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금융위-금감원, BIS와 협력해
기관용 CBDC 인프라 구축 테스트 추진
한은망 통한 은행간 지급결제 업그레이드 버전
CBDC 네트워크 통해 '예금 토큰' 새 결제수단도
그래픽=파이낸셜뉴스
자료=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제공
[파이낸셜뉴스]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BIS(국제결제은행)와 협력해 기관용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 활용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4일 밝혔다. 현재 한국은행망을 통해 은행들이 서로 돈을 주고 받는데, 여기에 분산원장 기술을 더해 CBDC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CBDC 개념을 짚어본다.
4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새로운 화폐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과는 달리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기 때문에 한은이 발행하는 5만원, 500원과 같은 '법화(法貨)'다. 이번에 한은과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건 '기관용 CBDC'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실험이다.
CBDC는 활용범위, 사용주체에 따라 범용(retail)과 기관용(wholesale)로 나뉜다. 일반 금융소비자들이 한국은행이 발행한 5만원권을 사용하는 걸 범용, 은행의 지급준비금과 비슷하게 금융사들에 발행돼 금융사 간 자금 거래와 결제에 활용되는 게 기관용이다.
현금 이용이 감소하고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CBDC는 2010년대 후반부터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민간 지급서비스가 발달되고 온라인 거래가 늘어나면서 중앙은행이 발행, 보증하는 디지털 화폐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스테이블코인이 속속 출시되면서 이에 대한 규제체계와 안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가 확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과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의 잠재 리스크에 대해 "코인런과 같은 대규모 인출사태, 담보자산 투매 등에 따른 금융불안정, 은행 자금중개기능 약화, 불법 외환 유출 등 다양한 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 세계 각국 중앙은행도 CBDC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BIS 연례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중앙은행 93%가 CBDC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중국은 시범운영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ECB(유럽중앙은행)도 도입 준비를 시작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플랫폼에서 은행이 예금 등을 발행하고 기관용 CBDC가 이를 지원하는 방향의 연구개발이 확대되고 있다. 한은과 금융당국이 공동 테스트를 추진하는 것도 기관용 CBDC다.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화폐와 은행 예금으로 이뤄진 현행 통화시스템을 유지하는 가운데 민간의 혁신적 서비스 개발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모의실험 연구, 금융사와 연계실험 등을 통해 CBDC 시스템 연구개발을 계속해왔다. 지금까지는 금융소비자가 직접 사용하는 범용 CBDC 시스템의 기술적 구현 가능성을 검증해왔다면, 이제는 기관용 CBDC 인프라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고 실험을 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범용 CBDC 도입은 주요국 동향을 고려하는 가운데 기술적 기반 마련,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약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 해소가 선행된 후 결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 보안, 오프라인 CBDC 등 범용 관련 기술연구를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을 공동 발표했다. 기관용 CBDC 인프라 구축의 첫걸음이다.
현재 은행들은 한국은행에 개설한 계좌 예금, 즉 지급준비금을 활용해 자금을 거래하고 은행들 간 청산·결제를 한다. 이것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게 기관용 CBDC 인프라 구축의 핵심이다. 네트워크 참여자가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 거래 정보를 검증한 후 공동으로 분산·관리하는 분산원장 기술이 여기에 활용된다.
이렇게 CBDC 인프라를 구축하고 참여하는 은행들간 네트워크가 생기면 '예금 토큰'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지급수단도 가능해진다. 예금 토큰은 은행이 금융소비자의 은행 예금을 기반으로 CBDC를 담보로 해서 발행하는 것인데, 수시입출식 예금을 디지털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금 토큰은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급결제 조건이 복잡한 계약에 활용해 소비자의 편의를 높일 수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