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 중재안에 쏠린 눈
거듭되는 회의 파행에 간극 좁히기 쉽지 않을 듯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27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8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했던 양대노총 근로자 위원들이 지난 26일 한국노총이 추천한 근로자위원인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공식 거부한 것에 대해 반발하며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경영계가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동결을 제시하면서 노동계와의 난타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간 입장차가 크고 정부의 노동개혁에 따른 노정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 원만한 협상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올해도 공익위원 중재안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도 공익위원안으로 결정된 바 있다.
노사 큰 간극에 캐스팅보트는 공익위원으로
27일 경영계에 따르면 이날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측은 내년 최저임금 최초안으로 올해 최저임금 9620원인 '동결' 카드를 꺼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회의에서 "경영계는 임금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업의 지불능력과 법에 예시된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 등 4가지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살펴 볼 때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인상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며 "숙박·음식업처럼 현재 최저임금 수준조차 감당하기 힘든 업종을 기준으로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근로자위원측은 지난 22일 최초안으로 시간당 1만2210원을 제시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보다 26.9% 인상된 수치이다.
양측의 입장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내년 최저임금 결정은 결국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사는 향후 최저임금 수정안을 제시할 전망이다. 이후에도 노사의 최저임금 수준이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이 중재해 수정안을 내 표결한다.
앞서 공익위원들은 2022~2023년 연속 '상승률 약 5%'를 제시했다. 근거는 해당 연도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를 빼는 방식이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높았기 때문에 같은 방식을 적용한다면 내년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인상률이 3.95% 이상이면 내년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어선다.
최초안만 확인하고...논의는 또 파행
최저임금 논의 법정 시한이 이틀 밖에 남지 않았지만 회의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회의 도중 정부가 노동계를 탄압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전원 퇴장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고용노동부가 어제 김준영 근로자위원을 대신할 신규위원 추천과 관련해 한국노총이 재추천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위촉을 또 거부했다"며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최대한 협조하며 대화를 통한 절차에 정당성 있게 응했음에도 온당치 못한 이유와 비상식적인 고용부 행태 앞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다 체포될 때 흉기를 휘둘러 진압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에서 해촉해달라고 이달 2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그러자 한국노총은 같은달 23일 윤 대통령 재가로 공석이 된 근로자위원 자리에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천했다. 이에 고용부는 전날(28일) 한국노총에 "해촉된 위원과 공동불법행위 혐의로 수사 중인 상황에서 제청하기 적합하지 않다"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노동계는 어떤 외부 요인에도 지켜져야 할 최저임금위의 독립성, 자율성 공정성이 무너졌다고 꼬집었다.
류 사무총장은 "노동 탄압 국면 속에서 법정구속 상태인 김 사무처장의 불리한 여건을 악용해 강제 해촉한 것은 떳떳하지 못한 처사"라며 "비상식적인 고용부 행태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명과 삶을 담보로 정부의 비상식적인 노동 탄압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더는 회의 참석이 어렵다"라며 "최저임금위 참석에 대해 앞으로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덧붙였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짜인 구도에서 심의를 진행해야 하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들었다.
모두발언 직후 근로자위원 8명은 모두 회의장을 떠났다.
올해 최저임금 논의 법정 시한은 오는 29일이다. 최저임금위가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1988년 이후 법정 시한을 준수한 적은 9번밖에 없다. 지난해는 2014년에 이어 8년 만에 시한을 지킨 바 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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