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5만7000개 기업, 27일부터 '살얼음 경영' [중대재해법 27일부터 시행]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처벌대상 모호·이중규제 등
각종 논란에도 끝내 보완없어
안전관리 능력없는 시공사
공공기관 발주계약 입찰 못해

5만7000개 기업, 27일부터 '살얼음 경영' [중대재해법 27일부터 시행]
서울 시내 한 아파트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모호성과 이중규제 논란으로 기업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결국 시행됐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제조·건설업 등 5만7000여개 기업은 '살얼음판 경영'에 돌입하게 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외에도 건설안전특별법이 국회에서 논의돼 옥상옥으로 불확실성의 끝판 규제도 예고돼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특히 법 시행 후 1호 사건 발생 시 사정당국의 본보기 고강도 수사가 진행될 수 있어 기업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4분기부터 안전관리 능력이 없는 시공사는 공공기관 발주공사 입찰금지 등 강력한 조치도 취한다.

■안전관리 강화에도 새해부터 사고

26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 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처벌받는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 본격 시행된다. 지난해 말 기준 50인 이상 건설업종 1만5000개와 나머지 전 업종이 4만2000여개여서 중대재해처벌법 대상기업은 총 5만7000여개로 추정된다. 이들이 법 의무를 위반해 사망 등 중대산업·시민재해 발생 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이 병과될 수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안전관리도 강화한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이날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평가 착수 회의를 열고 "안전관리 능력을 보유하지 못한 시공사에 공공기관 공사 입찰제한을 강화한 계약특례를 1·4분기 내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 등 새해부터 사고가 끊이지 않아 기업 경영진은 초긴장 상태다. 특히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1호 타깃이 될까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법 시행 후 1호 사건은 상징성이 높아 사정당국의 고강도 수사가 예상된다.

■"고의 없으면 처벌수위 낮춰야" 불만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법 의무사항을 이해하기 어렵고 전문인력 부족, 안전보건시설 확충비 부담 등으로 정부 예산지원을 바라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빚이 눈덩이처럼 쌓여 간신히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대기업처럼 산재예방 컨설팅조차 받을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벌써부터 사업주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을 땐 면책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 보완입법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경영진이 자칫 한순간에 범법자로 전락할 수 있어 기업가정신 위축을 우려하기도 했다.

한 중소기업 경영자는 "사용자가 아무리 안전조치를 해도 한순간의 실수로 사고는 일어난다"며 "강한 규제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고의가 없으면 처벌수위를 낮춰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검경은 제도정비, 전문수사팀 확충 등 역량을 강화하고 로펌은 때아닌 특수를 맞아 기업 법률자문이 확대되고 있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새로운 규제가 시행되면 관련 법조항에 대한 관심이 쏟아진다"며 "이번에는 경영진이 직접 처벌받을 수 있어 어느 때보다 문의가 많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