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 "안전에 1兆 투자"
만성적자에 재원조달은 미지수
사용료 장기간 동결이 악화 원인
"공항이용료 인상 논의 이뤄져야"
한국공항공사는 올해부터 2033년까지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안전'에 투입한다는 계획이지만, 막대한 재원 조달이 걸림돌로 부상했다. 공사의 최근 5년간 경영 실적은 영업손실 8211억원, 당기순손실 8443억원을 기록 중이다. 주요 수익원인 사용료가 2003년부터 22년간 동결된 탓이다. 안전을 위한 투자를 위해서라도 공항이용료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공항 안전시설 개선, 재원조달 막막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개선 사업에는 230억원이 필요하다. 방위각 개선 필요성이 확인된 전국 7개 공항 9개 시설물을 지하 구조물화 하거나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연내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공사가 선 투자하고 향후 보전해준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예산 보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국토부는 올해 항공·공항 예산으로 1조3533억원을 배정했다. 대부분이 신공항 건설 예산이다. 안전을 위한 시설 개선 예산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예비비 활용은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감액되면서 지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추경 역시 여야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편성 시기가 불투명하다.
국토부의 예산으로 보전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열린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인천공항공사에서 빌린 200억원을 갚지 않았다고 지적받았다. 1999년 제1차 연평해전 이후 서해 앞바다 시설물 경계태세 강화를 위한 금액 200억원을 인천공항공사가 대납하고 추후 국토부가 상환하기로 협의했지만, 2006년 50억원을 상환한 뒤 원금을 갚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당 금액은 여전히 상환되지 않았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 때 한국공항공사가 항공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착륙료 및 시설 사용료 감면 조치를 취했지만, 이후 항공사들이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보상 또는 추가 부담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안전을 위한 투자를 위해서라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이러한 부분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용료 현실화, 국민 부담 전가는 숙제
공사는 2025년부터 2033년까지 안전분야에 1조956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고 등이 잇따라 벌어지며 추가 투자 필요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공사가 2020년 적자로 돌아선 뒤 최근 5년간 영업손실 8211억원, 당기순손실 8443억원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항공사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코로나19를 벗어났다고 평가받는 것과 상반된다.
업계에서는 공사의 주 수익원인 사용료가 장기간 동결 중인 점을 재무 악화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 공사의 주 수익원인 착륙료의 75%는 법적으로 소음대책사업비로 쓰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공사가 벌어들인 착륙료는 602억원이지만, 지난해 소음대책 지역 세대수 증가로 공사가 부담한 금액은 474억원에 달한다.
공항이용료 인상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경제 침체와 사회적 분위기로 본격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공항 이용료는 2002년 1만7000원으로 인상 뒤 동결 중이다. 김포공항은 2003년 국내선 4000원, 국제선 1만7000원 이후 22년째 동결된 상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공항 이용료와 사용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인상분이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매출이 발생해야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기본적인 경영 매커니즘인 만큼, 공기업이라 하더라도 물가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착륙료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무조건적인 동결은 오히려 재투자와 안전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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