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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미중 금리차이 의미

[서초포럼] 미중 금리차이 의미
최근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4.3%까지 오르면서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 국채수익률은 2.7%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높은 금리는 미국 가계가 저축을 늘리라는 것이고, 중국의 낮은 금리는 중국 가계가 소비를 더 하라는 의미이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세계 경제에서 미국은 소비자, 중국은 생산자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중국은 저임금을 바탕으로 상품을 싸게 생산해서 월마트에 공급했다. 2001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6조20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중국은 미국 소비자에게 상품을 저렴하게 제공했다. 중국은 무역으로 벌어들인 돈 일부로 미국 국채를 사주었다. 이는 미국 금리를 안정시켰고 주식 가격과 집값 상승을 초래했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미국 가계의 부(Wealth)가 증가하면서 소비가 더 늘 수 있었다. 중국은 지난 23년 동안 연평균 8.0%에 이르는 높은 성장을 했다. 대미 수출이 중국의 높은 성장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

그러나 이제 미국 가계가 소비를 더 많이 늘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우선 소비의 원천인 가계의 실질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있다. 2020년 말에 4만6790달러였던 일인당 실질가처분소득이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4만6515달러, 4만5603달러로 감소했다. 올해 7월에는 4만6741달러로 늘었으나 아직도 2020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소비의 핵심인 중산층이 가난해지고 있다. 2019년 7만8250달러였던 중간가구의 실질소득이 3년 연속 줄어들면서 2022년에는 7만4580달러로 떨어졌다. 이 기간에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5.1% 증가했는데, 중간가구 실질소득이 4.7% 줄어든 것은 소득차별화에 기인한다.

다음으로 미국의 가계 저축률이 크게 떨어진 것도 소비 감소요인이다. 지난해 저축률이 3.7%로 장기평균(2000~2022년 6.6%)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직전 해였던 2007년 3.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계가 저축한 돈을 많이 써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지출할 여력이 줄었다는 의미이다. 올해 1~7월에는 월평균 저축률이 4.3%로 오르고 있다. 올해 4월에 3.4%까지 떨어지면서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실업률이 8월에는 3.8%로 올라왔다. 저축률이 낮은 가계가 이제 일자리를 찾아나서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외에 금리상승에 따라 미국 가계의 이자 부담도 늘고 있다. 가처분소득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1월 1.3%(2010년 이후 평균 1.9%)에서 올해 7월에는 2.5%(5061억달러)로 늘었다. 이런 요인을 고려하면 미국 GDP의 71%를 차지하는 소비가 감소하면서 빠르면 올해 4·4분기부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저축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2021년 중국의 총저축률은 46%였다. 이제 중국 가계가 소비지출을 늘려야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낮은 금리가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금리를 시간 선호율 측면에서 정의하고 있다. 즉, 금리는 소비를 참는 데 대한 대가라는 것이다. 금리가 낮으면 소비를 참는 데 대한 대가가 낮아 가계는 현재의 소비를 늘리게 된다.
중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2019년 1만달러를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1만3000달러를 넘어섰다. 소득 증가와 낮은 금리로 중국 가계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주 8월 중국의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우리 주식 시장에서 중국 관련 종목의 주가가 큰 폭 상승했던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