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부동산 경기침체로 영세업체부터 중대형 건설사까지 내부에서 손을 빌리고 있다. 신용등급 문제로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는 등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 계열사 차입이라는 우회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건설경기 회복이 불투명해 이 같은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3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지난달 23일 계열사 중흥산업개발로부터 100억원을 차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3년 만기, 금리는 연 4.6%다. 앞서 1월에도 같은 만기 및 금리로 290억원을 차입해 올해 들어서만 400억원 가까이 빌렸다.
중흥건설 자회사 중봉건설도 중흥산업개발로부터 연초 이후 총 630억원을 차입했다. 이 가운데 220억원은 대여 방식으로 다른 계열사인 선월하이파크밸리로 다시 흘려보냈다.
반도건설은 지난달 20일 반도로부터 427억원을 차입했고, 중견 건설사 대방건설동탄은 올해 총 6차례에 걸쳐 대방건설로부터 274억원을 수혈받았다. 모두 만기 1년짜리 단기차입이다.
STX건설도 지난해 12월 SM그룹 계열사인 경남기업으로부터 1년 뒤 상환, 연 6.3% 금리를 조건으로 40억원을 빌렸다.
건설사들은 10여개 대형사를 빼고는 대체로 비상장사다. 중소형사는 주식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렵고, 신용등급을 제대로 받을 수도 없어 채권 발행이 쉽지 않다. 신용등급을 아예 못 받는 곳이 대다수다. 나이스신용평가가 BBB- 이상 투자등급을 보유한 건설사는 모두 16개에 불과하다.
건설경기 악화로 몸집이 큰 건설사들도 유동성이 부족한 형편이다. 나이스신평에 따르면 16개 건설사 중에서 2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2023년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저하됐다. 이익 축소, 분양선수금 감소에 따른 운전자본(기업 영업활동에 필요한 자금) 부담으로 인한 현금 부족분을 외부자금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차입금 평균 의존도는 22.6%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중소형사들의 처지는 더욱 어렵다. 문제는 이 같은 경기 부진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미분양주택은 6만2000호로 같은 해 3월 이후 9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준공 후 미분양 역시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매월 1만호를 웃돌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돼 차입 당사자 가운데 한 쪽이라도 경영 악화로 무너지면 그 여파는 해당 기업집단 전체로 번질 우려가 있다.
하나증권 김승준 연구원은 “오른 공사비가 분양가에 반영됐지만 시장에서 그만큼 가격을 받아주지 못하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매매가격 하락으로 수요가 빠지면서 전세 수요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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