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의 장기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뉴스1
[파이낸셜뉴스]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이 '돈 문제는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후 수사에서도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검찰청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0시 40분쯤 배임,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혐의는 빠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구속된 만큼 기소 전까지 관련 혐의를 확실히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김 전 회장의 구속이 그동안 답보상태였던 검찰 수사에 해결책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의 진술 태도부터 걸림돌이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1월과 2019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돈 문제는 모른다", "자금 형성 설계와 운영은 재경총괄본부장이 해서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등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이 언급한 재경총괄본부장은 그의 전 매제인 김모씨다.
검찰은 전환사채를 통해 마련된 비자금이 변호사비 대납과 대북송금 등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김씨 수사가 만능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씨는 김 전 회장 체포 직후 귀국 의사를 밝혔다가 돌연 태도를 바꿔 태국에서 송환 거부 소송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본부장이 김 전 회장의 목줄을 쥐고 있는 키맨인 건 분명하다”며 “어떻게든 귀국 시기를 당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재무 담당자에게 계열사인 나노스(현 SBW생명과학)의 전환사채 관련 권리를 보유한 제우스1호투자조합의 조합원 출자지분 상당 부분을 임의로 감액해 김 전 회장 지분으로 변경하는 등 4500억원 상당을 배임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8~2019년 쌍방울이 발행한 전환사채 200억원을 거래하면서 관련 내용을 허위 공시하고 회삿돈을 배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이 밖에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법인카드와 차량 등 2억6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와, 북한에 640만 달러(당시 72억원)를 불법으로 송금한 혐의도 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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