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A씨, 1심 '징역 6개월·집유 1년'→2심 '벌금 200만원' 확정
가수 정준영.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가수 정준영(34)의 불법 촬영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앞서 정준영은 지난 2015년 말 연예인들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여성들과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내는 등 총 11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2019년 4월 구속 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허위 공문서 작성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씨(58)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6년 8월 서울 성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팀장급으로 근무할 당시 여자친구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입건된 정준영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건을 고의로 부실하게 처리하고 허위 공문서를 작성·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정준영이 조사에서 "피해자가 촬영에 동의한 것으로 생각했다. 동영상은 촬영 직후 삭제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정준영이 범행을 시인한 듯한 내용으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의혹을 받았다. 또 정준영의 휴대전화 복구 과정에서 포렌식 업체 의뢰서에 적힌 안내 문구를 가려 복사한 뒤 '원본대조필' 날인을 찍어 첨부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A씨는 이 과정에서 포렌식 업체에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확인서를 써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검찰은 A씨가 정준영 변호인으로부터 '휴대전화나 포렌식 자료 확보 없이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피의자 진술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범행 영상을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1심 재판부는 "단순히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것을 넘어 의식적인 방임이나 포기에 해당한다"라며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A씨가 일부 문건에 '원본대조필'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만 제외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상급자의 지시를 받고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포렌식 자료를 확보하지 않고 검찰에 송치했을 뿐 부실처리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석했다.
또 정준영의 변호인이 "혐의없음 처분을 내달라'고 의견서를 낸 사실은 있지만 식소하게 처리해달라고 청탁하거나 A씨가 이를 들어준 적은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준영 측 부탁을 들어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사법경찰관으로서의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한 것이라고 보기 부족하다"라고 했다.
다만 포렌식 의뢰서 관련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에 대해 "의뢰서 사본과 원본이 달라 이를 대조해 봤다면 차이점을 분명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원본과 대조하지 않고 원본대조필이라고 기재한 것은 허위 공문서 작성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처벌을 확정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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