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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할아버지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2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며 오열했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법정을 찾은 할머니는 "내 목숨과도 바꿀수 있다"며 손자의 선처를 호소했다.
유년시절부터 폭행하고 할머니 괴롭힌 할아버지
15일 서울동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정현)의 심리로 열린 존속살해 혐의 첫 공판기일에서 황모씨(23)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황씨는 지난 8월 6일 오전 0시30분께 서울 성동구 금호동 소재 다세대 주택에서 만취한 상태로 같이 살고 있는 할아버지(77)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황씨는 유년 시절부터 피해자가 자신을 폭행하고 할머니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강한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당일 황씨는 자택에서 술을 마시다가 그동안 누적된 분노를 참지 못하고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확히 어떻게 하다가 범행을 일으켰는지 기억하느냐"고 물었으나 황씨는 "진술한 내용 이외에 추가로 기억나는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할머니 "내 목숨과도 바꿀수 있어" 선처 호소
이날 법정에는 황씨의 할머니가 휠체어를 탄 채로 참석해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황씨는 할머니와 눈을 맞추고 잠시 미소를 짓다가 이내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가 "피고인이 형을 적게 받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을 하자 할머니는 "(황씨가) 아직 어리고 순하고 착하다. 적게 받기를 원한다. 내 목숨과도 바꿀 수도 있다"라고 답했다.
피고인석에서 할머니의 발언을 듣고 있던 황씨는 끝내 오열했다.
사건 당시 황 씨는 피해자의 아들로 알려졌으나, 가족관계등록부상 피해자 아들로 등재됐을 뿐 실제로는 손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황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11월19일 오후 2시10분에 열릴 예정이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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