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사모펀드 제도의 아버지
김병주 "의원들에 충실한 답변 어렵다..해외 출장"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제공
김병주(마이클 병주 킴)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오늘(1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홈플러스 관련 긴급 현안질의가 열리지만 미국 시민인 김병주(마이클 병주 킴) MBK파트너스 회장은 불참한다. 홈플러스의 법정관리(기업회생)로 인한 사태 수습을 위해 김 회장에 대한 대규모 사재출연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 속 행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김병주 회장이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사재 출연 규모는 내놓지 않았다. 업계는 홈플러스 영업 중단을 막기 위해 1조원 이상 자금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정무위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홈플러스 관련 사안에 대한 위원회의 관심이 큰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점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지만 MBK파트너스의 펀딩과 투자 과정이 아닌 이미 투자가 완료된 개별 포트폴리오 회사의 경영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는다"며 이번 홈플러스 사태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최상목, 한국에 사모펀드 만들고..김병주, 한국에서 사모펀드로 흥왕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MBK파트너스가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우뚝 서는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영향이 컸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국에서는 사모펀드가 생소한 개념였지만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근거 조항이 마련되고 그해 12월 1호 사모펀드가 등장했다.
당시 최 권한대행은 재정경제부에서 증권제도과장과 금융정책과장을 역임하면서 재정경제부 이헌재 장관, 김석동 금융정책국장의 특명을 받고 사모펀드 도입 실무를 총괄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의 입안을 주도했다.
해당 법률을 기반으로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이 이뤄졌고 사모펀드 제도가 마련됐다. 사실상 최 권한대행은 한국 사모펀드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1963년생으로 경상남도 진해 출생이다. 10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시민권을 취득한 뒤 명문 사립대이자 리버럴 아츠 칼리지인 하버퍼드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작가를 꿈꾸다 하버드 MBA를 거쳤다.
살로만스미스바니에서 1997년 한국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대한민국 정부의 40억달러 규모 외평채 발행작업에 참여하는 등 한국 자본시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1999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에 입사, 한국 사무소 대표를 맡았다. 2000년 한미은행 인수 후 2004년 한미은행 매각으로 7000억원대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최 권한대행이 주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한국에 입안되면서 김 회장은 자신의 영어 이름을 따서 2005년 MBK파트너스를 설립했다. 대우정밀 인수를 시작으로 많은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 사위로도 잘 알려져 있다.
■김병주 대규모 사재출연 요구..홈플러스, 2월 27일 전 등급 하락 알았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측은 김 회장이 당장이라도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사재를 털어 상거래채권인 전단채(ABSTB)를 매입한 모든 피해자에게 피해액 전액을 즉각 반환해 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꾸준히 적자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었고, 영업이익과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을 고려할 때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할 수 있던 상황였는데 전단채(ABSTB) 발행을 방관한 것으로 봤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2월 25일 오후 4시께 신용평가사 한 곳의 실무담당자로부터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하게 될 것 같다'는 예비평정 결과를 전달받았다. 이에 2월 26일 오전 재심의 요청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3월 4일 법정관리 개시 시점부터 12일까지 수 차례 "2월 27일 오후 늦게 신용등급 하락을 통보받았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비대위는 "카드사와 홈플러스는 아무런 위기대응 조치도 없이 을 방관한 것은 예측 가능한 위험을 알면서도 대응하지 않고, 2월 28일 평가 결과를 대비해 회생형 파산(기업회생) 계획에 돌입한 것"이라며 "820억원 규모 전단채(ABSTB) 피해자들은 이러한 사실도 몰랐다. 홈플러스는 위험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2월 28일 오후 3시 46분에도 전단채의 모바일 장외매수가 가능하도록 의도적으로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 개시로 CP·전단채 신용등급은 'D'까지 떨어져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MBK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지난 4일 기준 CP·전단채 발행 잔액은 1880억원이다. CP·전단채는 무담보 금융상품으로 변제 뒷순위여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단기 자금 조달과 채권 유통시장에서 치명적인 후폭풍을 불러올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미리 알고도 일반 투자자에게 CP 등을 팔아 손해를 입히면 도덕적 비난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홈플러스 유동화증권 발행 주관사 중 한 곳인 신영증권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사전에 알고도, 강등 직전까지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을 발행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다며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내부적으로는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편 김병주 MBK 회장의 정무위 불참관련 정무위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야가 합의하면 김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 및 형사 처벌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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