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도 규정… 진압 열올려
나흘간 軍병력 총 4700명 투입
'차기대권 잠룡' 뉴섬 주지사
"전례없는 州권한 침해" 소송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 이민 단속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9일(현지 시간) 밤 거리를 막은 채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700명의 해병대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투입했다. LA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LA시는 해병대가 LA 도심에 진입하는 것이 긴장을 고조시켰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더 강경해지면서 주방위군 2000명도 추가 배치시켰다.
■LA 진입한 美 해병대, 교전은 없다?
9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 따르면 LA에 위치한 미국 연방 정부 건물과 인력을 보호하기 위해 700명의 해병대가 LA로 파견됐다. 이날 저녁 LA 도심에 모인 시위대는 경찰관과 해병대로 구성된 줄을 마주쳤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가 발생하면 군경이 이를 엄격하게 진압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는데 이날 LA로 진입한 해병대 병력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명령에 따라 파견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병력 중 일부다. 미 국방부는 LA로 투입된 해병대가 LA 동쪽에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팜스29에 소속된 부대라고 설명했다.
파견되는 해병대는 미국 북부 사령부의 지휘를 받게 된다. LA에서 나흘 째 지속되고 있는 시위 양상이 점차 격해지고 폭력성이 강해지고 있지만 국방부는 LA로 파병되는 시위대와 교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숀 파넬 미 국방부 수석대변인 겸 선임 보좌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연방 법 집행관과 연방 건물에 대한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해병대가 캠프 페들턴에서 LA로 질서 회복을 위해 배치됐다"라고 설명했다.
해병대 700명이 LA에 진입한 것과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주방위군 2000명의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이날 해병대에 추가 주방위군 병력까지 포함하면 LA 시위 대응에 총 4700여명의 군이 배치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LA 시위 이틀째인 지난 7일 시위대를 사실상 폭도로 규정했고 주 방위군 300여 명은 8일 오전부터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에 나서기 시작했다.
■뉴섬 주지사 "트럼프, 州권한 침해"
해병대가 LA로 진입하면서 공화당 소속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차기 대권 잠룡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갈등도 더 첨예해지고 있다. 시위가 공화 민주 양당 대표주자들의 정치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연 재해 등에 군이 나서는 것은 흔한일이지만 주지사의 지원 없이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매우 드문일 이기 때문이다. 주지사의 요청 없이 주 방위군이 파견된 마지막 사례는 지난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앨라배마주에서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했을 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LA로 해병대 병력을 파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소속 뉴섬 주지사의 반대에도 이뤄졌다고 전했다. 뉴섬 주지사는 연방 정부의 개입을 주 주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트럼프가 불법으로 주방위군을 투입했다며 소송에 나섰다. 뉴섬 주지사는 NYT에 트럼프 대통령의 해병대 배치를 도발 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많은 두려움과 분노를 조장하고 분열을 심화시키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뉴섬 주지사는 연방 법원에 소송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주 권한에 대한 전례 없는 침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방부 파넬 수석대변인은 "뉴섬 주지사가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연방 법 집행관을 방어할 의무가 있다"라고 맞받았다.
JD 밴스 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을 거들었다. 밴스 부통령은 엑스에서 뉴섬 주지사를 향해 "너나 잘하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뉴섬 주지사는 "너나 잘하라"고 되받았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