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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식의 과학2030] AI 미래, 인간 선택에 달렸다

AI가 통제되지 않은 채
인간의 삶에 뿌리내리면
우리 앞길 '걸림돌' 우려

[이태식의 과학2030] AI 미래, 인간 선택에 달렸다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CES 2024의 슬로건은 '올 투게더 올 온(All Together, All On)'이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모든 기술의 통합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미다. 지난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글로벌 'AI 경연장'이었다. CES 2024의 주요 테마는 'AI, 모빌리티, 스마트홈, 디지털 헬스케어, 지속가능성 및 인간안보'였다.

CES 2024에는 미국(1148개), 중국(1104개)에 이어 한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772개 기업이 참가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대화형 AI '챗GPT'를 활용한 다양한 신제품이 대거 출품됐다. 대화형 AI는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가전, 자전거 등 생활밀착형 제품에 도입되었다. 홍콩의 전기자전거 브랜드 '유토피아'는 챗GPT를 탑재한 신형 자전거를 공개했다. 핸들에 부착된 단말기가 주변 가게를 찾아주거나 대화 상대가 되어준다.

CES 2024의 기조로 보아 향후 기업 서비스에서 'AI 기반'은 사실상 필수 키워드이다. 생성형 AI는 현재 성장과 발전의 궤도 위에 있다. 생성형 AI 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 치열함은 곧 AI가 인간의 삶에 재빠르게 침투할 것임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 'AI 붐'에도 불구하고 AI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혁신의 기술에도 분명히 한계는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의 효율·혁신의 화려한 '긍정' 뒷면에 저작권·정보편향·개인정보유출 등 '부정'의 양면적 특성이 모두 서려 있다. 생성형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조합해 기존 콘텐츠를 바탕으로 결과물을 생성한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만든 창작물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법적 기준도 현재 명확하지 않다. 해외에서 작가단체, 예술가의 소송이 빗발치고 있는 이유다.

생성형 AI 시스템은 '결과'를 도출하지만 '과정'은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결과의 각 요소가 어떤 출처에서 비롯됐는지 알 수 없다. 인간이 AI의 '한계'를 반드시 설정하고 규제해야 하는 이유다. AI는 예측, 결정, 결론 도출이 가능하지만 '사유'의 능력은 없다. 인간과 달리 양심과 감정도 없다. 어떤 행위자의 악의적 이용이든, 우발적 사고이든 모두 인간에게 위험을 전가할 뿐이다.

지난해 3월 일론 머스크, 스티브 워즈니악 등 1000명 넘는 기술 전문가들이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 등 첨단 AI 개발을 6개월 동안 중지하라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또한 5월에는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등 AI 업계 리더들 역시 AI의 위험을 경고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AI를 창조한 리더들이 스스로 AI의 엄격한 규제를 주장하는 자가당착의 실정이다.

그러나 AI에 대한 부정적 시각보다 긍정적 기대감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은 자명하다. 전 세계 인류에게 닥친 기후변화 대응, 깨끗한 물 확보와 환경보호, 스마트시티, 지속가능성 확보 등의 문제 해결에 AI 첨단기술이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AI 탈탄소 솔루션으로 탄소배출량 예측·관리를 통한 탄소저감 시대를 이끌고 있다. 또한 의수를 대체하게 될 로봇팔의 상용화,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등 플랫폼과 결합한 AI가 장애인 건강문제 해결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인류를 위한 놀라운 기술혁신이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AI의 양면성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AI를 인간 통제하에 두고 규제하면 안전하게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자율주행, 의료 분야의 '고위험' 기술개발은 엄격한 규제 아래 철저히 준비해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AI가 통제되지 않은 채 인간의 삶에 뿌리 내리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인간의 삶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지, 위대한 파트너가 될지는 모두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