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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 물에 녹는 원리가 뭘까

UNIST, 소금 이용해 단일이온 제어기술 개발
배터리 성능 향상 기술개발에 활용할수도

소금이 물에 녹는 원리가 뭘까
소금이 물에 녹는 이미지(왼쪽)와 원자 세계에서 일어나는 염소의 단일 이온이 녹는 모습. UN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소금이 물에 녹는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지만 이 원리는 뭘까. 국내 연구진이 원자 수준에서 직접 관찰하고 그 원리를 실험으로 밝혀냈다. 이는 이온을 추출하고 제어하는 것으로 전기화학 분야 등에 적용해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하고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활용할 수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신소재공학과 신형준 교수팀이 하나의 물 분자를 제어해 소금에서 특정 염소 이온을 추출할 수 있는 '단일 이온 제어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진은 나트륨과 염소 이온의 특성을 활용해 염소를 선택적으로 녹인 것이다.

이온은 세포의 신호 전달이나 배터리, 반도체 등 다양한 응용 연구 분야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입자다. 하지만 지금까지 간단한 소금의 용해 현상을 포함해 이온의 특성을 단일 이온 수준으로 연구하는 것은 실험적으로 불가능했다.

우리가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소금(NaCl)은 나트륨 양이온(Na+)과 염소 음이온(Cl-) 사이의 강한 이온 결합으로 이뤄진다. 물과 닿게 되면 극성분자인 물 분자에 의해 이온 결합이 끊어지게 되어 소금물이 된다.

신형준 교수는 "물에 녹은 이온은 물분자와 결합된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용액 속의 수많은 물 분자와 함께 끊임없이 움직여 이온을 개별적으로 제어하거나 그 특성을 연구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268.8℃의 극저온과 초고진공 상태의 환경에서 원자 2~3층 두께의 얇은 소금 막(film) 위에 개별 물 분자를 코팅했다. 원자 수준 이하의 해상도를 갖는 주사터널링현미경(STM)으로 소금 표면에 놓인 물의 움직임과 단일 이온 추출에 관한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연구진은 주사터널링현미경의 미세 탐침을 정밀하게 제어해 소금 표면에 달라붙은 물 분자를 원하는 특정 방향으로 이동시켰다. 이동시키며 발생한 약 10피코미터(10조 분의 1미터) 수준의 탐침 높이 변화를 분석해 염소 음이온과 물 분자가 강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연구진은 하나의 물 분자를 원자 한층 두께의 소금계면 계단층을 따라 이동시켰다. 물 분자가 이동하는 동안 한 개의 이온이 사라졌다. 이는 물 분자가 외부 전기장에 영향을 받아 소금의 이온 결합을 끊고 소금에서 단일 이온이 떨어져 나온 것이다.

물 분자를 제어해 단일 이온을 추출할 때 항상 염소 음이온(C1-)이 나트륨 양이온(Na+)보다 우선적으로 녹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것은 나트륨이 염소보다 물의 전기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물이 소금에서 나트륨을 밀어내고 염소를 끌어당긴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주변에 결합하고 있는 이온이나 원자가 부족한 계단층 표면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