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우리나라 CBDC 도입할까? 한은의 답은 "연구 더 해보겠다"

한은, CBDC 모의시스템 금융기관 연계실험 결과
"문제점 선제 파악.. 대부분 처리·조치 가능"
올해 참가기관 늘려 CBDC 시스템 실험 계획
도입 여부는 미정.. 이창용 "소매용 CBDC 효과 제한적"

우리나라 CBDC 도입할까? 한은의 답은 "연구 더 해보겠다"

우리나라 CBDC 도입할까? 한은의 답은 "연구 더 해보겠다"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한국은행이 지난해 15개 금융기관과 실시한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모의 시스템 연계실험 결과를 8일 발표하고 올해 관련 연구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현재까지 CBDC 도입 여부를 결정한 바 없다"면서도 지난해 연계실험 결과 발견된 문제들에 대해서는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을 냈다.

■크러스트社 수행한 CBDC 연계실험 결과.. "문제들 대부분 처리 가능"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CBDC 모의시스템 금융기관 연계실험' 결과에 따르면 수행업체 크러스트사가 KPMG와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엔글과 함께 지난해 5개월간 15개 금융기관(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수협·기업·카카오·케이뱅크 및 금융결제원) 등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기존에 구축한 CBDC 모의시스템이 보다 실제적인 운영환경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원격지에 위치한 분산원장 통신 지연으로 인한 시스템 성능 저하 또한 "수용 가능한 범위"라고 판단했다.

실험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참가기관이 준비한 연계실험용 IT 시스템에 CBDC 분산원장시스템과 은행시스템을 설치했다. 참기기관이 기관내 IT센터, 또는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빌린 인프라를 CBDC 모의시스템과 연결했다. 네트워크가 분리된 내부망에도 CBDC 시스템을 설치하고 기관 간 통신에는 VPN을 활용해 데이터를 암호화했다. 이같은 실험환경에서 한국은행과 참가기관은 CBDC 64개 주요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알아봤다. CBDC 발행과 환수 등 중앙은행 시스템과 잘 연계되는지, 또 이용자의 지갑관리나 이용자 간 CBDC 송금이 잘 이뤄지는지 등이다.

CBDC 모의시스템에서는 이용자가 A은행에 CBDC 송금을 요청하면 A은행에서 거래를 생성한 후, 모의시스템상 거래 대기열을 임시로 보관한다. 금융사들에서 블록 구성을 주관할 노드를 선정한 후 블록이 구성되면 이 블록 안에서 다른 참가 노드들과 함께 검증·승인을 한후 거래를 확정한다. 지난해 실험은 △초당 거래 입력 건수 증가 △동시 활성 이용자 수 확대 △거래 대기열 크기 축소 △블록 구성의 비중 조정 등 4가지 시나리오를 중점 점검했다.

실험 결과 1초당 거래 처리 건수(TPS)는 모의실험 결과(2100건) 대비 10% 하락한 190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주요 소액지급결제인프라의 최대 피크일(급여이체일 등)의 평균 TPS 1200건보다 높은 수준이다. 처리 속도가 늦어지긴 했지만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응답 대기시간이 5배까지 늘어나는 문제점이 있었다. IT 시스템 운영환경에 따라 처리 성능도 차이가 컸다. 클라우드 서비스 센터의 평균은 2050건이었지만 자체 IT센터는 1880건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동시 활성 이용자가 1000만명으로 늘어나면 입력된 거래의 18%가 즉시 처리되지 못하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동시 이용자가 50만명인 경우에는 입력된 거래의 대부분이 즉시 처리됐지만 1000만명으로 늘어났을 때는 모의실험 대비 거래 처리 성능이 약 8%p 저하됐다.

이외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조정이 가능했다. CBDC 시스템에는 처리 성능을 높이기 위해 임시로 거래를 모았다가 일괄 처리하는 정보 저장소인 '거래 대기열'이 있다. 실험 결과 지속적인 대량 거래를 입력했을 때 거래 대기열이 작아질수록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개선됐고 성능 저하도 발생하지 않았다.

아울러 CBDC는 분산원장의 처리(블록구성+합의대기를 통한 블록구성)가 필수적인데, 여기서 블록 구성 비중을 높일 경우 초당 거래 처리량이 23% 증가하고 평균 응답 대기시간도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CBDC 도입에 '열린 입장'.. "소매용 CBDC 도입 효과는 제한적"

이번 연계실험에 대한 한국은행의 결론은 "주요 문제점들이 고루 발생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처리·조치가 가능하다. 때문에 올해 참가기관 대상을 확대해서 연계실험을 계속 해보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한국은행이 CBDC를 도입할지 결정한 상태는 아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3월 21일 국제결제은행(BIS)의 '국가별 CBDC 도입 경험과 계획' 토론회에서 "한국에서는 이미 자산 토큰화가 진행 중이고 화폐의 토큰화도 고려해봐야 한다"면서도 "지난 2년간 한국은행이 파일럿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한국은 신속 자금이체 시스템이 발달돼 있어 소매용 CBDC 도입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총재는 도매용 CBDC를 기반으로 한 토큰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면서 구체적인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