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 당국 "이스라엘이 최근 이란 핵시설 공습 준비"
美와 이란 비핵화 협상 지켜보며 이란 핵시설 단독 공습 검토중
美 협조 없으면 이스라엘 혼자서 핵시설 무력화 어려워
이스라엘 독자 행동 나설 경우 중동 긴장 강화, 유가 급등 전망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왼쪽)가 지난달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4월과 10월에 이란 군사 시설을 장거리 타격했던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시설 공습을 준비 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란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을 지켜보고 있다며, 만약 이란이 협상 이후 핵무기 개발 능력을 유지할 경우 이스라엘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美가 "나쁜 협상" 하면 독자 행동
미국 CNN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정보 당국 관계자들을 이용해 이스라엘군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보도했다. 2명의 관계자들은 이스라엘 공군의 탄약 이동과 훈련 완료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다른 익명의 관계자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관련 시설을 공습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과 비핵화 협상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을 전부 제거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의 공습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며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습 계획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CNN은 이스라엘의 움직임이 이란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의 이스라엘 관계자는 미국이 이란과 “나쁜 협상”을 할 경우 이란이 자체적으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직선거리로 1789km 떨어진 이스라엘과 이란은 중동 정세를 두고 수십 년 동안 원수지간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를 비롯해 이스라엘 주변 무장 조직을 지원하는 이란은 이스라엘이 2023년 이후 하마스 등 친(親)이란 조직들과 전면전에 들어가자, 지난해 이스라엘과 직접 미사일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특히 이란의 핵무기 보유에 매우 민감하다.
앞서 미국 등 6개국과 이란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체결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경제 제재를 풀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기였던 2018년에 핵합의가 이란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며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지난해 7월 당선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온건 개혁파 성향으로 미국과 핵합의 복원을 비롯해 서방과 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1월 재집권한 트럼프는 3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서한을 보내 2개월의 시한을 제시하면서 핵 협상을 제안했다. 이에 양측은 11일까지 4차례에 걸쳐 고위급 비핵화 협상을 진행했으며 이달 안에 유럽에서 5차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일 이스라엘 남부 아라드 인근 네게브 사막에서 현지 어린이들이 이란의 미사일 잔해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AFP연합뉴스
공습 여부는 美·이란 협상 내용에 달려
현재 미국과 이란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은 우라늄 농축 여부다. 천연 우라늄을 가공해 '우라늄-235'의 농도를 90% 이상으로 높이면 핵폭탄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란은 유엔의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지적하며 민간 목적의 우라늄 농축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미국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는 18일 인터뷰에서 "우리에게는 매우 분명한 레드라인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라늄) 농축"이라며 "단 1%의 농축 능력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CNN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무력화하려면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속 지하에 건설된 이란의 핵시설을 미사일이나 장거리 공습으로 파괴하려면 벙커버스터를 비롯한 미국의 고관통 폭탄 혹은 미국 공군의 장거리 공중 급유 등이 필요하다.
미국 전직 고위 정보요원인 조너선 파니코프는 CNN에 "결국 이스라엘의 결정은 미국 정부가 어떤 결정과 행동을 하는지, 트럼프가 이란과 어떤 합의를 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최소한 미국의 암묵적 승인 없이 관계 파탄의 위험을 감수하고 공습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초에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 지휘하는 중부사령부의 마이클 에릭 쿠릴라 사령관을 이스라엘에 보내 핵시설 공습 계획을 보류하라고 압박했다.
CNN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실제로 공격해 중동의 긴장이 올라갈 경우 국제 경제가 출렁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 유가는 20일 CNN 보도 직후 한때 3% 가까이 급등했다.
한편 이란의 하메네이는 20일 발표에서 미국과 협상에 대해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우라늄 농축 금지 요구에 대해 "큰 실수"라고 비판하며, 미국의 허가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2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연설하고 있다.EPA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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