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법 위반 건수 3년 새 104% 증가
가족에 의한 학대는 213% 증가
"처벌 강화 능사 아냐…사회 시스템 마련해야"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15일 '노인 학대 예방의 날'이 올해로 제9회를 맞은 가운데, 노인복지법 위반 사례가 매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부양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부양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노인복지법 위반 검거건수는 지난 2023년 337건으로, 2020년 165건에 비해서 2배 넘게 늘었다. △2021년에는 267건, △2022년 270건을 기록했다. 3년 사이 약 104% 증가한 셈이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 학대 범죄는 보호자가 65세 이상 노인을 학대하는 것을 뜻한다. 보호자란 △부양의무자 △업무나 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노인을 보호하는 자를 말한다. 학대 범죄로는 △상해 △폭행 △체포 △감금 △협박 △강간 △추행 △살인 △치사 등이 해당한다.
노인복지법 위반 검거건수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까닭은 수명이 증가하면서 가족과 사회의 노인 부양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가능연령(15~64세) 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인구 수를 나타내는 노년부양비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노년부양비는 △2020년 21.8명 △2021년 23.1명 △2022년 24.6명 △2023년 26.1명을 기록했으며, 매해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2030년부터는 선진국보다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노인을 부양하는 가족이 느끼는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양원 등 노인이 머무르는 시설에서 요양사들이 근무하는 직업 환경이 열악해 노인들이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해 일어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가족에 의한 노인복지법 위반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동거친족이나 기타친족에 의한 노인학대는 △2020년 44건 △2021년 89건 △2022년 94건 △2023년 138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3년 만에 213%가량 늘었다.
경찰청은 범죄통계시스템을 개선해 2023년 이후부터는 배우자·부모 등 학대 행위자의 세부 항목을 관리해 왔다. 2023년에는 배우자(사실혼 배우자 포함)에 의한 학대가 14건, 자녀에 의한 학대가 124건 있었다.
노인에 의한 노인복지법 위반을 뜻하는, 이른바 '노노학대'도 그치지 않는 추세다. 노노학대는 △2020년 54건 △2021년 78건 △2022년 77건 △2023년 74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학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돌봄이 가족의 전적인 부담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가족들의 부양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는 "독일은 사회보험제도가 발달해 자녀 돌봄 부담도 적고, 노인 학대 가능성이 높아지는 요인들이 상쇄된다"며 "사회적 관계망을 확충하고, 사회보장제도를 높은 수준으로 발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최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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