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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한때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를 과시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
대선 때 맺어진 트럼프와 머스크의 달콤한 ‘정략결혼’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선거운동 자금으로 약 2억7000만달러(약 3700억원)를 기부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자리를 꿰찼고, 대선 승리 직후에는 아예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 상주했다.
또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에 깊게 관여할 뿐 아니라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자리를 맡아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감세 정책을 위해 인력 감축과 지출 삭감 차원에서 조직 폐지와 축소, 정리해고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오른팔’로 활약해왔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손녀가 '삼촌'이라고 부르며 가족사진을 함께 찍을 정도로 가족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도 했다.
이러한 머스크의 노력에 트럼프 대통령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머스크 때문에 테슬라가 트럼프 행정부 반대 진영의 주요 표적으로 공격받자 백악관에서 테슬라 차를 직접 구매하는 이벤트를 열고 "(누구든) 테슬라에 무슨 짓을 하면 지옥을 겪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결별 이후 두 사람 관계 급속도로 험악해져, SNS서 설전
그러나 머스크가 당초 DOGE의 목표로 삼았던 연방 정부 예산 1조달러(약 1356조원) 삭감 목표를 거의 이루지 못하고 지난 4월 말 백악관을 떠난 뒤, 두 사람의 갈등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머스크는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을 거론하며 "재정적자를 키우는 대규모 지출 법안을 보게 되어 실망했다"고 비판에 나섰다.
인터뷰 다음날, 머스크가 X(옛 트위터)에서 "특별공무원으로서 내 임기가 끝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결별을 공식화할 때까지만 해도 둘 사이는 잘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결별 이후 머스크가 본격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둘 사이는 급격하게 틀어지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지난 3일 X에 "미안하지만, 나는 더는 참을 수 없다. 이 엄청나고 터무니없으며 낭비로 가득 찬, 의회의 지출 법안은 역겹고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을 비난했다. 또 "여러분을 대표하는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에게 전화해라. 미국을 파산시키는 것은 괜찮지 않다고! 법안을 죽여라(KILL the BILL)"라고 선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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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공격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도 "매우 실망했다"라며 공개적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자신이 보유한 트루스소셜과 X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설전을 벌이며 서로의 말에 반박을 거듭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 내용에 "거짓"(False)이라고 반박했고, 지난 대선 당시 그가 돕지 않았어도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졌을 것"이라며 "아주 배은망덕하다"(Such ingratitude)라고 비난했다.
특히 그동안 줄곧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존칭하던 것을 그만두고 '대통령'을 떼고 "트럼프"라고 부르거나, "이 남자"(this guy)로 지칭하는 등 냉정한 태도를 취했다. 또, 그의 지지자가 올린 "트럼프는 탄핵돼야 한다"는 글에 "그렇다"(YES)라고 동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루스소셜에서 머스크를 비난하며 "그는 그저 미쳐버렸다!(he just went CRAZY!)라고 받아치며 관계가 점점 더 나빠지는 모양새다. 이에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두 사람의 관계가 급속도로 험악해졌다며 "두 변덕스러운 억만장자의 어울리지 않던 동맹이 몇 시간 만에 깨졌다. 트럼프는 정치적 기반을 얻고, 머스크는 돈과 소셜미디어 권력을 갖게 된 두 사람의 '정략결혼'이 몇 달 만에 마침내 파탄에 이르렀다"고 논평했다.
트럼프-머스크 갈등 심화되자 테슬라 주가 장중 9% 급락
한편 두 사람의 관계가 파국으로 가는 양상을 보이면서 머스크가 CEO로 있는 테슬라의 주가도 장중 급락세를 기록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오후 1시 55분 기준으로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8.8% 급락한 302.8달러에 거래됐다.
두 사람의 갈등이 표면화하며 충돌이 이어지는 동안 이날 테슬라 주가는 장중 낙폭을 9%대로 키우기도 했다. 여기에 JP모건은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트럼프 행정부 법안이 통과될 경우 테슬라의 연간 이익에 약 12억 달러(약 1조6000억원)의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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