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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신고 안 했어도…처벌 목적으로 허위 진술했다면 '무고죄'

1심 징역 8개월→2심 무죄
대법 "자진해서 허위 진술하면 신고 해당" 파기환송

직접 신고 안 했어도…처벌 목적으로 허위 진술했다면 '무고죄'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직접 신고하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이 형사 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면 무고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02년 7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B씨에게 유사강간을 당했다며 허위 사실을 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와 술을 마신 뒤 함께 모텔로 향했는데, 모텔비를 내달라는 B씨의 말에 화가 나 B씨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하다 유사강간으로 신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B씨가 먼저 112 신고를 했고, A씨는 출동한 경찰에 유사강간을 당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A씨는 며칠 뒤 경찰 조사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이어갔다.

사건의 쟁점은 허위 사실의 신고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였다. 형법상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해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A씨가 먼저 B씨를 고소하거나 신고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무고죄 인정 여부를 두고 하급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무고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지만, 2심은 A씨가 수사기관에 허위사실을 신고한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은 모두 경찰의 신문에 대한 전형적인 답변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의 자발성에 의한 '신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찰에 신고하겠다' 등의 말을 내뱉더라도 실제 신고까지 할 의사는 없는 경우도 허다한데, 상대방이 신고한 경우를 마치 당사자가 신고한 것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무고죄의 범죄를 지나치게 확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무고죄의 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A씨가 관련 증거를 제출하고 경찰관들에게 증거 수집과 관련해 항의한 점 등에 비춰, 자발적으로 허위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진술은 단순히 수사기관의 추문에 의해 행해진 것이 아니다"며 "자진해서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한 소정의 '신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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