적 이득 목적”
윤석열 “황당무계한 망언..셀프 역사 왜곡”
이재명 “구태 색깔공세..참 아쉽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인텝스 조사 결과 국민보고 및 미래비전 추진 계획 발표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부동산시장법 제정 국회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미군 점령군’ 발언을 겨냥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야권이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준석 대표부터 홍준표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 같은 반응은 지난 1일 이 지사가 대선 출마 선언 후 경북 안동을 찾아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 정부 수립 단계와는 달리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다시 그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의 경우 “미군은 점령군이 맞다”면서도 “대통령 후보로서는 경솔했다”고 이 지사를 때렸다. 홍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해방 직후 우리나라에 최초 상륙한 미군은 점령군이 맞다”고 우선 짚은 후 “일본과 전쟁에서 승리했고 당시 우리는 일본 식민지였기 때문에 맥아더 사령관이나 하지 중장은 일종의 점령군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그는 “그 후 미군은 주둔군이었다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면서 동맹군으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며 “그러나 북(한)이나 운동권들은 아직도 미군을 점령군으로 부르고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현재 집단적 방위 시대에 동맹군을 철수시키라는 것은 이적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미군은 점령군으로 한반도에 진입했으나, 도중에 성격이 바뀌어 현재는 동맹이라는 주장이다.
또 홍 의원은 이 지사를 직접 거론하며 “해방 직후 상황만 두고 그 발언을 했는지, 운동권 시각에서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시점에 점령군 운운하는 것은 반미를 부추기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잘라 말했다.
끝으로 그는 “대통령 후보로서는 여야를 떠나 경솔한 발언이었다”고 글을 맺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진=뉴스1
비단 홍 의원만 이 지사 비판에 나선 것은 아니다. 야당은 미리부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지사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대해 미 점령군과 친일 세력의 합작이라고 단정 지은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국민 분열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고자 하는 매우 얄팍한 술수”라고 날을 세웠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학생운동 경험이 없어 민주당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이 지사가 주변 운동권 참모들에게 주워들은 80년대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각으로 지적 콤플렉스를 탈피해보려다 큰 사고를 쳤다”고 비꼬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이 지사와 양강 구도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집권세력 유력 후보가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란 황당무계한 망언을 이어 받았다”며 “셀프 역사 왜곡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직격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승전국인 미국은 일제를 무장해제하고 그 지배 영역을 군사 통제했으므로 ‘점령’이 맞는 표현”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는데 처음부터 구태 색깔공세라니 참 아쉽다”고 맞받았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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