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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재판 받다 도주한 조직폭력배…대법 "공소시효 지나 면소"

20년 전 재판 받다 도주한 조직폭력배…대법 "공소시효 지나 면소"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납치폭행 혐의로 기소되자 도주해 15년 간 숨어산 조직폭력배가 공소시효 만료로 결국 처벌을 피하게 됐다. 형사소송법 개정 후 재판시효인 25년이 아닌, 개정 전 재판시효인 15년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면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한 지역 폭력조직 부두목급으로 1999년 9월 새벽 상대 조직원을 납치, 폭행한 혐의로 2000년 6월 기소됐다.

A씨가 속한 폭력조직 행동대장이 당시 다른 조직에게 빰을 맞자 시작된 이 사건에서 A씨는 상대 조직원을 납치 폭행하기로 공모하고 행동대장이 상대 조직원을 폭행하는 동안 도망지치 못하도록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으로 기소돼 2002년 5월 첫 공판이 열렸지만 도주해 공판미제사건이 됐다. 법원은 19년이 지나 면소 판결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A씨가 없음에도 재판을 재개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7년 12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의 공소시효의 적용 여부가 쟁점이었다. 형사소송법은 개정되면서 재판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바뀌었다. 재판시효는 피고인이 소재불명 등으로 영구 미제가 되는 사건을 종결하기 위한 규정이다.

1·2심 재판부는 A씨에게 개정 전 규정인 15년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면소 판결을 내렸다. '이 법을 시행하기 전 범한 죄는 종전 규정을 적용한다'는 개정 형사소송법 부칙이 근거가 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부칙은 공소시효에만 적용될 뿐 재판시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부칙은 시효의 기간을 연장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조치인 점 등을 고려하여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전에 이미 저지른 범죄에 대해 개정 전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고자 함에 취지가 있다"며 상고기각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