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 2023 국정감사 이슈분석
한국은행 역할 및 통화정책 목적 관련 논의
물가안정이냐, 물가안정+α냐 국감서 논의 전망
"고용안정 등 실물경제 부양 역할 필요하다"
vs "인플레 잡기도 벅차, 정책수단 없이 목적만 늘면 실효성 저하"
한국은행이 4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에 6년만에 준공된 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 내부를 공개하고 있다. 한국은행 로비에 물가안정 현판이 걸려 있다. 2023.04.27. 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7.13 [사진공동취재단]
[파이낸셜뉴스]
"물가안정이냐, 물가안정+α냐"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 목적을 기존의 '물가안정' 단일목표에서 '물가안정+고용안정'과 같은 복수목표로 확장할지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실물경제 부양의 역할을 추가로 부여해 거시경제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과 동시에 "물가안정·금융안정으로도 충분하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 물가안정 목표 수준(2%)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은 정책목표를 확장하기 어렵다는 쪽에 힘이 실린다.
"한국은행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안정 등 실물경제 부양 추가 명시"
21일 국회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2023 국정감사 이슈분석'을 통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를 ‘물가안정 단일목표’로 할지 ‘복수목표’에 둘지 결정할 때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은행법 제1조는 한은 설립목적와 정책목표를 '물가안정'으로 규정하고 통화신용정책 수행시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입법조사처가 분석한 한은법 개정안(21대 기재위서 심사 중인 개정안)에는 한은법 통화신용정책 목적을 고용안정 등 실물경제 부양으로 넓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은 통화정책 제2의 목적에 고용안정을 추가한 김경협 의원안 △고용안정과 인구구조의 균형을 통화정책 제2의 목적으로 추가하고 한은 통화정책에서 정부의 저출산·고령화사회정책을 고려하도록 한 박광온 의원안 △통화정책 제1의 목적으로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을 명시한 류성걸 의원안 △통화정책 목적으로 물가안정, 금융안정과 고용안정을 함께 규정한 김주영 의원안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각각 제1, 2의 목적으로 하고 고용안정을 제3의 목적으로 한 양경숙 의원안 등이 있다.
우리나라 통화정책은 한국은행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가 수립한다. 금통위는 물가동향과 국내외 경제상황, 금융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금리 결정시 구체적인 고려사항에 대해서는 법적 제약이 없는 상태다. 위의 한은법 개정안들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시 고용안정을 목적으로 두고, 정부의 실물경제 부양 정책을 고려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한은이 물가안정·금융안정 뿐 아니라 실물경제 부양의 역할도 하라는 것이다.
"물가안정·금융안정만으로 충분, 정책수단 없이 목표 늘리는 건 무리"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를 기록하며 2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 뉴스1.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를 물가안정 단일목표에서 물가안정+α 복수목표로 하는 데는 의견이 엇갈린다. 입법조사처는 "목표가 물가안정으로 제한될 경우 다양한 거시경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경기대응의 효과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수목표로 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정부 재정정책과의 연계를 통해 통화정책도 고용안정 등 실물경제 부양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면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금의 물가안정과 금융안정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목표가 많아지게 되면 여러 목표 사이의 상충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정부와 한은 간 정책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중앙은행 목적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한국은행이 실물경기 부양을 위해 확정적 통화정책을 사용하면 유동성이 확대돼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한국은행 제1목적인 물가안정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추가 정책수단을 주지 않고 고용안정까지 달성하라고 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고용정책은 고령화, 여성 고용, 산업구조 등 비(非)경기적 요인에 의해 주도되는데 미국과 달리 통화정책 파급효과(금리→성장·물가→고용)가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은행 안에서도 이같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물가와 고용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현재 통화신용정책 목표만으로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가가 안정돼 있을 때는 고용안정을 논의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후엔 물가안정에 집중하기도 바쁘다"라며 "고용안정 등을 통화정책 목표로 추가할지는 공론을 더 모아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고용안정을 통화정책 목표로 못박을 경우 물가·금융안정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견해도 한국은행 안에서 나온다. 한은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려는 법안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돈을 풀 경우 오히려 물가·금융안정이라는 제1, 2의 목표 달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다른 관계자는 "제한된 정책 수단으로 여러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며 "추가 정책수단 없이 정책목표를 늘린다면 복수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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