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마음의 감기로 알려진 우울증은 겉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심해지면 자살로 이어져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한 해 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의료진들은 우울증 치료를 제때 하지 않으면 수개월 혹은 1년 이상 지속될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평생 지속될 수도 있어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22일 조언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100만32명이었다. 우울증 환자는 최근 5년간 연평균 7.4%씩 증가했고, 2018년과 비교하면 4년 새 33% 급증했다. 환자 대부분인 90% 정도에서 불안 증상을 느끼고, 5분의 4 정도는 수면 장애를 겪는다. 환자의 3분의 2는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우울증, 2주 이상 일상에 영향
우울증은 유전, 심리 사회적, 신경생물학적, 신체 질환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스트레스가 뇌 속 신경세포 사이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일으키는 것이다. 기분 저하와 함께 △의욕 △동기 △관심 △수면 △행동 △생각의 흐름 등 정신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 상태가 최소 2주 이상 지속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면 정신의학적 질환명인 ‘주요 우울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형근 교수는 "우울증은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대표적인 정신병리 중 하나"라며 "자살에 이르는 비율도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훨씬 높으며, 자주 재발하는 특성을 갖는다는 점에서도 우울증은 정신질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울증이라는 용어가 ‘우울한 기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우울증 환자는 우울한 기분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우울하지 않은 우울증 환자가 많다"며 "마음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언급했다.
모든 우울감이 우울증은 아니다
우울증의 증상으로는 △하루 종일 우울감을 느낀다 △대부분 활동에 흥미가 떨어진다 △체중 감소 또는 증가 △불면증 또는 과수면 △안절부절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 △피로감 △잦은 자기 비난 △사고 및 집중력 감소 △반복적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함 등을 꼽을 수 있다.
중년층 우울증의 경우 △일에 지나치게 빠져 든다 △멍하니 tv만 본다 △조급해하고 기다리지 못한다 △쓸데없는 걱정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고집스러워지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자꾸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의심이 많아지고 사소한 일에 집착한다 등이 있다.
대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영선 과장은 “일상생활에서 우울한 느낌이 든다고 해서 모두 우울증이라고 할 수 없다"며 "우울감이 나타나는 다른 질환을 겪고 있는 걸 수도 있기 때문에 우울감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혼자 판단하기보다는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해 의료진과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우울한 감정,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
우울증을 예방하는 첫 단계는 우울한 감정을 숨기려 하거나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우울한 감정을 술로 해결하려 들거나 혼자만의 동굴 속으로 빠져 들어가서도 안 된다. 우울한 감정이 찾아왔을 때는 그것을 똑바로 보고 ‘왜 내게 우울한 기분이 찾아왔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울해졌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된 이유와 상황을 이해하면 우울한 기분도 사라진다.
박 교수는 "우울증이 찾아왔다면 왜 하필 지금 우울증이 생겼고, 그것이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려 하는지, 나의 마음 습관 중에서 어떤 부분이 우울증을 불러왔는지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며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고 당당히 위로받아야 비로소 우울증은 우리 곁을 떠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울증 극복을 위해서는 건강한 신체 리듬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통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건강식을 하며 정기적으로 밝은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
운동도 중요하다. 운동을 할 때는 심박수와 호흡수가 빨라지고 덥다고 느낄 정도의 강도로, 매주 3번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9주 이상 꾸준히 했을 때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 실제로 운동은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많다.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
우울증, 조기 치료가 중요
우울증 진단 후에는 약물치료, 심리치료 등을 시행하며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항우울제는 합병증이나 중독의 위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물치료의 경우 복용 후 증상이 호전되어도 재발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를 충분히 시행하는 것이 좋다.
전류를 이용해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가 지난달 도입해 운영 중인 경두개직류자극술(tDCS)은 전극을 통해 일정 시간 동안 낮은 강도의 전류로 뇌피질을 자극해 막전위에 변화를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별도의 마취나 약물을 투여할 필요가 없어 임산부도 특별한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치료 받을 수 있다. 매일 30분씩 일주일에 5회, 총 4~6주 치료를 받으면 우울증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주요 우울장애 개선 효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우울증은 ‘천의 얼굴’을 가진 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증상이 다양하다.
주된 증상은 우울한 기분, 일상생활에서의 흥미 저하가 있다. 식욕과 체중의 변화, 불면, 피로, 자기비하나 무가치감, 집중력 저하,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등이 동반된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우울증의 치료도 일찍 발견해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울증이 발병하기 전에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활발한 신체 활동을 하며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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