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금융안정 상황
한은 "취약부문 부실 확대에도
금융기관 복원력 양호,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 낮아"
"새마을금고 경영건전성 개선 노력하고
비은행권은 손실흡수능력 제고해야"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금리와 함께 은행의 대출·예금 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미 일부 은행에서는 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서 작년 말 이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런 고금리 전망과 경고에도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서만 1조원 넘게 또 불어났다. 사진은 24일 서울 시중 은행에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 2023.9.24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출 신규연체가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올해 상반기 취약차주 대상 대출 비중이 전체의 7.1%로 추산됐다. 연체율이 당분간 오른다고 하더라도 금융사의 연체채권 정리 속도와 양호한 복원력을 볼 때 시스템 리스크도 커질 가능성은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우리나라 금융 뇌관으로 꼽혔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또한 '점차 안정화되는 모습'이라고 한국은행은 평가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9월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취약차주가 보유한 가계 및 자영업자 대출 비중은 지난 2·4분기말 7.1% 정도로 추산됐다. 취약차주는 저소득 또는 저신용이면서 3개 이상의 금융사에서 대출을 이용 중인 차주다. 비취약차주에 비해 대출 연체율이 높게 나타난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은행에서 △비영업자대출 28조4000억원 △자영업자 가계대출 19조5000억원 △사업자대출 34조원으로 집계됐다. 비은행에서는 △비영업자대출 42조6000억원 △자영업자 가계대출 26조6000억원 △사업자대출 29조원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연체율이 오르고 있어 대출 부실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신규연체 발생규모는 2조2059억원으로 전년동월(1조1061억원) 대비 2배 가량 늘었다. 신규연체채권 규모는 지난해 12월 1조4863억원, 올해 3월 1조9173억원, 6월 2조1787억원 등으로 지난해 2월 이후 계속 늘고 있다. 0.26%로 유지되던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0.28%로 상승한 후 올해 3월 0.34%, 6월 0.41% 등으로 오름세다.
자료=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신규연체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금융회사들이 연체채권 정리에 나서면서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한은 판단이다. 은행이 연체채권을 정리하면 전체 대출 대비 연체채권 비중이 낮아져 그만큼 대출이 '건전하게' 관리된다. 실제 지난 7월 연체채권 정리규모는 1조9168억원으로 같은달 발생한 신규연체채권(2조2059억원)의 87% 수준이다. 지나 6월에도 같은달 발생한 신규연체채권의 85% 수준인 1조8507억원 규모의 연체채권을 정리했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또한 부실위험은 제한적인 걸로 파악됐다.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중 보다 부실위험이 큰 상환유예 지원금액이 전체의 7%(5조2000억원)로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최장 5년의 분할상환 기간이 주어져 부실위험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우리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꼽힌 PF 대출에 대해서도 한은은 "점차 안정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전체 PF대출에서 90%를 차지하는 은행·보험·여신전문회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낮다는 점에서다. PF대출 중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 0.1% △보험사 0.9% △여전사 3.8% △저축은행 4.6% △증권사 21.9%로 나타났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이 여신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을수록 부실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증권사와 저축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지만 이들의 PF대출 내 비중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취약부문의 부실 확대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 복원력이 양호한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금융시스템 차원의 리스크 확산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했다.
각 업권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이르는 경우를 가정하고 자본비율 하락 정도를 시산한 결과 각 금융업권의 평균 자본비율이 모두 규제기준을 상회하는 걸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은행은 "신용 경계감이 확산될 경우 자금조달 여력이 낮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험이 증대될 수 있다"며 "비은행권은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새마을금고는 경영건전성 개선에 노력하고, 증권사와 같이 단기 시장성자금 조달 의존도가 높은 일부 비은행금융사도 자금조달 애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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