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 BBC 앵커 빅토리아 더비셔와 나프탈리 베넷 전 이스라엘 총리. 사진=엑스(옛 트위터) 캡처
[파이낸셜뉴스] 나프탈리 베넷 전 이스라엘 총리가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하마스 편을 든다”며 앵커와 격렬한 논쟁을 벌이던 중 갑자기 중계가 끊겼다. BBC는 “기술적인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22일(현지시각) 영국 인디펜던트,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베넷 전 총리는 이날 BBC의 오전 뉴스 진행자 빅토리아 더비셔를 향해 “당신의 모든 질문이 가자지구 시민들에 관한 것뿐”이라며 “BBC가 가자지구의 편을 든 것으로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7일 하마스에 의해 살해된 이스라엘 가족들을 언급하며 "당신은 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 아이들에 대해 단 한 가지도 질문하지 않았다. BBC는 도덕적 명확성이 부족하다"라고 주장했다.
진행자는 베넷 전 총리의 말을 끊고, “사실이 아니다. 앞서 팔레스타인 정치인과 인터뷰했을 때는 이스라엘 민간인이 학살된 사건에 관해 물었다”고 반박했다.
베넷 전 총리가 흥분해서 BBC에 대한 비판 수위를 올리던 순간, 갑자기 화면에는 ‘BBC’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진행자는 “죄송하다. 왜 마지막에 신호가 끊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후 BBC는 기술적인 문제로 생중계가 끊겼다고 설명했다.
베넷 전 총리가 BBC를 향해 편파적이라고 주장한 건 최근 팔레스타인 당국이 수백 명이 사망했다고 밝힌 가자지구 병원 폭발 사고의 배후에 이스라엘 공습이 있었다는 BBC의 보도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하마스의 오발 사고 가능성이 부각되자 BBC는 “기자가 직접적으로 이스라엘이 폭격했다고 말한 적은 없다. 다만 이스라엘에 폭발 책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한 건 잘못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베넷 전 총리와 인터뷰 중 갑자기 화면이 바뀐 BBC. 사진=엑스(옛 트위터) 캡처
긴장감이 높아가던 인터뷰는 검은 화면으로 바뀌며 갑자기 중단됐다.
베넷 전 총리는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BBC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BBC는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하지 않고 ‘무장세력’이라고 부르고, 하마스의 편을 들고 있다”며 “런던이 멀다고 생각하지 말라. 당신들의 도덕적 약점 때문에 이 괴물들(하마스)이 당신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BBC는 지난 20일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보도 원칙에 따라 하마스를 지칭하는 기본 용어로 ‘무장세력’ 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며 “앞으로는 ‘영국 정부와 기타 국가에 의해 테러 조직으로 금지된 그룹’으로 묘사하겠다”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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