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 두고
"소음 이용한 집회시위는 자유가 아닌 방종"
"누구도 타인에게 고통을 가할 권리 없다"
정부에 '신속하고 합당한 조치' 촉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 참석에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명 의원측 제공, 뉴시스.
5월 2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 보수단체가 진행하는 집회 소음으로 인한 주민 생활 불편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와 관련 정부의 '신속하고 합당한 조치'를 5일 촉구했다. 그간 친문계 의원들이 줄곧 해왔던 주장을 이 의원이 이 시점에 공개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재명 의원은 이날 '고통을 가할 자유란 없습니다'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앞 시위에 대해 정부의 대응을 요청했다.
이 의원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는 양산 평산마을 집회시위가 점입가경"이라며 "집회 시위의 자유는 표현을 자유롭게 할 권리이지, 타인에게 물리적 고통을 가할 자유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소음을 이용한 집회시위는 자유가 아닌 '방종'이고 권리행사가 아닌 '폭력'일 뿐"이라며 "누구에게도 고통을 가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의사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자유를 빙자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집회시위를 빙자한 소음폭력에 대한 정부의 신속하고 합당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 내 현안에 말을 아끼던 이 의원이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사를 밝힌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의원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 관련 발언을 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민주당 내에서는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에 대해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천준호 원내부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욕설 시위 등이 담긴 3분 분량 영상을 틀고 "이런 욕설과 인격모독, 성희롱을 하루 종일 그리고 지난 두 달 동안 견뎌온 분들이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평산마을 주민들"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양산 평산마을에 다녀온 천 부대표는 "현장에 직접 가보니 평산마을에서는 하루 종일 인격 살인이 이뤄지고 있었다. 짧은 시간 현장에 있었지만 불편함과 고통을 견디기 힘들었다"며 "전직 대통령 부부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욕설과 살인의 언어, 폭력의 소음으로 고통 받고 외로움 싸움을 하고 계셨다"고 전했다.
천 부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법대로'를 얘기하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한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도 평산마을 현장에 가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믿는다"며 "양산 사저에서 혐오를 쏟아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제재, 경찰의 책임 있는 대처를 위해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천 부대표는 혐오 표현에 대한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전직 대통령 사저 앞 시위를 막기 위한 법안도 내놓은 상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한병도 의원은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시위 주최자와 참가자의 준수사항에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을 주는 행위 △반복된 악의적 표현으로 개인의 인격권을 현저하게 침해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에 앞서 정청래 의원은 전직 대통령 사저를 집회 금지 구역에 포함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은 "현행법상 대통령 관저, 국무총리 공관, 외교기관 등 국가 주요 인사와 관련된 장소에서 집회시위가 금지돼 있으나 전직 대통령 사저 앞은 제외돼 있어 경찰에 신고해도 조치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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