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협회 "정부 일관된 정책 필요"
단통법 폐지·4이통·금융권 진출 등
싸잡아 비판…"알뜰폰 숙원 제도는 정체"
정부 "알뜰폰 발전하려면 신뢰제고 우선"
"알뜰폰社 육성책도 함께 고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 협회장 직을 맡고 있는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준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알뜰폰(MVNO) 업계가 정부의 통신 정책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개정, 제4이동통신사 출현, 금융권 진입 등으로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는 한편, 알뜰폰 업계의 숙원 사업인 도매제공 의무화 등의 지원책은 동력을 상실했다는 호소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2월 기준 휴대전화 가입자 900만명에 달한 알뜰폰이 발전하기 위해선 이용자 보호 등을 통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도매대가 산정 방식 다양화, 데이터 다량 구매 시 할인 혜택, 이통사 자회사 점유율 규제 등을 검토해 조만간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는 전날 7일 간담회를 열고 알뜰폰 업계가 느끼고 있는 전반적인 위기감을 호소했다. KMVNO 협회장인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단통법 개정, 제4이통 출현이 있는 상황에서 알뜰폰 사업자들이 직면한 환경이 매우 어렵다"며 "이통3사, 카카오, 토스, 금융기관 자회사가 개입하게 됐고, 이젠 제4이통까지 개입시키고 있지만, 정작 알뜰폰 업계에 필요한 법은 만들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통신 정책이 왜곡돼 있다고 꼬집은 김 회장은 협회의 숙원 사업인 도매제공 의무제 법률화에 협회장직까지 내걸었다. 2022년 9월을 끝으로 도매제공 의무제가 일몰된 이후 이통사와 알뜰폰 간 도매대가 협상은 내년부터 자율협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에 알뜰폰 업계는 정부의 중재 없이는 협상력이 이통사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광필 인스코비 상무는 "번호이동(MNP) 수수료, 도매대가 문제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합리하고 중소사업자 의견이 무시된 생태계에 대한 복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장희 큰사람커넥트 전무도 "소비자들이 많이 쓰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기준을 5년 간 도매대가가 인하되지 않았다"며 "과기정통부의 정책들이 더 실효성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움직여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8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정부는 알뜰폰 신뢰도 제고 방안을 우선시하면서도 시장 육성 정책도 함께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열린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알뜰폰 사업자가 발전할 수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온라인 가입 과정에 발생하는 금융 피해로 이어지는 부분 등이 확실히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도매대가 산정 방식 다양화, 데이터 다량 선구매 시 추가 할인과 같은 부분을 통해서 알뜰폰 사업자가 이익을 볼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 외 이통3사의 자회사 (점유율) 부분에서 (할당된) 퍼센테이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알뜰폰 사업자들이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박 전무는 "도매대가 협상 나올 때마다 데이터 선구매제 활성화가 포함돼 있지만, 이는 월 단위 데이터 선구매제다"며 "10TB를 월 단위로 구매할 때 얻는 혜택이 3% 할인 정도인데, 이를 연 단위로 구매할 때 30% 저렴하게 깎아준다면 소비자들 눈높이에 맞는 요금제를 저렴하게 쓸 수 있도록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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