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구원 ‘청년 1인 가구 주거비’ 보고서
취업 청년 셋 중 하나, 소득 20% 주거비로
"이렇게 벌어 결혼·출산 꿈도 못 꾼다" 한숨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5.5%입니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는 1인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데요.
[혼자인家]는 새로운 유형의 소비부터,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정책, 청년 주거, 고독사 등 1인 가구에 대해 다룹니다. <편집자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1. 소득대비 지출이 많은 30대 직장인 김은혜(가명·여)씨는 부업을 생각 중이다. 김 씨는 "한달 월세만 60만원이 나간다. 여기에 관리비 5만원, 공공요금도 내야 한다"며 "그것뿐이겠는가. 대출 이자, 식사·교통비 등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원하지 않아도 부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2. 또 다른 30대 직장인 최민혁(가명·남)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는 "자취는 숨만 쉬어도 돈이라는 말에 공감한다"며 "물가에 비해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이런데 어떻게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할 수 있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취업한 청년 3가구 중 1가구는 근로소득의 20% 이상을 주거비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거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은 결혼과 출산 등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한 관련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거주 청년, 주거비 부담 커
최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비 결정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한 청년 1인 가구의 월 평균 주거비는 48만6000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월 평균 근로소득은 약 333만5000원으로, 월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은 16.5%가량이다. 특히 월 주거비를 45만원 이상 지출한다는 청년층은 49.6%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80만원 이상을 쓴다는 비중도 10.6%에 달했다. 월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20% 이상인 청년층도 29.5%나 됐다. 청년층 3가구 중 1가구가 월급의 20% 이상을 주거비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등 수도권에 취업한 청년층의 주거비 지출 부담이 비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다른 조건이 같다면 서울에 거주 중인 이들은 근로소득 가운데 주거비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기준변수로 삼은 충청 지역에 취업한 청년 1인 가구에 비해 9.7% 정도 높았다”며 “인천·경기 거주자들의 경우 6.2%가량 높았다”고 밝혔다.
반면 근로소득이 높을수록 월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300인 이상 사업체에 재직 중인 청년은 1∼4인 규모에 재직 중인 취업한 청년에 비해 월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5.1%가량 작았다.
/사진=연합뉴스
청년 주거 문제, 보다 적극적인 관심 필요
청년층의 주거 문제는 한국 사회가 지난 반세기 동안 경험한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동시에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구조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일반가구의 세대별 구성 비율과 관련해 2세대 가구의 비중은 지난 2000년 60.8%에서 2020년 44.0%로 16.8%p 감소했고, 평균 가구원 수도 같은 기간 3.1명에서 2.3명으로 0.8명 줄어든 반면, 1인 가구는 15.5%에서 31.7%로 두 배 이상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1인 가구의 연령대별 구성을 살펴보면, 29세 이하 및 30대의 비중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인 750만2000가구이고, 이중 29세 이하와 30대의 비중은 36.5%에 이른다. 전체 1인 가구 100가구 중 약 37가구가 20~30대 청년층인 셈이다.
또 이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 등 일부 지역으로 더욱 집중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취업 상태의 청년 1인 가구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관련 정책 수요를 보다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한다.
기존 청년특화주택과 공공분양, 공공임대와 같은 주택 인프라 공급 정책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거비는 고정지출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보조해 주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배호중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결코 낮은 정도가 아니며 생활에 기본이 되는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청년들에게 높은 생활비, 미래에 대한 계획 지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청년 주거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