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규모 놓고 "대학본부와 의대 이견"
서울아산병원 속한 울산의대도 사직
"사직서 수리되지 않으면 업무공백 없어"
경찰, 의협 상대 10시간 넘는 고강도 조사
지난 8일 오전 가톨릭대 의대 산하의 서울성모병원 외래공간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의료파업이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4일 의대들의 증원 신청이 이뤄지면서 전공의뿐만 아니라 의대 교수까지 줄이어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 전공의 파업을 교사·방조한 혐의로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들이 10시간여가 넘는 경찰 조사를 받는 등 경찰의 압박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교수 사직' 의대 '폭풍전야'
지난 8일 가톨릭대 의대 로비는 한산했다. 의대 개강이 2주 연기되면서 로비에는 의대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학장단이 사퇴서를 제출했지만 교수들은 여전히 출근해 로비를 간간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앞서 가톨릭대 의대가 '100%를 증원해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장단은 지난 6일 전원 사퇴서를 제출한 바 있다.
정연준 가톨릭대 의대 학장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100% 증원은 주요 의과대학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전원 휴학 및 유급의 사태를 막을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만난 교수 A씨는 "학장단 차원에서는 교육 여건이 안 된다는 점을 본부에 얘기했음에도 수용되지 않으니 답답했을 것"이라며 "주요 의대에서도 힘들다는 것은 상당수 의대가 무리한 증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병원 매출 1위 아산병원이 3조~4조원 수준이다. 수술이 30% 줄었는데 정부가 예비비 1200억원을 주는 것은 두달치 손해를 보전해 주는 정도"라며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못 박는 태도를 고수하면 주요병원은 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부분의 교수들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교수협의회 임원이라고 밝힌 교수 B씨는 "대학본부와 의대가 이견이 있었던 것 같다. 협의회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며 "조만간 입장이 나오는지는 아직 듣지 못해서 모르겠다"고 했다.
가톨릭대 의대뿐 아니라 다른 의대에서도 교수들이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빅5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이 속한 울산의대의 경우 지난 7일 긴급총회를 열고 전 교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데 합의했다.
아울러 '의료 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 사이트가 개설돼 의사들의 연대서명을 받고 있다. 해당 사이트 개설자는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이대서울병원·고대안암병원 분당차병원 등 8개 병원 교수와 전문의 16명으로, 이들은 소속과 실명을 밝히고 서명을 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환자 및 보호자들의 불안감은 커지는 분위기다.
60대 환자 보호자 C씨는 "신경외과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입원한 지 2주째인데 진전이 없어서 답답하다"며 "담당 의사는 잘 안 보이고 다른 의사들만 오니 신뢰가 안 생긴다. 의사들 밥그릇 싸움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수사 강도 높이는 경찰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들어가면서 경찰의 수사도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경찰은 보건복지부의 고발을 접수해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조사하고 있다. 이들에겐 전공의 집단 파업 교사 및 방조 혐의가 적용됐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6일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지난 9일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주 위원장은 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께까지 약 10시간, 노 전 회장은 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11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들이 직접 전공의들과 연락해 파업을 관여했는지를 조사했다.
노 전 회장은 조사를 마친 뒤 "경찰이 제시한 증거는 100% 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었고 이외에 어떠한 근거도 없었다"며 "개인적 사견을 올린 것뿐인데 11시간 넘는 시간을 조사했다. 생각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에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12일에는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예정돼 있다.
노 전 회장과 임 회장에 대한 변호를 맡고 있는 이재희 법무법인 명재 소속 변호사는 "노 전 회장은 휴대폰 하나만 압수됐지만 임 회장은 노트북까지 압수된 것 같다"며 "컴퓨터에 대한 포렌식은 오래 걸리므로 임 회장에 대한 조사는 하루 만에 못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파업에 불참한 전공의들의 소속 병원과 진료과, 실명 일부를 밝힌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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