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센터 다녀온 부인 마중가다 수로에 빠져
친인척들 "금실 좋았던 부부"…안타까움 전해
/사진=JTBC 보도화면 캡처
[파이낸셜뉴스] 시간당 7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진 전남 장흥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22일 전남 장흥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5분께 장흥군 장흥읍 평화리 한 저수지에서 A(8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전날 오후 5시 13분께 집을 나섰다가 도로까지 덮친 급류에 휩쓸려 넘어진 뒤 수로로 빠지면서 실종됐다.
당시 A씨는 요양보호센터에 다녀오던 몸이 아픈 아내를 마중 나오던 길이었다.
A씨의 아내를 태운 보호센터 버스가 제시간에 집 앞에 도착했지만, A씨가 보이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자 버스 기사가 119에 신고했다.
아내가 치매를 앓게 되자 직접 간호하며 돌본 A씨는 매주 재활 치료를 위해 주간보호센터를 갔다 오는 아내를 마중하러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119구조대는 2~3m 되는 저수지 바닥을 훑는 등 수색 작업을 벌였고, 마을 주민들도 A씨를 애타게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인 출신으로 미국 특파원이었던 A씨는 지난 2000년 아버지 건강이 악화되자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미국에서 고향인 장흥 평화리로 귀향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도 A씨는 고향에 남아 부인과 여생을 보냈다.
그러던 중 지난해부터 부인이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자 부인의 병간호를 도맡았다.
A씨의 당숙은 "두 부부의 금실은 말할 것도 없다"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복지센터를 다니는 부인 마중을 나가고 끼니를 챙기던 자상한 남편이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경찰은 숨진 A씨를 인양하는 한편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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