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금 보유 104t, 세계 순위 32위에서 38위로
中·튀르키예 등 금 대거 사들인 반면 韓 매입 안 해
한은 "금 확대보다 달러화 유동성 유지가 바람직"
"금은 '최후의 수단'이라 매도 어렵고 가격 변동성 커"
"위험조정수익률은 美 국채나 주식보다 낮아"
한국금거래소에 골드바 상품이 진열된 모습. (자료사진) /뉴스1 /사진=뉴스1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안전자산 양대축인 금과 미국 달러화 중 '달러화'를 선택했다. 금보다 달러화 유동성이 더 높은 데다, 가격 변동 리스크를 고려할 때 금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다른나라 중앙은행이 금을 사들이고 있지만 한은은 금 보유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6일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이 발표한 '보유금 관리현황 및 향후 금 운용 방향'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104.4톤(t)으로 전체 외환보유액의 1.1%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에서 미국 달러화의 비중은 70%를 웃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금 보유량은 작은 편이다. 우리나라 금 보유 순위는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 127개국 중 38위다. 2016년 32위였다가 지난해에는 38위까지 떨어졌다.
이는 중국, 튀르키예, 싱가포르 등 각국이 금을 사들이고 있는 반면 한은은 2013년 후 금을 매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1·4분기 중 싱가포르는 금을 68.7톤, 중국과 튀르키예는 각각 57.9톤, 30.2톤을 매입했다.
금 가격이 최근 온스당 2000달러 수준으로 상승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달러화 금융 시스템에 대한 리스크가 대두된 영향이다. 금 가격은 2010년대 중반까지 1100~1300달러에 머물다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급상승했다. 2020년 9월에는 온스당 2063달러로 고점을 찍었고, 이후 1800달러 안팎에서 등락하다 올해에는 다시 2000달러로 올랐다.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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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은행은 "현재 시점에서 금 보유 확대보다는 달러화 유동성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로 외환보유액이 400억달러 감소했고, 이전만큼 보유액이 늘기도 어려운 만큼 금을 추가로 늘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잠재돼 있는 상황에서 금 보유 확대보다는 미 달러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게 나은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금은 미국 국채와 동조화(커플링)되고 있는데 한국은행이 이미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점, 금은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만큼 유동성 목적으로 매도하기 쉽지 않은 점도 금을 더 늘리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은은 금 가격의 상승폭이 제약될 수 있다며 수익률도 높지 않다고 봤다. 한은은 "금 가격이 이미 전고점에 근접한 상황에서 향후 상승 여력이 불확실하다"라며 "금 보유 기회비용인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돌아선 점도 가격상승 제약 요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은 채권과 달리 이자가 없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기 어렵고 가격 변동성도 높다는 불리한 점이 있다"라며 "가격 변동성을 고려한 위험조정수익률을 보면 금은 미 국채뿐 아니라 미국 주식에 비해서도 상당폭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금 104.4톤을 8380개 골드바 형태로 모두 영란은행에 보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현장 실사를 통해 보유금의 안정성과 보유상태 등을 점검했다. 점검 결과 금이 안전하게 보관돼 있었지만 관리상 오기 등이 나타나 수년 주기로 실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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