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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도 '근원물가와의 전쟁'.. 이창용 "연말 물가상승률 3% 내외, 금리인하 논의 시기상조"

한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한은도 '근원물가와의 전쟁'.. 이창용 "연말 물가상승률 3% 내외, 금리인하 논의 시기상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한국은행이 이번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 둔화될 수 있지만 연말엔 3% 내외로 반등할 것이란 전망을 유지했다.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이 더디게 잡히고 있다며 물가안정정책 최대 변수로 지목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연말 물가상승률이 2%대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물가와 전쟁' 최종 변수는 '끈적한' 근원물가

한국은행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회의를 갖고 상반기 중 물가안정 상황을 점검했다.

우선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은 소비자물가가 석유류를 중심으로 뚜렷한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근원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이후 정점을 기록한 후 올해 상반기 중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상당폭 낮아졌다"며 "근원물가의 올해 상반기 중 상승률(4.0%)은 지난해 하반기(4.1%)에 비해 소폭 낮아지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근원물가상승률이 △양호한 서비스수요 △고용 흐름 △누적된 비용인상압력의 파급영향 등으로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근원물가 확산지수가 올해 들어 외식을 중심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물가상승률이 5%를 웃도는 근원품목 개수도 줄었지만 상방 압력이 여전하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의 주범으로 꼽히는 국제유가도 불확실성이 크다. 중국 경제 회복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설탕 및 육류 가격 불안정, 엘니뇨에 따른 이상 기후 등 리스크 요인이 잠재해 있다. 국제 주요기관의 유가 전망 또한 브렌트유 배럴당 77.4달러에서 81.6달러로 범위가 넓다.

하반기 대중교통요금 인상,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조치 종료 등 정부 정책 측면에서의 물가 상방압력도 남아 있다.

경직적인 근원물가와 관련해서 한국은행은 "하반기 임금 오름세가 점차 둔화할 것"이라면서도 "대면서비스 부문이 여행객 증가 등으로 예상보다 크게 개선되고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의 근원물가 전가가 지속될 경우 상방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창호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기저효과와 맞물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7월 2%대로 떨어진 후 8월 이후 높아질 수 있다"라며 "연말 3% 내외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이창용 "美 금리 한 번은 더 올린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상조"

이창용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한 번은 더 올릴 것이라며, 연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설명회에서 "호주, 캐나다는 근원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가서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물가상승률이 3%대로 수렴한 후 어떻게 움직일지 보고 결정해야 한다"라며 "연말 물가상승률이 2%대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다면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은 3%대로 가는 것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리인하를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미 연준이 점도표를 5.1%에서 5.6%로 상향하고 2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한 데 대해 "연준은 2번 올리는 것으로 보는데 시장은 한 번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5월 금통위에서 연준이 한 번은 확실히 올린다고 가정하고 봤는데, 연준이 8, 9월 연속으로 올릴지 등 어떤 패턴으로 올릴지 봐야 한다"고 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패턴을 보고 향후 통화정책에 고려하겠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전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가격 등을 언급하며 업계에 가격인하를 요청한 데 대해 "고통 분담 차원에서 기업들에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으니 고통분담을 해달라'고 한 정치적 말씀이라고 해석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2개월 연속 가계대출이 증가한 데 대해서는 "금리만 이용해서 가계부채를 조정하는 건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금융당국 모두 가계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올라가지 않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고 여기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