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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내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K주식

[테헤란로] 내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K주식
강구귀 증권부 차장
최근 초등학생인 딸의 증권계좌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한국주식(K주식)과 해외주식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 차이가 약 40%p에 달해서다. 인플레이션을 감안,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것만 고려해 투자수익률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딸은 2021년 5월 12일 삼성전자우를 매수, 8일 종가 기준 -8.55%를 기록했다. 아무리 배당주라고 하더라도 3년을 넘긴 장기투자로서는 처참한 성적이다.

뒤늦게 서학개미 열풍에 참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해 코스피시장에 상장돼 있는 'TIMEFOLIO 미국S&P500액티브'를 올해 1월 24일 매수했다. 수익률은 31.61%다. 지난달 14일 종가로도 수익률은 삼성전자우 -14.15%, TIMEFOLIO 미국S&P500액티브 28%였다.

K주식이라고 수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기반한 우상향세가 아닌, 단기성 테마에 따라 변동성이 너무 높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로서는 '도박장'이 돼버린 K증시가 너무 무섭다.

올해 들어 6월 13일까지 코스닥시장 거래대금 중 57.11%가 주식을 당일에 사고판 거래였다. 단타성 매매로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자리 잡게 된 배경이다. 변동성보다 장기투자를 통해 내 자산을 지키고 싶은 서학개미가 급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직접투자가 아닌 해외주식펀드조차도 월간 순유입 규모 2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월간 기준 해외주식펀드 순유입 규모는 지난달 27일까지 2조1380억원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8조원 가까운 자금이 해외주식펀드로 순유입되는 동안 국내주식펀드에는 753억원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공포, 밸류업은커녕 소액주주를 외면하는 풍토는 K증시에 대한 엑소더스(탈출)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국장(K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대세를 이루면서 딸에게 물려줄 한국이 씁쓸해졌다.


대주주 횡포를 제어하기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에 대한 재계의 반발, 밸류업은 시늉만 하는 기업 모두가 K주식에 투자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국민연금조차도 K주식 대신 해외주식을 선택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은 2023년 50%를 넘겼고, 오는 2028년 60%까지 늘리기로 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