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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수백억 손실 입히며 '은폐·리베이트' 비리

연기금 수백억 손실 입히며 '은폐·리베이트' 비리
서울 종로구 감사원.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의 대체투자 과정에서 불법·부당행위들이 적발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수백억원의 손실을 내고도 투자 과정에서 나온 문제를 은폐하려 하거나 심지어 리베이트를 받은 비리도 드러났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주요 연기금·공제회 등의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 결과 여러 공제회들이 2010년대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를 확대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냈다. 제도적인 문제점 외에 내부 일탈행위들이 적발됐다.

먼저 건설근로자공제회의 경우 본부장 A씨가 2019년 회계법인 소속 지인에게 스페인 물류센터 투자를 소개받고 기금 300억원 투자를 집행했다. 2020년 5월 A씨가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을 설립해 현지 브로커로부터 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한화 2억6000만원을 받았다. 2021년에는 서울 버스 운수기업 투자와 관련해 운용사에 펀드 관리보수 40% 상납을 요구했다. 해당 운용사가 들어주지 않자 교체해 3억원을 챙겼다.

이렇게 받아 챙긴 돈은 허위서류로 운용사를 금융감독원에 등록해 미술품 거래로 위장하려 했지만 다행히 꼬리가 밟혔다. 법인 관련자가 진술에 나섰고, 또 A씨의 배우자가 법인 직원으로 8000만원을 지급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건설근로자공제회 과장 B씨는 2021년 지인의 권유를 받아 기금 200억원을 해외 전기차 기업에 투자했다. 지난해 말 기준 166억원 손실을 입은 상태인데, 문제는 투자 당시 다른 기관들이 철회했음에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이에 감사원은 A씨에 대해 지난 1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B씨에 대해선 수사 참고자료를 송부했다.

군인공제회는 산하 공우이앤씨가 2019년 총사업비 719억원 규모 인천 생활형숙박시설 사업의 96억원 전기공사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섰다. 하지만 사업이 무산되면서 보증을 선 공우이앤씨가 상환 책임을 지면서 367억원 손실을 입었다. 무리한 보증으로 대규모 손해를 본 것이지만, 육군사관학교 동문인 공우이앤씨 대표와 군인공제회 실장이 이를 은폐하려 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2018년 미국 시카고 오피스 담보 대출 채권에 한화 470억원을 투자했다가 전액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대출이 부실화되면 투자금을 상환받지 못할 위험이 큰 후순위 채권에 투자한 탓이다. 당시 주요 임차 계약 종료 가능성이 투자심의위원회 보고에서 누락되면서 눈 뜬 채 코를 베인 꼴이 됐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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