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원톱체제 野
김경수 복당으로 본격 몸풀기
김부겸·김동연도 연일 목소리 내기
비명계 움직임 본격화에 잡음 더 커지나
임종석 "대표 옆 아첨하는 사람들 한표 더 못벌어와"
조기대선 선 그은 與는 물밑 눈치싸움
[파이낸셜뉴스] 범야권을 중심으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인용 기대감을 높이면서 사실상 조기 대선 분위기를 띄우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경우 유력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명계 예비주자들간 기싸움이 치열하다. 여권은 조기대선 자체에 부정적이면서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잠룡들의 정중동 움직임이 보이는 등 여야간 눈치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에선 대표적인 친문계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복당으로 대권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7일 김 전 지사에 대한 복당 신청을 승인했다. 지난 2021년 7월 '드루킹 여론 조작 혐의' 관련 대법원이 징역 2년형을 확정하면서 자동 탈당 처리된 지 약 4년 7개월 만이다. 김 전 지사는 복당 당일 "탄핵을 통한 내란세력 심판과 대선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를 위해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모든 노력을 다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복당에 앞서 당 통합을 위한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선거 과정에서 당을 떠난 이들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사과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예비주자인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최근 지속적으로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한 소신 발언과 함께, 이 대표를 겨냥한 견제구를 날리는 등 몸풀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김 지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외교가 옳았다니, 견강부회도 유분수"라며 "내란으로 대한민국 외교를 30년은 후퇴시킨 장본인이 바로 윤석열"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전날에도 최근 윤 대통령을 접견한 여당 의원들을 향해 "번호표 뽑고 알현 대기 중인 '내란의힘' 추상 같은 역사의 판단 앞에 곧 서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7일 "국내 유일 중증외상 수련센터인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전문의 수련센터가 돈 때문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여당은 지체없이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해달라. 정치적 계산이 국민의 생명 앞에 있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비명계의 움직임이 구체화하면서 조기대선 여부를 둘러싼 당내 잡음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SNS에 "당은 비판과 공론으로 떠들썩 한 게 좋다. 김경수, 김동연, 김부겸 모두 나서달라고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인격적 공격을 하는 건 아니지요"라며 "대표 옆에서 아첨하는 사람들이 판 표도 더 벌어오지 못한다. 갈라치고 비아냥대며 왜 애써 좁은 길을 가려는지 안타깝다"며 비명계를 직격했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전까지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지 않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탄핵소추 인용 가능성은 남아 있는 만큼 주자들간 물밑 '눈치싸움'은 시작됐다는 평가다.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꾸준히 거론된다.
이들은 조기 대선에 선을 그으면서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 각자의 존재감 부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오는 12일 국회에서 지방분권을 주제로 개헌 토론회를 갖는다. 탄핵 국면에서 민의의 장(場)인 국회를 처음 찾는 것이어서 자체 세력화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다.
최근 중국 딥스크발 충격파와 관련, AI(인공지능) 인재 육성 계획이나 다양한 서울시 정책에 대한 소신을 밝히는 것도 '정책과 소신'을 고리로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 어필에 시동을 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찌감치 차기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홍 시장은 언론 패널이나 소셜미디어 활동 등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헌재의 정치적 편향성 등을 강조하는 등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는 평가다. 최근 옛 친한동훈계 의원들을 비롯한 정치권 주요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 한 전 대표도 이르면 이달 중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친한계 인사들은 최근 1973년생 이하 정치인을 뜻하는 '언더73' 모임을 만들고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김문수 장관은 대권 도전에 대해 "검토한 적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다만 지금의 여론조사 지지세가 지속된다면 추후 경선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경제통'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달 22일 "나는 늘 대선에 도전할 꿈을 갖고 있던 사람이고 버리지 않았던 사람"이라며 이미 대선 출마를 시사한 상태로, 최근 강연 등 접촉면을 넓히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비주류' 이미지를 고리로 '보수 쇄신 및 개혁', '합리적이고 따뜻한 보수 재건', '중도층 외연 확장' 등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안철수 의원은 최근 중국발 딥시크 충격파를 계기로 '첨단분야 전문가' 이미지 확장성에 무게를 두고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 특위' 위원장을 맡아 반도체 육성 등 국내 첨단기술 지킴이 역할을 강조하는 한편 향후 국가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산업 관련 미래 비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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