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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여야정 4자회담 '빈손종료', 국익 앞에 하나될 수 없나

[fn사설]여야정 4자회담 '빈손종료', 국익 앞에 하나될 수 없나
여야정 4자 대표 국정협의체 쟁점별 주요 입장 / 그래픽=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여·야·정 대표가 20일 국정협의회 '4자 회담'을 개최했지만 빈손으로 끝났다. 시급한 현안인 추가경정예산(추경)과 반도체특별법의 '주52시간 근로 특례', 연금개혁 등 쟁점이 여야간 의견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또 표류하게 됐다.

정치권에 대한 실망의 연속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로 씁쓸할 뿐이다. 기존 이견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간 게 없다. 추경의 경우, 필요성에 공감하고 민생 지원과 AI(인공지능) 등 미래산업 지원, 통상 지원 등 3가지 원칙에 입각해 시기와 규모 등 세부 내용은 실무협의에서 추가 논의키로 했다. 현금살포식 추경 논란에 대한 의견 조율은 없으니 하나마나 한 이야기로 끝난 셈이다. 연금특위와 연금개혁도 실무협의회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멈춘 점은 국민의 공분을 살만하다. 국민의힘은 주 52시간 근로 예외를 특별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거듭 밝힌 반면, 민주당은 여야가 합의한 산업 지원만 먼저 처리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간 국민과 기업들은 반도체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간 신경전을 바라보며 정치권의 무능함을 지켜봐야만 했다. 반도체 특별법의 총론에는 여야가 공감하면서도 각론을 놓고 시간을 끄는 정치권의 문제해결 능력에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열린 국정협의회 4자 회담에서 정치권의 명분 싸움을 또 지켜봐야 했다.

지금은 각당의 명분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국민과 기업에 즉각 도움이 되는 것을 찾는 실용주의가 우선이다. 반도체특별법을 바라보는 태도 역시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첨단 산업분야에서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국가 안보도 지킬 수 있다는 게 현재 글로벌 추세다. 자국 이기주의가 득세하면서 반도체 전쟁은 국가간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실용주의로 당장 직면한 현안들을 풀어내야 하는 게 정치권의 몫이다.

기업인 출신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제시한 방안도 같은 맥락을 담고 있다. 정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을 향해 반도체법에 대한 탄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 전 총리는 "엔비디아, TSMC의 핵심 R&D 인력들이 근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연구·개발에 집중할 때 우린 무엇으로 그들과 경쟁하나"라고 반문했다.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반대하는 민주당이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장기간 국정 공백으로 나라 전체가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는 시기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관세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각국마다 트럼프 리스크 완화를 위해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이 원팀이 되어 뛰는 마당에 우리는 갈등과 반목으로 사분오열의 상황이다.

여야간 명분 싸움으로 시간을 질질 끌어 법안 자체가 묶여버리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100% 입법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소기의 성과를 이룰 수 있다면 그 선에서라도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현명한 조치다. 여야가 명분에 집착해 결과적으로 아무런 입법 조치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는 얘기다. 국익 앞에 소아를 버리고 대의를 추구하는 정치권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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