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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정치색'…대놓고 파랑·고심한 무채색·애써 중화

에스파 카리나의 '빨간색 숫자 2' 논란에 복장 단속 '경계령'

연예인들의 '정치색'…대놓고 파랑·고심한 무채색·애써 중화
파란색 옷을 입은 배우 김의성(왼쪽)과 가수 이승환. /사진=각자 SNS

[파이낸셜뉴스] 제21대 대통령선거 기간이 본격화된 뒤 연예계는 정치색이 드러나지 않도록 복장과 행동을 단속하라는 '경계령'이 내려졌다. 최근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빨간색 숫자 '2'가 적힌 점퍼 사진으로 논란을 겪은 뒤 연예인들이 의상이나 배경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9, 30일 사전투표 기간 중 투표소를 찾은 연예인들의 복장, 그 중 '색상'에 대중의 시선이 쏠렸다.

사라진 빨간색

대다수 연예인들이 구설에 휩쓸리지 않도록 색깔을 지우는 데 힘쓰는 가운데 대놓고 자기 색을 드러내는 연예인도 있었다. 사전투표가 진행된 이틀간 파란색 옷을 입고 투표를 인증한 사진을 올린 연예인들이다.

가수 이승환은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났다. 평화를 일구고 경제를 일으킬 유능한 일꾼을 뽑는다는 일념에 가슴이 일렁여서”라는 글과 함께 파란 색상이 부각되는 상의를 입은 사진을 공개했다.

배우 김의성도 30일 자신의 SNS에 파란 모자와 파란 옷을 입고 사전투표 인증샷을 공개했다. 그는 “선거는 축제라지만 왠지 이번엔 전쟁처럼 느껴진다”라며 “한발 뿐인 총알, 잘 조준해서 쏘고 왔다”라고 전했다.

다만 빨간 색 옷을 입은 보수 성향 연예인들은 볼 수 없었다. 가수 김흥국의 경우 해병대 401기로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공개 지지하며 빨간색 해병대 모자를 쓰고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이번 사전투표 기간 중 빨간색 옷을 입고 투표에 나선 김흥국은 볼 수 없었다.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며 본투표를 독려한 게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사전투표 기간에 맞물려 다른 방향으로 빨간 색을 드러냈다가 오해와 추측을 불러온 경우는 있었다.

래퍼 빈지노는 29일 "세계 뻘건디의 날"이라는 글과 함께 버건디색 옷을 입은 사진을 게시하면서 정치색 논란을 빚었다. 가수 지드래곤(권지용) 역시 어두운 하늘에 빨간색 원형으로 묘사한 달을 표현한 이미지를 자신의 SNS에 올려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모든 걸 배제한 무채색
연예인들의 '정치색'…대놓고 파랑·고심한 무채색·애써 중화
무채색 옷을 입은 BTS 제이홉(왼쪽)과 흑백 필터로 색을 지운 배우 한예리. /사진=각자 SNS

색상을 아예 뺀 연예인들도 있었다. 정치색 논란을 피하기 위해 무채색 배경에 무채색 복장을 갖췄다.

방탄소년단(BTS) 제이홉은 모자부터 마스크, 옷까지 모두 '올 블랙'으로 갖춰입은 사전투표 인증샷으로 '색깔 논란'을 원천 차단했다. 별다른 설명도 없었다.

개그맨 조세호 역시 '사전투표 완료♡'라는 짧은 문구와 함께 검은 상의 차림으로 사진을 남겼다. 윤세아도 검은 복장에 반려견과 함께한 인증샷을 게재했다.

배우 한예리는 자신의 SNS에 사전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목, 금 사전투표하기'라고 적어 투표를 독려했다. 복장에 신경쓰지 않고도 논란을 비껴갈 수 있도록 사진은 흑백필터를 걸어 찍었다.

균형 맞춘 중화

연예인들의 '정치색'…대놓고 파랑·고심한 무채색·애써 중화
정치색을 중화한 가수 이채연(왼쪽)과 제로베이스원 김태래./사진=각자 SNS

논란을 피하기 위한 재치 있는 '중화' 사진도 눈길을 끌었다. 파란색과 빨간색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다.

가수 이채연은 손등에 도장을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사전투표 날이다. 주거지 상관없이 아무 곳에서나 투표가 가능하다"고 썼다. 이날 그의 옷차림도 흰색, 검은색, 갈색 등 특정 정당 당색과 연관이 없었다. 다만 걸리는 게 있었다. 파란색의 손목 아대였다.

그는 "손목의 아대는 바꿀 수 없으니 방울토마토로 중화"라며 파란 아대를 착용한 손으로 빨간색 방울토마토를 들었다.

앞서 지난 26일에도 그룹 제로베이스원 김태래가 팬 소통 앱에 브이(V) 포즈를 취한 사진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다시 올린 사진은 파란색 휴대폰을 든 채 브이 포즈를 한 사진이었다.


김태래는 "지금 (대선) 시즌 때문에 (소속사에서) 브이 하면 안 된다고 했다. 휴대폰 색깔(파란색)로 중화시키겠다"고 했다.

브이 포즈가 기호 2번인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가리키는 것으로 오해될 것을 우려해 기호 1번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당색인 '파란색'을 넣은 것으로 봤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