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제주지역 모 고등학교 여교사가 학생으로부터 성추행과 폭력을 당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학교의 보호 조치가 미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학교는 필요한 조치를 이행했다는 입장이다.
19일 뉴시스에 따르면 교직 10년차인 A씨는 "현재 병가를 제출한 상태지만, 학교에 돌아간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기 어렵다"며 "그 학생을 떠올리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고 말했다.
A씨가 학생 B군으로부터 최초 피해를 입은 시점은 5월 16일 금요일이다. A씨는 "B군이 학교에서 휴대폰을 사용하자 제지했고, B군이 항의하자 이에 대해 다시 지도했다"며 "그러다 갑자기 B군이 신체적 접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학생(B군)이 갑자기 저를 껴안으려고 해 뿌리쳤다. 그 직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다가왔다"며 "그게 두려워 뒷걸음질 치는 저를 재차 강하게 붙잡더니 교실을 빠져나갔다"고 했다.
B군은 이후에도 A씨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등 사실상 괴롭힘에 가까운 행동을 저질렀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B군은 다른 선생님들이 있는 자리에서도 내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거나, 몰래 뒤에 서 있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연락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B군이 새벽 3시30분쯤에 '자퇴하겠다'는 등 문자를 계속 보내왔다"고 했다. B군은 또 '교무실 말고 다른 곳에서 따로 이야기 하고 싶다', '2차 가해로 A씨를 고소하겠다’ 등의 말로 A씨를 위협했다고 한다.
교사 "학교측 도움 제대로 못 받았다"..학교측 "필요한 조치 취했다"
이러한 행동이 있었음에도 A씨는 학교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교 측은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A씨는 사건 발생(16일) 사흘 후인 19일에 사안을 학교 측에 통보했다. 이틀 뒤에는 예정돼 있던 2박3일 수학여행에 참여했다. 수학여행이 끝나고 조퇴, 특별휴가 등을 거쳐 현재 병가 중이다.
그는 "수학여행 중 몇몇 학생이 집결시간보다 20여분 지각했는데, '이 아이들이 또 나를 음해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아무말도 못했다"라며 "내가 이젠 교사 생활을 못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당시 함께 참여한 교감과 교사 10여명 앞에서 더이상 못하겠다고 공개적으로 호소했다"고 전했다.
A씨는 “16일 사건이 벌어진 후 다른 교사들이 B군에게 충고했지만 학생은 변함없이 행동했다. 도저히 이 학생을 마주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학교 측은 ‘가해자-피해자의 문제가 아니고 학생과 선생의 문제로 봐야 한다’, ‘선생이 학생을 보듬어야 한다’, ‘마음 정리 됐으면 돌아와야 한다’는 식으로 대했다”고 토로했다.
교사, 극도의 심적 고통 호소
현재 A씨는 극도의 심적 고통을 호소하며 정신과 치료 중으로, 당분간 병가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B군을 상대로 가능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무엇보다 학생과의 실질적인 분리를 바라고 있다.
학교 측은 지난달 27일 A씨에게 하루 병가를 지급했다. 출근날인 28일부터 B군과의 분리조치가 이뤄졌으나 단 5일 뿐이었다.
학교 측은 A씨가 겪은 어려움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A씨에게 특별 휴가 제도, 병가 안내, 상담 치료 지원 등을 문자로 안내했고 답변을 받았다"라며 "병가보다 특별 휴가를 사용해야 교사에게 이롭다는 조언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교장의 경우 '교원(A씨)과 학생(B군)이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 선생님 계속하려면 트라우마가 남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학생을 이해하고 화해해야 한다'는 식으로 화해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지난 10년의 교직생활 동안 억울한 아이 없게 공평하게, 공정하게 아이들을 대하자고 생각했다"며 "엄마처럼 보듬을 수 없어도 학교에서 저로 인해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자고 다짐해왔다"고 했다.
이어 "사건 직후부터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다"며 "제가 학생한테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고 뭘 고쳐야 학생으로부터 이런 행동을 당하지 않을까 고민해봐도 전혀 답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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