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유가 폭등, 트럼프에 불똥 튀나

[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유가 폭등, 트럼프에 불똥 튀나
도널드 트럼프(연단 왼쪽에서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생일이자 미 육군 창립 250주년인 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거수경례하고 있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관세전쟁, 무역전쟁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촉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이런 주장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란의 맞대응으로 인해 물거품이 될 처지가 됐다.

낮은 인플레이션을 가능하게 했던 에너지 가격 하락세가 이스라엘과 이란 충돌 속에 끝장이 날 판이다.

올 하반기 관세 전쟁 충격과 유가 충격이 동시에 미 물가를 자극하면서 미 경기 회복과 내년 중간선거 승리가 좌초할 위험에 빠졌다.

국제 유가 폭등

국제 유가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선 13일(현지시간) 7% 넘게 폭등했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8월 인도분이 7.02%,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물은 7.26% 폭등했다.

브렌트와 WTI 모두 순식간에 70달러 벽을 뚫었다.

브렌트는 배럴당 74.23달러, WTI는 배럴당 72.98달러로 지난주를 마무리했다.

장중 일시적으로 두 유종은 13% 폭등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양측의 갈등이 지속됨에 따라 16일 장이 열리면 국제 유가가 더 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상찮은 이란-이스라엘 충돌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은 지난해 4월에 비해 더 격렬하게 진행되는 양상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에는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하면서 양측의 미사일 공격전이 시작됐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미사일과 드론 수백기로 공격했고,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했지만 이란에 큰 충격은 주지 않는 형식적인 보복 공격에 가까웠다.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은 이스라엘이 공격받고 나서 열기가 일부 가라앉은 6일이 지난 뒤에 이뤄졌다.

이번에는 다르다.

13일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된 양측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이틀 내리 이어졌다.

120달러 유가, 미 CPI 5%

14일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JP모건 체이스는 13일 분석 노트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충돌로 국제 유가가 뛰고, 이에 따라 미 인플레이션도 치솟는 시나리오다.

JP모건은 가능성은 17%로 높지는 않지만 중동 상황이 악화할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로 치솟고,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5%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도 분석 노트에서 유가가 계속해서 오르면 이미 트럼프 관세로 꿈틀대고 있는 미 인플레이션 고삐가 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호르무즈 해협

최악은 전세계 해상 석유 수송의 25% 이상, 전세계 석유 소비량의 21%를 담당하는 핵심 해상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경우다.

이란과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오만이 공유하는 이 해협은 가장 좁은 곳이 약 33km, 21해리에 불과하다.

이 좁은 해협은 하루 2100만배럴의 석유가 이동하는 곳이다.

CFRA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는 순식간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미 제5함대가 바레인에 주둔하고 있어 이란이 실질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란은 실제로 이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만 했을 뿐 실제로 막은 적은 한 번도 없다.

트럼프에 타격

최악으로 치닫지 않는다고 해도 트럼프에게는 이스라엘과 이란 충돌에 따른 유가 상승이 악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의 여름 드라이빙 시즌이 지난달 26일 미 현충일부터 시작된 터라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또 유권자들의 체감 물가에 미칠 영향은 클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의회 중간 선거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올 후반 미 경제 회복 기대감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연말께 트럼프 감세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로 미 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지만 유가 급등과 앞으로 나타날 트럼프 관세 충격으로 인플레이션이 뛰기 시작하면 금리 인하는 물 건너 가게 된다.

트럼프는 아울러 국제 외교무대에서도 체면을 구기게 됐다.


호언장담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번에는 중동 화약고가 꿈틀대고 있다.

트럼프는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마치 자신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이번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부추긴 것처럼 말했지만 실상은 곤혹스러워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두고 잘했다는 평가와 벌집을 건드렸다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